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공산 ‘헤이마’를 찾아서
낙락장송이 건물 감싸며 미학적 포스
값비싼 고목·이색적 건물 조형미 눈길
통유리창 포토존·커플쿠션존·다락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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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한테 가장 인기가 좋은 헤이마 야외 블루 커플존 쿠션소파(왼쪽). 1층의 탁트인 공간과 구별되는 회랑과 다락존을 겸비한 헤이마 2층은 커플 혹은 사색파 고객이 많이 찾는다. |
사람들은 곁에 자연을 두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자연이 고팠던 것 같다. 이젠 기존 오프라인의 주먹구구식 홍보로는 승산이 없다. 요즘 대다수 소비자는 SNS,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플리마켓 등을 통해 노출된 핫플 콘텐츠 중심으로 나들이 동선을 정한다. 팔공산 파계사로 올라가는 길. 그 우측은 커피숍으로 흘러넘친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려오는 길 우측은 허전하다. 이렇다 할 만한 카페가 없다. 고작 팔공산권에서 처음으로 수제커피를 팔기 시작한 ‘에소’ 정도 뿐이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 줄서는 카페가 생겼다. 그게 바로 동구 중대동 ‘헤이마’.
지난 14일 오후 3시쯤 방문했다. 평일이지만 주차장은 듣던 바 대로 차로 가득했다. 오 퐁드 부아가 한옥카페 스타일이라면 여기는 포토존이 더 많은 ‘성채형 베카’ 같았다. 오 퐁드 부아는 아늑하고 조망이 좋은 반면 헤이마는 값비싼 고목과 이색적인 건물 조형미가 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헤이마는 언뜻 ‘조경원’ 같다. 실제 이 카페를 만든 <주>대길건설 홍석호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터를 잡고 전국에서 공수해온 귀한 수목을 심으며 자기만의 조경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헤이마로 일을 냈다.
상호가 새겨진 자연석과 본건물 주변에 미학적인 포스의 낙락장송이 카페를 감싸준다. 서쪽 옹벽 앞에 35그루의 자작나무에도 눈길이 머문다. 또한 충청도에서 이민온 두 그루의 묘목(妙木)이 있다. 5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향나무와 느티나무다. 느티나무는 사지가 많이 절단돼 꼭 사지가 없는 조각상인 ‘토르소’ 같다. 원래 반쪽은 죽어가고 있는 나무였다. 그런데 카페를 짓기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기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어 그 자리에 두고 돌단을 쌓아 보호했다. 꼭 ‘방사탑’ 같다.
입구에 좌우명 같은 글귀가 보인다. ‘마음이 쉬는 공간은 시간을 잊게 합니다. 자연을 다른 해석으로 가져온 집의 풍경’. 오 퐁드 부아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지은 ‘윌든’의 한 문구를 적어놓았다.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뭘 위해 살았는가.’
상단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중문 같은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카페를 조망했다. 성 같은 노출콘크리트 본관 주변에는 지하수를 활용한 실개천을 둘러놓았다.
홀로 들어가면 서쪽 통유리창을 통해 굿 포토존 하나가 다가선다. 배롱나무 한 그루를 콘크리트 벽 안에 심어 놓았다. 헤이마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주문제작 소파가 있다. 서울의 잭슨 카멜레온이란 업체에서 수입한 이탈리아 천으로 만든 블루컬러 매트리스형 소파다. 밝은 파랑에서 어두운 파랑까지 소파는 각기 채도도 다르고 천도 제각각.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 소파도 매칭시켜 놓았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른다. 자기 침대에 온듯 점핑하며 마구 뒹굴거린다. 그런데 시끄럽지 않다. 그걸 바라보는 손님들의 표정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다. 헤이마는 바로 그 편안함을 노렸다.
밖에도 커플쿠션존이 있다. 달랑 쿠션 2개뿐이다. 역시 블루컬러다. 워낙 노리는 커플이 많아 비어있을 틈이 없다.
홀과 좁은 계단, 2층 다락룸, 2층 회랑 등이 닫힌 듯 열려 있다. 홀을 거닐면 여기가 꼭 갤러리 같다. 화가 양성훈의 달항아리 대작 그림 5점이 걸려 있다. 2층 다락존에는 밖을 염탐하기 좋은 장방형 통유리창 자리가 있다. 고독한 영혼들이 탐내는 데다.
빵이 많이 팔려버린 모양이다. 마카롱·다쿠아즈·코코로쉐만 진열장 안에 앉아 있다. 이밖에 레몬파운드, 오렌지쇼콜라케이크, 당근케이크 등이 주메뉴. 인기인 다쿠아즈는 계란 흰자로 거품낸 머랭을 바싹하게 구운 과자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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