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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정 원장의 건강칼럼] '완경' 중장년, 동백꽃같은 만개한 삶을 위해

2020-01-21

폐경과 여성호르몬 급감으로 心身 변화
전반적 건강상태 평가후 증상·목적 따라
호르몬·대체요법 등 개별화된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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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정산부인과·산부인과 전문의〉

100세시대라는 말에 비춰 보건대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생산적 기능을 가지는 시기보다 그렇지 않은 기간이 더 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폐경이라는 표현보다는 월경에서 해방되어 월경의 완성이라는 완경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완곡한 표현이라서 기쁘긴 한데 실제로 우리 중년, 노년기 여성의 현실 건강은 완곡할까.

K씨(여·52)는 건강검진 후 다소 의아한 결과로 내원했다.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했지만, 골감소증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소변 검사상 혈뇨와 염증 소견이 나온 것이다. 2년 전부터 월경이 끊어지면서 이전부터 있어 왔던 안면홍조와 불면증이 더 심해졌지만, 주위 친구들도 다 그렇다더라는 말에 운동과 식이 조절로 지내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질건조증이 심해졌고, 등산이나 심한 운동, 사우나 후에는 더 건조해져 간지럽거나 따갑기도 했지만, 진료를 미뤄오다 검진결과를 계기로 내원했다.

A씨는 나이에 비해 심한 위축성 질염이 있고, 이로 인해 소변 검사상 염증 소견이 동반된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골감소증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증가로 혈관성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 것은 2년 전 폐경과 관련 있을 수 있었다. 상담 후 A씨는 유방암, 뇌병변 등의 기저 위험도나 질환이 없어 호르몬제 복용과 추가 대체요법을 병행하기로 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먹는 한 알의 약이 번거롭고 평소 주변에서 들어 온 막연한 위험성 때문에 주저했지만, 4주정도 지난 지금 한층 달라진 삶의 질 향상에 만족하고 있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여러 신체의 변화가 생긴다. 그 중, 골다공증과 혈중 콜레스테롤 변화로 인한 혈관질환, 질건조증으로 인한 요로생식기의 변화, 기분장애로 인한 우울증, 상실감이 환자나 진료 현장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문제다.

여성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라 여겨져 따로 주목받지 못하고, 막연한 호르몬치료에 대한 공포감으로 갱년기의 혹한 시기를 그냥 견디거나, 잘못된 상식에 기반해 별다른 효과가 없는 치료를 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2002년 WHI(미국여성보건연구소)의 폐경기 호르몬치료와 유방암의 위험도에 대한 발표 이후 현재까지 치료 찬반에 대한 서로 상반된 많은 연구와 발표가 있어 왔지만, 한번 각인된 부정적 사회 인식이 바뀌어지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로 인해 폐경 이후의 여성들의 치료 자체가 비의료적인 영역으로 더 쉽게 유입되어 적정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불필요한 물질적, 정신적 지출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폐경호르몬요법은 환자 개개인의 적응증과 치료의 목표, 나이와 발생시기 등을 고려하고, 기타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평가해 득과 실을 따진 후 시작해야 한다. 국내 폐경학회에서는 60세 이전이나 폐경 발생 후 10년 이내의 환자군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혈관 운동계 증상과 비뇨생식기 증상, 골다공증에 효과가 확인된 만큼 환자 개개인의 상황, 증상, 위험도, 치료 목적에 따라 개별화되어 치료가 시행된다면 호르몬요법은 폐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의 치료 및 여성의 삶의 질 향상에 분명히 좋은 치료로서 사용될 수 있다.

부득이하게 전신적 호르몬치료가 어려운 환자군에 있어서도 낮은 용량의 에스트로겐 질정 등의 치료나 크림, 레이저, 영양요법 등 대체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간구할 수 있다. 폐경기에 걸친 전반적인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는 더 이상 혼자 밤을 지새우며 견뎌 보내야 할 개인의 사소함이 아니다.

사춘기 때 초경으로 시작해 결혼과 임신, 육아를 거치고 이제는 그것을 완성하고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중장년의 여성들이 동백꽃같이 이 겨울 다시 만개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구수정산부인과·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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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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