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31명 공개
국사편찬委… 동북아역사재단…
국책기관 출신 8명 ‘공정성 논란’
교육부 “이념 중립적인 권위자들”
![]()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정교과서 담화문을 발표한 28일 오후 동대구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교육부는 12월23일까지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12월 중 ‘대한민국 수립’ 표현 등에 대한 학술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면서 ‘철통보안’을 유지했던 집필진 명단을 28일 공개했다.
공개된 집필진 가운데 3분의 1이 국사편찬위원회 등 정부 산하기관 인사인 데다 현대사 집필진 중 현대사 전공자는 한 명도 없어 벌써부터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은 모두 31명으로, 대표 집필자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외에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현장 교사 7명으로 구성됐다. 현장 교사 가운데 1명은 김주석 대구 청구고 교사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기존 검정 교과서는 교원 1∼2명이 1개 단원 전체를 집필했지만, 이번 국정 교과서는 인원을 대폭 보강, 1개 단원을 교수 3명과 교원 1명이 함께 집필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고, 교과서 편찬을 전담한 국사편찬위원회는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해당 분야의 권위자들을 집필에 참여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필진 구성을 놓고 벌써부터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우선 집필진 중 국책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이 8명이나 된다. 최성락·이재범·손승철·한상도·유호열·정경희 교수 6명은 국사편찬위원이다. 고혜령 한국고전번역원 이사는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이며 연민수씨도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의 연구위원이다.
특히 현대사 부문 집필자 7명 중 역사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장교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은 모두 경제, 군사, 정치외교학자다. 무엇보다 현대사 집필진으로 참여한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한국경제사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로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의 중심에 있던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기도 했다.
식민지근대화론은 식민지 시기에 조선의 경제가 일본의 경제와 같은 궤적을 그리며 성장했고, 일제에 의해 성립된 사유재산 제도·자본주의적 시장제도·사회간접자본 등이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론이다.
이에 대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현대사로 내려올수록 우리 역사는 세계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현대사학계와 사회과학계열 사이의 학제 간 연구가 깊을수록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는 진보·중도·보수 등 진영에 따라 역사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역사학계에서는 집필진 구성이 다양성, 객관성, 중립성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사 연구자는 “육사 교수, 국립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정부의 국정교과서 참여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인사가 많이 보이고, 성향도 대부분 보수 일색"이라며 “중도·진보성향 학자들의 집필참여 거부로 인적 구성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집필진 구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분야 | 성명 | 현재 직업 |
선사/고대 |
신형식 | 이화여대 명예교수 |
최성락 | 국사편찬위원, 목포대 고고학과 교수 | |
서영수 | 단국대 명예교수 | |
윤명철 |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 |
고려 |
박용운 | 고려대 명예교수 |
이재범 | 국사편찬위원 | |
고혜령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
조선 |
손승철 | 국사편찬위원, 강원대 사학과 교수 |
이상태 | 국제문화대학원대학 석좌교수 | |
신명호 | 부경대 사학과 교수 | |
근대 |
한상도 | 국사편찬위원, 건국대 사학과 교수 |
이민원 |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 |
김권정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
현대 |
최대권 | 서울대 명예교수 |
유호열 | 국사편찬위원,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
김승욱 |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
김낙년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
김명섭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
나종남 |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 |
세계사 |
이주영 | 건국대 명예교수 |
허승일 | 서울대 명예교수 | |
정경희 | 국사편찬위원,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
윤영인 |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
연민수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
현장교원 |
우장문 | 경기 대지중 수석교사 (선사/고대) |
김주석 | 대구 청구고 교사 (고려) | |
유경래 | 경기 대평고 교사 (고려) | |
정일화 | 강원 평창고 수석교사 (조선) | |
최인섭 | 충남 부성중 교장 (근대) | |
황정현 | 충남 온양한올중 교사 (근·현대) | |
황진상 | 서울 광운전자고 교사 (세계사) |

구경모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
이현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