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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 50년…같은 재료에서 끊임없이 찾아낸 새로움

2019-06-04

한국 화단 대표 단색화 작가 하종현

20190604
하종현 작가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작가 정신’이 여전하다. 하종현 작가(84). 50년이 넘도록 진행한 물성 탐구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느슨함도 없다.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단색화 작가로 우뚝 섰음에도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까지 에너지 넘치는 작업을 직접 한다. 조수가 있지만, 작업에 손을 못 대게 한다. 캔버스를 옮기는 일만 시키는 정도이다. 아내가 색을 만드는 것을 돕는다. 아내의 작업 공간을 다들 ‘부엌’이라 부른다.

美軍군량미 마대자루·철조망 등
非미술적·非전통적인 매체 사용
기존질서에 저항·도전하는 의미

물감에 연기 씌운 ‘그을림 기법’
그림 ‘구운’ 느낌의 오묘함 선사
7월28일까지 부산에서 개인전


작가는 저항과 도전의 상징이다. 1970년대부터 미군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마대자루를 비롯해 철조망, 신문지 등 비(非)미술적이고 비(非)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했다. 기존의 질서에 철저히 저항하는 작업이다.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전에서 작가는 1970년대 당시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대구미술관 전시를 위해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작가는 마대자루, 철조망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재료에서 일관성을 보이고 있는 게 놀랍다. 일관성에 새로움을 입히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작가는 “지루하지 않고 썩지 않도록 ‘죽어라’ 작업했다”고 밝혔다. 힘들고 어려웠던 젊은 시절에 마련한 ‘바닥’ 위에 새로움의 꽃을 피운 셈이다.

작가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다. 2015년 이후 작업한 ‘접합’ 시리즈 신작을 만나 볼 수 있다. 적색과 청색, 다홍색의 ‘접합’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물성 탐구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처음부터 서양 재료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물감도 물성으로 해석했다. 색깔을 단순히 예쁘다, 좋다로 말할 게 아니다”고 했다. 서양과는 다른 작가적 정신이 한국 미술의 자존심을 세우게 된 배경이 됐다. 작가의 단색화는 반복과 수행이 아닌 물성을 미학적으로 탐구한 것이다. 접합은 물성과 물성, 물성과 정신을 한데 붙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을림 기법’으로 만든 단색화가 오묘하다. 작가는 마대자루에 물감을 바른 뒤 검은 연기를 물감에 씌우고 캔버스의 뒷면을 밑에서부터 위로 밀어낸다. 그을린 물감에 감춰진 색깔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구웠다’고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치열한 물성 탐구 작업은 대구경북 출신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후기 단색화 작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계명대 출신의 남춘모 작가와 청도 출신의 이배 작가가 ‘하종현 미술상’을 받았다. 전시는 7월28일까지. (051)758-2239

글·사진=부산에서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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