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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편향·오류 사례 살펴보니…4·19혁명 불씨 지핀 2·28민주운동 달랑 한줄…박정희 前 대통령은 28회 언급

2017-01-11

지난해 11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이후 대구·경북교육청은 줄곧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지역의 근·현대사 기술에서 적잖은 오류가 발견되면서 폐기가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남일보는 국정교과서가 대구·경북의 주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짚어봤다.


국채보상운동 분량 반으로 감소
대한광복회 대구출범 사실 누락
독재정권에 저항 2·28민주운동
의의는커녕 명칭조차 언급 않아

편향된 관점에서 서술도 모자라
지역의 역사적 사실 축소·왜곡
교육계 “폐기가 바람직한 방향”


◆국채보상운동이 금연운동서 출발?

국채보상운동에 대해 국정교과서는 중학교 교과서 2권 78쪽과 고등학교 교과서 192쪽 등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이 중 고등학교 교과서는 ‘이 운동은 1907년 대구에서 김광제, 서상돈의 금연운동에서 촉발되었고…’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국채보상운동의 전후관계를 잘못 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를 갚아 일제에 의해 탄압받은 국권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에 대해 금연운동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하는 건 오류라는 것이다. 금연운동은 국채보상운동 과정에서 하나의 수단으로 등장했다. 이밖에 기존 일부 검정교과서에 실려있던 서상돈 선생의 사진이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엄창옥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단장은 “일부 검정교과서가 한 페이지 전체에 국채보상운동을 다룬 것에 비하면 분량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 내용상 정확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대한제국이 차관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통감부의 역할이 누락됐고 제국신문보다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사를 더 많이 쓴 황성신문도 빠졌다”고 밝혔다.

◆대한광복회 설립 배경 누락

대한광복회와 관련한 기술상 오류도 지적됐다. 국정교과서는 중학교 교과서 2권 109쪽과 고등학교 교과서 205쪽에서 대한광복회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두 권 모두 대한광복회가 대구에서 출범된 단체라는 설명이 없다.

또 1915년 대구에서 결성된 항일독립운동 단체인 대한광복회가 대구의 조선국권회복단과 풍기(현 영주)의 광복단에서 빠져나온 일부가 결성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두 단체에 대한 설명이 누락돼 있다. 이에 학습자들이 자칫 대한광복회를 독립적으로 발생한 단체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신승훈 조선국권회복단 선양회 회장은 “교과서에 대한광복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기술돼 있는데 설립 배경과 과정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아 학습자의 이해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28민주운동, 명칭도 안 적어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의 횡포와 부패에 저항해 대구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2·28민주운동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지적됐다. 3·16마산의거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가 2·28민주운동의 의의를 제대로 서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에는 중학교 교과서 2권 138쪽과 고등학교 교과서 259쪽에 이 운동을 설명해놨다.

이들 교과서는 2·28민주운동을 단 한줄로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2·28민주운동’이라는 명칭을 직접 기술하지 않았으며, 특히 고등학교 교과서는 ‘선거 기간 중 대구의 고교생들은 학생들의 야당 선거 유세 참석을 막기 위한 당국의 일요일 등교 조치에 항의하여 시위를 벌였다’고 적어 독재정권 저항에 대한 의미를 축소·기술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10월항쟁이 조선공산당 투쟁?

10월항쟁이 조선공산당 투쟁으로 서술된 점도 문제다. 1946년 대구에서 발발한 10월항쟁은 한동안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조선공산당의 지령과 선동으로 일어났다’는 식으로 의미가 왜곡돼 ‘대구폭동’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유족과 학계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2010년 ‘민간인 학살’로 규정됐다. 이에 국가가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위령사업을 지원하기로 결정내렸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사실과 사뭇 다르다. 고등학교 교과서 248쪽에 ‘신탁 통치 문제로 인한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조선공산당은 1946년 9월 총파업과 10월 대구·영남의 유혈 충돌 사건 등을 일으키며 미 군정에 대한 물리적 투쟁을 전개하였다’고 기술돼 있다. 즉 10월항쟁을 조선공산당이 미 군정을 상대로 투쟁한 것으로 풀이했다.

더불어 전국적으로 번진 10월항쟁을 대구·경북으로만 범위를 한정한 것에 대한 오류도 제기됐다.

채영희 10월항쟁 유족회장은 “10월항쟁이 ‘폭동’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바꾸기 위해 유족들은 엄청난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폭동’이 ‘사건’으로 바뀌고, ‘사건’이 ‘항쟁’으로 바뀔 수 있었다”며 “이를 거스르고 희생자들을 다시 폭도 취급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장진홍 의사 ‘조선은행 폭파’도 오류

고등학교 교과서 222쪽을 보면, ‘장진홍은 조선은행 대구지점을 폭파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 의사는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계획을 세우고 폭발물을 은행에 보냈지만, 이를 눈치챈 은행 직원이 폭발물을 바깥으로 옮겼고 이후 건물 외부에서 터졌다.

대구·경북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술 분량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구미 출생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 28회, 대구 출생 노태우 전 대통령은 4회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의 임기가 약 18년으로 노 전 대통령(5년)보다 3.6배 긴 점을 고려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월등히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홍보국장은 “편향된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국정교과서가 지역의 역사적 사실에 있어서도 여러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교육청은 이 교과서를 옹호하고 있다. 폐기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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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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