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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열정치의 무대가 돼버린 광장정치

2019-12-09

한국민주주의 보편적 무대
조국사태 후 정파대립 양상
대의정치 극단화와 맞물려
野 지지세력에 與까지 가세
편싸움 풍조로 민주화 역행

20191209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한국의 민주화는 광장정치와 함께 했다. 6월항쟁의 넥타이부대에서 탄핵정국의 촛불시민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동력이었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광장정치는 시민참여 민주화의 모범적 사례로 인용되기도 한다. 광장은 정부와 권력을 향해 외치는 보편적 시민들의 무대였다. 여전히 광장정치는 대의정치와 함께하는 참여정치의 마당이다. 그런데 보편적 시민참여의 무대였던 광장이 점차 정파적 위력을 과시하는 분열정치의 무대가 되고 있다.

2~3년 전의 탄핵정국 이후 광장집회는 거의 상시화됐다. 이번 주말 광화문에는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외치는 집회까지 가세했다. 36개의 그랜드피아노를 비롯한 수백 명의 악기 연주를 동반한 특이한 집회로 주목을 받았다. 조국사태 정국에서부터 있었던 보수세력의 청와대 입구 ‘문재인 퇴진’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노동단체들의 집회도 있다. 또 여의도에선 검찰을 성토하고 한국당을 압박하는 검찰개혁 집회가 열렸다.

조국사태 정국을 거치면서는 정파적 대립의 집회 양상이 두드러졌다. 물론 탄핵정국에서도 탄핵 주도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태극기 세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촛불 시민이 보편적 시민 참여를 주도했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보편적 시민의 광장이 완전히 분열됐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분열됐고, 정권비판과 검찰비판으로 맞서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진보진영 일부의 정권비판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분열정치의 무대가 된 광장정치는 우리 대의정치의 극단화 경향과 맞물려 있다. 과거에도 국회가 마비되고 정국이 경색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장외정치가 등장했다. 그러나 늘 장외정치의 주체는 야당 세력이었다. 이게 시민의 지지로 이어졌을 때 광장의 정치가 됐고, 민주화의 동력이 됐다. 조국사태 정국을 거치면서 여야 지지세력이 광장에서 대립하고 있다. 독재정권 시기의 관변 집회를 빼고는 2004년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반대운동이 민주화 이후 여당 지지세력이 광장에 나섰던 유일한 경우였다.

최근 문재인정부 지지세력이 가세하는 광장정치는 여소야대의 의회구조가 배경에 있다. 물론 여소야대라고 해서 집권여당이 장외정치를 동원하는 건 아니다. 대통령 권력과 의회의 권력이 다른 분점정부, 또는 여소야대 구조가 대통령제에서 흔히 있다. 그럴 경우 단일한 권력행사가 어렵기는 하지만, 타협이나 협치를 통해 대의제가 작동한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는 탄핵의 후유증에 여권 지지세력의 특성이 가세하면서 여야의 대립이 광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비주류 세력으로서 조직화된 단합을 강조해 온 문재인정부 지지세력 특성도 있다. 조직화된 단합은 인터넷을 통한 활동,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광장의 지지로 이어졌다.

내부의 강한 단합은 상대적 배타성을 동반했다. 대의정치를 주도하면서도 제도를 넘어선 혁명적 정치방식의 기미가 늘 있었다. 여기에 역대 집권세력의 도구였던 검찰이 오히려 문재인정부의 집권세력과 충돌하는 독특한 상황이 되면서 정권 지지세력의 광장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장기화된 분파적 광장정치는 정치의 종교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퇴진’을 내걸고 장기간 장외농성을 주도 하고 있는 단체는 아예 보수 기독교의 특정 종파이다. 그들에게 규탄 대상은 악마이다. 이 밖의 세력들도 점차 그렇게 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우리 편을 옹호하는 것이다. 무조건인 편싸움, 세력싸움의 흑백정치이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과제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것인데, 최근 정치 풍조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민주주의와 열린정치의 무대였던 광장이 이제는 분열의 전장을 벗어나 다양성이 공존하는 축제의 마당으로 발전하길 소망한다. 더불어 오류가능성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수렴해 가는 것이 열린사회의 민주주의라고 했던 칼 포퍼의 명제를 함께 되새겼으면 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