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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칼럼] 지성의 궐기

2016-10-21
[조정래 칼럼] 지성의 궐기

대한민국의 가을 하늘이 유례 없이 우중충하다. 이상기후 탓보다는 손바닥으로 진실의 태양을 가리려는 어둠의 족속들 때문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어둠도 아니고, 그것마저 새벽을 잉태하고 있었는데, 오늘의 캄캄함은 속수무책 망연자실의 나락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YS는 희망의 여명을 주창했다. 갈기머리를 휘날리고 패기만만하던 YS 그가 그립다. 땅 속에 있는 그를 호명해야 할 만큼 역사의 고비이고 전환기인가. 학생과 교수들, 지성들의 궐기는 ‘반지성’을 무너뜨린다. 4·19가 그랬고, 6·10항쟁이 대통령 간선제를 무너뜨렸다.

‘순실 여대’란 비아냥을 듣는 이화여대가 지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 딸 특혜 의혹으로 이 대학 교수협의회 교수들은 개교 이래 사상 처음으로 시위를 벌였다. 최경희 총장 사퇴를 초래한 것을 넘어 지난해 승마 특기자로 입학한 정유라씨에 대한 ‘입학·학점·학칙’ 3종 세트 특혜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실력자의 딸을 상전으로 떠받든 담당교수의 비굴은 이 시대의 꼴불견이자 한 편의 희비극이다. 대학의 도덕성과 신뢰, 명성과 지성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순실 모녀’의 치맛바람이 대학의 울타리를 넘으며, 이 가을 때 아닌 태풍으로 정국을 강타했다. 이른바 ‘순실 게이트’로 이름 지어지며 의혹에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최순실 스캔들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운영 의혹과 함께 버무려지며 ‘권력형 비리’ ‘국기 문란’ ‘국정 농단’ 등으로 규정되며 온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몰아넣는다. 캐도 캐도 끝이 없는 ‘순실 국감’ 탓에 국정감사가 ‘F’ 학점, 권총을 차게 됐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비호는 자충수로 돌아올 게다. ‘송민순 회고록’ 맞불도 마찬가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에 상처를 낼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만이다. 내통이니 ‘종복’이니 호들갑을 떨고 그악하게 설칠수록 최순실 후폭풍만 도드라져 상처에 상처를 더할 것이다.

최순실은 지금 어디서 무엇하고 있나. 야당의 의혹 제기를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일축한 청와대와 사력을 다해 최씨를 보호하려는 집권 여당 새누리당이 한 사인(私人)을 위해 한 몸으로 뭉쳤으니 참으로 괴기스럽다. 국민의 눈은 정확하고, 여론은 빙하처럼 냉혹하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고 참을 수 없다. 최씨의 딸이 출전했던 승마 대회를 감사했다가 미운털이 박힌 공무원들은 좌천됐다가 결국 공무원 옷을 벗었다는 이 참담한 사실을. 그들도 한 가족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아빠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그것도 북한이 아닌 민주정부에서 자행됐다니, 뻔히 보고도 못 믿을 심사다.

역대 어느 정권도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친인척 비리 없는 최초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이명박정부마저 무너지는 것을 봤다. 안타까워했던 우리 국민은 단출한 일가 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최소한 가족으로 인한 물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안도하기도 했다. 기실, 지금까지 친인척 관리가 예전과 달랐는데 최순실씨가 뭔데 흙탕물을 일으키나. 박근혜 대통령의 중대 결단이 필요하고, 그 길만이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조응할 수 있다. 선례와 본보기는 수두룩하다. 서슬퍼렇던 YS도 재임 중 아들 현철씨를 감옥에 보내는 결단을 내렸고, DJ 역시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반대를 뚫고 세 아들을 단죄했다. 두 전직 대통령 공히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린 이 같은 중대 결심은 여론의 무서움을 아는 원숙한 정객만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검찰과 사법, 교육까지 불신을 받는 사상 초유의 국가 불신시대가 초래됐다. 대학교수들이 교육부의 비교육적 대학정책에 뿔이 나 대학정책학회를 만들기로 했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정부 부처의 복지안동은 비정상의 일상화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정책목표 표류와 역행은 이제 손을 쓰려야 쓰기 어려운, 임사(臨死)지경에 다다랐다. 그 누가 있어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갈지…. 지성의 집단저항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가 자초해 온 불행이자 희망의 불씨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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