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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론칭된 지역 대표격 수제맥주인 대경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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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중구 방천시장 내 김광석길에 진출한 브루펍인 펠리세트가 만든 IPA(인디아페일에일), 흑맥주 스타일인 스콜피우스와 바나나향이 인상적인 시그너스 등이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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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4일 김광석길에서 열린 대구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 발대식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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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리세트 전효철 대표가 상주시 연원동 텃밭에서 수확한 생호프. |
핏빛 와인 옆에 황금빛 맥주가 있다. 둘은 서양을 대표하는 도수가 낮은 술. 맥주를 응시한다. 잘 발효된 보리·밀밭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드문드문 눈발 같은 거품이 입술가에 매달린다. 맥주가 자꾸 ‘이집트 신전’처럼 다가선다. 방금 나온 수제맥주(크래프트비어). 이건 갓 구운 빵. 술이 아니다. ‘음료수’다. 옆 사람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알코올 도수를 잠재워주기 때문이다. 소주와 막걸리, 양주와 와인 사이를 연골처럼 파고든다. 맥주는 연결용이다. 결코 주장하지 않는다. 절망으로 기우는 자보다 평화와 즐거움의 정점에 서게 만든다. 그래서 미소와 웃음이 대미를 장식한다. ‘혼자 맥주’보다 ‘함께 맥주’가 답이다. 맥주축제의 상징이 된 독일 옥토버페스티벌 행사장처럼 여럿이라야 제 울림이 피어난다.
수제맥주 유통 가능 주세법 개정, 공장형에 도전장
맥주광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맛…수맥시장 확대
자가 양조시설 갖춘 대구 수제맥주 브랜드 입소문
문화축제와 어울린 ‘수맥도시 대구’ 새로운 도약
국내에는 두 종류의 맥주가 있다. ‘공맥’과 ‘수맥’이다. 공맥은 공장 맥주, 수맥은 수제 맥주. 공맥은 양식, 수맥은 자연산에 가깝다. 우리의 주세법은 오직 대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듯 했다. 하나의 공맥을 만들려면 넓은 부지와 거금의 시설 인프라가 필수라서 일반인은 언감생심. 공맥은 1년 정도 장기유통시켜야 하기 때문에 멸균처리 되고, 그래서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는 어려웠다. 아직 2%의 점유율도 확보 못한 난장이급 수제 맥주는 이 대목에 역공을 가하겠다는 심산이다.
1933년 8월 일본의 대일본맥주가 조선맥주(하이트의 전신), 같은 해 12월에는 일본의 기린맥주가 소화기린맥주(OB 전신)를 설립한다. 광복 직후 미군정에 의해 관리되어 오다가 52년 모두 민간에 불하된다. 때문에 OB맥주와 하이트맥주의 창립연도는 모두 1952년. 이에 앞서 48년 기린맥주는 상호를 ‘동양맥주(Oriental brewery)’로 바꾸고 맥주 상표와 도안도 OB맥주로 바꾼다. 하지만 조선맥주는 상호 변경이나 상표 변경 없이 상품명만 ‘금관(크라운)맥주’로 바뀐다.
새 도전자가 생겨났다. 한독맥주다. 1975년 3월 ‘이젠백(Isenbeck)’이란 상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맥주는 3파전. 하지만 두 회사의 저지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77년 조선맥주에 인수된다.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맥주시장 점유율은 대략 동양 60%, 조선 40%를 유지한다. 하지만 89년 출시된 OB 슈퍼드라이와 크라운 슈퍼드라이의 출시 후 양사는 치열한 판매 경쟁을 한다. OB 슈퍼드라이의 약진에 힘입어 동양맥주의 시장점유율은 70% 를 웃돈다.
와신상담을 해 온 조선맥주가 93년 히든카드를 내민다. 바로 ‘하이트(HITE)’. ‘지하 150m 암반 천연수로 만든 맥주’란 점을 강조한다. 91년 두산전자의 페놀사고 이후 아직 가시지 않은 환경오염 및 음용수 논쟁 시류를 교묘하게 이용해 돌풍을 일으켰다. 1994년 6월부터는 진로쿠어스 맥주가 ‘카스(Cass)’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 대열에 뛰어든다. 한독맥주 이후 다시 3파전을 맞는다. 진로쿠어스는 진로소주로 다져온 강력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15%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맥주 시장을 잠식해 갔으나 부실경영으로 인해 98년 오비맥주에 인수된다. 다시 롯데주류가 3년간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맥주를 출시한다. 바로 ‘클라우드(Kloud)’, 한국을 의미하는 코리아(Korea)의 ‘K’와 풍부한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구름의 영문 ‘클라우드(Cloud)’를 결합했다.
나는 한국형 맥주축제의 현주소를 현장확인하기 위해 지난 9월20일 서울 신촌맥주축제, 지난 3일 재차 1박2일 일정으로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9회)에도 참석했다. 맥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동안은 ‘초록동색 맥주’라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와인의 본질을 찾아가는 소믈리에처럼 수제맥주 전문가인 브루마스터의 자세로 수제맥주문화운동에 동참하고 있었다.
지난 9월24일 오후 4시.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야외콘서트홀과 바로 옆 브루어리 대도양조장에서 열린 대구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회장 문준기) 발대식. ‘나만의 수맥시대’를 지지하는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미약하나마 대구의 수맥쟁이들이 자기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달성군과 수성구에서도 수제맥주축제가 열렸다. 공장 맥주가 주도하는 치맥도시 대구에서 벗어나 ‘수맥도시 대구’를 펼쳐갈 모양이다. 자가 양조시설을 갖춘 대구 3대 수제맥주 브랜드인 ‘대경맥주’ ‘펠리세트’ ‘대도양조장’, 그리고 달서구에 있는 브루펍인 ‘파브리코’, 수제맥주 관련 교육인프라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경대 구본자 교수 등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작기계업을 하는 정만기씨가 오픈한 대도양조장. 거기서 가장 인상적인 건 대도 IPA, 골든에일 등 6종의 수맥을 조주하고 있는 미국인 브루마스터 제라드 해치의 해맑은 웃음이었다. 그는 그게 운동 때문이 아니라 수맥 덕분이라는 표정이다.
글·사진=이춘호 음식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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