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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대판 노예’ 공관병 제도 폐지해야

2017-08-02

최근 군(軍) 장성들의 공관병 등에 대한 갑질 횡포가 잇따라 불거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얼마 전 육군 39사단장이 부하들에게 폭언과 폭행 등을 일삼아 보직해임된 데 이어 급기야 육군 대장의 가족이 공관병을 노예부리듯 했다는 폭로가 나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장병들에 대한 복지와 처우가 개선되고 병영 문화도 선진화됐지만, 공관병 등의 경우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군 간부 및 그 가족의 횡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31일 육군제2작전사령관 박 모 대장의 가족이 공관병들을 노예처럼 다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사령관의 가족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관병들에게 하루종일 집안일과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가족 빨래와 옷 다림질에서부터 텃밭 가꾸기, 화장실 청소 등 온갖 허드렛일이 공관병의 몫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관병들은 복무 중인 박 사령관 아들의 휴가 복귀를 위해 운전사 노릇을 하고, 공관 거실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청소까지 했다고 한다.

공관병들이 부당한 업무로 인해 육체적으로 혹사당한 것 못지 않게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박 사령관 부인은 청소 상태를 트집잡아 공관병에게 화를 내거나 폭언을 했으며, 조리된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조리병에게 과일 등을 집어던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청년들이 공관병이란 이유로 가정부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 느꼈을 모욕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특히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외출이 금지되는 등 철저히 통제받았다니 공관병은 가히 ‘군대판 노예’라고 할 만하다.

공관병 잔혹사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전 39사단장이었던 문 모 소장은 공관병을 머슴처럼 부려먹는 것도 모자라 뺨을 때리는 등 폭행까지 일삼았다. 이를 과연 일부 군 간부의 일탈 행위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관병은 연대장급 이상이 거주하는 공관 관리가 본래 업무지만, 지휘관 및 그 가족의 개인 비서나 가정부 노릇까지 강요받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관행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것은 상명하복과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대의 특성상 아무리 상관 지시가 부당하더라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군에서의 계급 갑질로 인해 병사들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군 간부 뒤치다꺼리를 위한 공관병 제도는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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