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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태의 제3의 눈] 권력과 자본이 결합한 가짜뉴스

2019-02-08

태국의 총선일이 다가오자
가짜뉴스 차단 돕겠다면서
페이스북 등 뛰어들었지만
정보관련 자본과 정치 결합
지배도구가 바로 가짜뉴스

[정문태의 제3의 눈] 권력과 자본이 결합한 가짜뉴스
국제분쟁 전문기자

한동안 태국에 정치란 게 없었다. 2006년 탁신 친나왓 총리 정부와 2014년 탁신의 여동생 잉락 총리 정부를 군인들이 거푸 쿠데타로 뒤엎은 탓이다. 하기야 태국 현대사에서 이런 정치적 공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1932년 유럽 유학파 관료와 군인들이 쿠데타로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입헌군주제로 바꾼 뒤, 지난 87년 동안 성공한 쿠데타만 19번에다 그 군인들이 권력을 휘두른 기간만도 57년이었고, 스쳐간 총리 29명 가운데 16명이 군인이었으니.

2014년 쿠데타에 이어 국가평화질서평의회란 간판을 걸고 총리 자리를 꿰찬 쁘라윳 짠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온갖 핑계를 둘러대며 총선을 미루다 결국 올 3월24일로 날을 잡았다. 그 사이 언론을 포함한 시민사회는 입도 뻥끗 못했다. 그러니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들 맹숭맹숭할 수밖에는. 게다가 이미 총선 판세도 드러난 꼴이라 신명내고 말고 할 낌새도 안 보인다. 군인판 2017년 헌법에 따르면 250석 상원과 500석 하원이 합동으로 총리를 뽑는데, 상원을 일찌감치 군인들이 후무려버린 탓이다. 상원 250석 가운데 194석은 국가평화질서평의회가 뽑고, 6석은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부 몫이고, 나머지 50석은 10개 직능별 시민사회 몫인데 그마저도 선택은 국가평화질서평의회가 한다. 해서 직접선거로 뽑는 하원 500석 가운데 군부 진영은 126석(25%)만 건지면 차기도 따놓은 당상이다. 달리, 탁신이 쥐락펴락해 온 반군부 정당인 프아타이는 몇몇 군소정당들과 합친들 현실적으로 총리 정족수 375석(75%)이 까마득하기만.

이런 판에 ‘가짜뉴스’가 화두로 떠올랐다. 총선 일정이 나오자마자 페이스북, 라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짜뉴스 차단을 돕겠다고 달려들었다. 구글은 뉴스랩팀을 만들어 ‘진짜뉴스’를 가려내겠다는 약속을 했고, 태국 최대 메신저인 라인은 ‘문명적인’ 선거운동을 들먹이며 공격적인 스티커를 금지하겠다고 거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이 가짜뉴스 배출구를 추적할 수 있다며 선전까지 해댔다. 선거위원회는 그 다국적공룡기업들의 약속을 환영했다. 군인정부에 짓눌린 언론은 이 심상찮은 일을 놓고 속앓이만 했다. 기껏 ‘방콕포스트’ 같은 신문이 귀퉁이 칼럼을 통해 외부(외세) 개입을 나무라며 선거위원회에 재고를 요청한 게 다였다.

태국 속담에 “두 차앙 하이두 하앙, 두 낭 하이두 매”란 말이 있다. “코끼리를 볼 때는 꼬리를 보고 여성을 볼 때는 그 어머니를 보라”쯤 될 법한데, 한마디로 속을 잘 살피라는 뜻이다. 예컨대, 태국의 정보 유통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가짜뉴스 통로이며, 세계 최악 가짜뉴스 차단 기록을 지녔다. 최근 페이스북은 50%에 이르는 사용자 등록이 가짜라고 자백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2016년 미국 선거에서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통로로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실제로 그 선거에서 페이스북이 퍼 나른 ‘톱 20 가짜뉴스’가 19개 주요 언론사에서 나온 ‘톱 20 뉴스’를 다 합친 수보다 더 많았다. 그런 페이스북이 태국 총선을 돕겠다니!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여태 온 세상 독재정부 뒤를 받치며 이문을 챙기고 몸통을 키운 다국적기업들이 사업허가권을 쥔 태국 정부에 맞서 시민사회 편에 설 수 있느냐는 대목이다. 태국 정치의 심장부로 뛰어든 페이스북 같은 정보관련 자본들을 노려봐야 하는 까닭이다.

가짜 뉴스는 태국이나 특정 국가의 현상이 아니다. 기자가 돈을 받고 기사를 파는 ‘체크북 저널리즘’ 같은 가짜뉴스의 시대는 이미 고전이다. 가판대에서 판매부수를 올리고, 온라인 클릭 수를 높여 광고수익을 얻는 가짜뉴스의 시대도 저물어간다. 이제 가짜뉴스는 정치권력과 거대자본이 결합한 지구적 규모의 21세기형 지배도구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가짜뉴스는 언론이 죽은 사회를 파고드는 공통점을 지녔다. 태국 총선 정국을 바라보면서 줄곧 내 뇌가 서울 쪽으로 작동하는 까닭이다. 대한민국은 안녕하신가.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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