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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역사는 잠자는 동안 이루어진다

2019-03-11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역사는 잠자는 동안 이루어진다

혹자는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밤이 되면 역사를 만들기보다는 잠을 잡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그렇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체시계를 역행하여 밤에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실제 많은 의료전문가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고혈압, 뇌졸중, 심장마비, 당뇨병 등의 건강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고 말합니다. 뇌건강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룻밤만 잠을 설쳐도 뇌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인지 기능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수면 부족이 계속되면 정신 분열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잠든 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신기하게도 몸은 우리가 잠든 사이 많은 활동을 합니다. 먼저 뇌청소시스템인 글림프시스템이 작동하여 하루 동안 쌓인 뇌 속 노폐물을 처리합니다. 2013년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의 Maiken Nedergaard 교수 연구진의 ‘Science’지 발표에 따르면, 글림프시스템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도 청소한다고 합니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뇌건강에 치명적인 독성단백질로 뇌에 쌓이게 되면 뇌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결국 치매를 유발하게 됩니다.

또 우리가 잠든 사이 뇌는 면역시스템을 조절합니다. 2019년 2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Filip Swieski 교수 연구진은 수면과 심혈관질환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Nature’지에 발표하였는데, 이번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동맥경화가 유발되는 기전을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Swieski 교수 연구진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뇌활동과 기상을 촉진하는 신경펩타이드인 히포크레틴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혔습니다. 밤중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다깨다 하는 잠을 자게 되면 뇌하수체에서 히포크레틴 생성이 줄어드는데, 그럼 골수에 신호가 전달되어 백혈구 생성이 증가되고 이 때문에 혈관벽에 손상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성적인 혈관벽의 손상은 동맥경화를 유발하게 되어 우리를 고혈압이나 뇌졸중, 심장마비의 위험에 빠지게 합니다.

숙면은 우리의 건강뿐 아니라 학습능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19년 ‘Current Biology’지에 발표된 스위스 베른 대학교의 Kathalrina Henke 교수 연구진은 우리가 숙면을 취하는 동안 새로운 어휘를 익힐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였습니다. 피험자들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외운 단어들을 잠에서 깨어나서도 무의식적으로 다시 떠올릴 수 있었으며, 이들의 뇌활동을 관찰한 결과 놀랍게도 깊은 잠을 자며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과정과 깨어있을 때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과정 간에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우리는 자면서도 무언가를 열심히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숙면은 우리에게 이리도 중요하니 ‘우리 역사는 가히 잠자는 동안 이루어진다’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요즘 춘곤증으로 낮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낮잠을 너무 많이 자면 밤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정 힘들면 점심시간 후 30분은 넘지 않게 잠시 눈 붙이고,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잠들기 힘들면 라벤더향을 함께 하면 도움이 됩니다. 향과 함께 하는 숙면을 통해 뇌활동 왕성한 건강한 밤 보내기 바랍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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