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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대형건축물 미술작품 의무설치 '1% 법' 이대로 좋은가

2020-01-14

"저승사자 같다""고철 덩어리"…흉물 된 설치작품
불공정관행으로 공공미술 가치 훼손
천편일률적 작품양산 등 예술성 논란
사후관리 잘 안돼 실효성 의문도 제기
"도시환경에 기여하고 본래 취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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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철거된 세종시 공공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왼쪽)과 2017년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설치된 초대형 미술작품 '슈즈트리'. 넝마가 널려 있는 것 같다며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최근 대형 건축물에 설치하는 조형물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흉물로 전락하거나 작품의 예술성도 논란을 빚고 있다. 게다가 유명무실한 심의절차와 불공정한 관행으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도시 상황과 시민 정서에 맞는 제도 보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흉물로 전락한 조형물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따르면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는 건축비용의 1% 이하 범위에서 회화, 조각 등 미술 작품을 설치해야 한다. 1972년 법 제정 당시에는 권장 사항이었다가 1995년부터 의무화 됐다. 이른바 '1% 법'이다.

도심 내에 설치되는 미술품은 공익적이며 예술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심의절차, 천편일률적 작품양산, 예술성 논란 등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물이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거나 모양과 소재, 배열이 유사한 작품을 여러 곳에 설치하는 등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 문화환경 개선과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세워지고 있는 조형물이 오히려 흉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대로변에 있던 '흥겨운 우리 가락'이 "저승사자가 연상돼 무섭다"는 민원이 급증하면서 지난달 철거됐다.

2017년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설치된 초대형 미술작품 '슈즈트리'는 넝마가 널려있는 것 같다며 논란이 됐고, 강남 포스코센터 앞 초대형 조형물 '아마벨'은 "구겨진 고철덩어리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철거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공공미술포털사이트 등록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가 의무화된 1995년 이후 조각 738점, 회화 240점 등 총 1천46점의 미술작품이 설치됐다.

◆공정성도 의문…폐지 주장도

심의과정의 공정성도 문제다.

대구시의 경우 조례에 따라 미술장식품심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심의위원은 미술과 조각, 회화, 공예, 디자인 전문가와 시민 등 비전문가 50여명을 인력풀로 구성해 10명 내외의 위원이 윤번제로 심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해당 심의위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심의위원이 버젓이 출품에 나서는 등으로 사실상 '셀프 심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 2017년부터 최근 3년간 134건의 미술작품 심의 결과 부결은 7건(5.2%)에 그쳤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심의위원은 작품 출품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간 브로커들이 판치면서 작가들에게 혜택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형국이다. 작가에게 정당한 창작료를 지급하지 않고 작품 설치금액의 일부가 건축주와 대행사에 리베이트 형식으로 넘어가는 불공정 관행 탓에 미술 작품이 질적으로 하락하고 공공미술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것. 지역의 한 미술가는 "예술가들의 순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작가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불·탈법이 판치면서 작가는 울며 겨자먹기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건축물에 미술작품을 의무 설치하는 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아름답지도 예술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시각 공해 같은 조형물이 많다. 차라리 벤치나 조경이 더 보기 좋고 비용도 저렴할 뿐 아니라 편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가 드러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에 적용대상 건축물 연면적 상향 조정,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작가의 다양성, 작품 수준의 향상을 위한 전문 대행기관을 통한 공모, 이면계약 요구시 과태료 부과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의 한 미술장식품심의위원은 "법제화된 지 20년이 지나 현재 도시 상황과 시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도시 환경에 기여하고 시민들이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