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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슈베르트 가곡 ‘송어’

2019-07-26

유쾌하고 명랑한 송어의 뛰노는 광경 담아…시원한 개울에 발 담그고 들으며 더위 탈출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슈베르트 가곡 ‘송어’
슈베르트를 돕기 위한 모임 ‘슈베르티아데’

한여름에 어울리는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Forelle)’, 장마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대구의 습지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여름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청량한 노래가 있다. 바로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노래는 빠르고 경쾌한 선율과 역동적인 리듬으로 마치 맑은 물속에서 힘차게 뛰어노는 송어를 연상케 한다.

‘송어’는 1817년에 작곡되었고 이듬해에 그 시대의 유명 바리톤 가수 요한 포글(1768~1840)에 의해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에서 초연을 했다. 슈베르트와 포글과의 우정은 음악사에서도 유명하다.

슈베르트는 그를 위해 많은 가곡을 작곡했고 무명 작곡가의 재능을 알아본 유명 가수는 ‘송어’ 외에도 연가곡 ‘겨울 나그네’ 등 수많은 그의 가곡(Lied)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이들이 친하게 된 것은 ‘슈베르티아데’라고 하는 슈베르트를 돕기 위한 모임을 통해서였으며, 이 모임에는 슈베르트와 어린시절부터 친구였던 법률가 슈파운을 비롯해 시인인 마이어호퍼, 천재 화가 슈빈트, 그리고 슈베르트보다 서른살이 많은 빈 국립오페라 극장의 명 바리톤인 포글이 참가하고 있었다. 이들은 밤마다 작은 술집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고, 시와 문학을 논했다. 이 모임은 슈베르트의 짧은 인생과 함께 끝나버렸지만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 그들의 우정은 슈베르트의 음악처럼 아름다웠다.

슈베르트는 그들의 사랑 후원과 응원으로 인해 가난과 병으로 불행했던 환경 가운데도 외롭지 않았으며 그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아름다운 곡을 남겼다. 슈베르트의 음악과 인생에 대해서는 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 칼럼에서는 가곡 ‘송어’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슈베르트 가곡 ‘송어’

가곡 ‘송어’는 제목이 한글로 번역돼 ‘숭어’라고도 하고, ‘송어’라고도 해 많이들 헷갈려한다. 음악교과서에도 ‘숭어’라고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맞는 번역인가. 필자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의 모차르테움음대에서 유학할 당시 근교의 강에서 ‘Forelle’(독어)를 많이 봤다. 식당에서도 Forelle 요리를 흔히 볼 수 있었다. 한글로 ‘숭어’는 바다생선이고 ‘송어’는 민물생선이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는 바다가 없고 강이 많기 때문에 ‘Forelle’는 한글로 번역하면 강이나 호수에 사는 민물생선으로 ‘송어’가 올바른 번역이다. -권은실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가곡 ‘송어’는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다니엘 슈바르트(1739~1791)의 시를 가사로 삼았다. 작곡가와 시인의 이름이 철자 한자의 다름이라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송어’, ‘숭어’ 하듯이.

가곡 ‘송어’는 유절형식으로 원래의 시는 4절로 구성되어 있으나 슈베르트는 3절까지만 곡을 붙였다. 가곡의 형식은 크게 ‘통절형식’과 ‘유절형식’으로 구분하는데, 통절형식은 하나의 절로 이루어진 노래이며, 같은 선율에 다른 가사로 여러 절로 구성된 형식의 노래를 유절형식이라고 한다.

이 가곡은 유쾌하고 명랑한 송어의 뛰노는 광경을 그린 것인데, 가사의 뜻은 다음과 같다.

거울같이 맑은 강물에 송어가 화살처럼 헤엄치고 노는데, 낚시꾼이 낚싯대를 대고 있어도 물이 너무 맑아서 안 잡히니 물을 흐려놓고 송어를 잡는다. 그 광경을 본 나는 낚시꾼에게 속아 넘어간 물고기를 보면서 몹시 화가 났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가곡의 4절 격인 시의 뒷부분은 슈베르트가 뺐으며 그 내용은 잡힌 송어를 여자에 비유하여 남자를 조심하라고 젊은 여성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이다.

시원한 개울에 발을 담그고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들으면서 이 여름을 이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끝으로 ‘송어’의 가사를 번역해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1절-반짝이는 개울 속으로/ 기쁜 마음에 재빨리 낚싯대를 던졌다네/ 변덕스러운 송어 한 마리가/ 마치 화살처럼 피했다네/ 개울가에 서서/ 달콤한 휴식 속에 바라만 보았다네/ (깨끗한 개울 속에서)/ (헤엄치는 활기찬 송어를)

2절-한 낚시꾼이 낚싯대를 들고/ 물가에 서있었다네/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냉정히 지켜보고 있었다네/ 개울물이 맑은 상태 그대로 있자/ 나는 생각했다네/ (낚싯대로는 저 송어를)/ (결코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3절-하지만 결국 그 낚시꾼은/ 기다림을 지겨워 했다네/ 그는 개울을 휘저어/ 흙탕물로 만들었다네/ 내가 알아채기도 전에/ 낚싯대가 휘어져있었네/ 거기에 송어가 꿈틀대고 있었네/ (나는 몹시 화가 나서)/ (나를 속인 송어를 노려보았다네)

4절-청춘을 지키기 위하여/ 황금 같은 시기를 지체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그래도 한 번 송어를 생각해보고/ 위험에 빠졌다면 서두르시오!/ 대부분의 당신들은 지혜가 부족하니/ 여성들이여, 경계하시오!/ 낚싯대를 휘두르는 유혹마들을!/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피를 흘린 상태이니! 작곡가·대구음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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