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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진료체계..."지금 병원은 한 마디로 전쟁터...6일째 집에 가지 못했다"

2020-02-29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의 사투

보호구 착용 금세 땀범벅..파스 탓에 온몸 피부병


24시간 진료체계...지금 병원은 한 마디로 전쟁터...6일째 집에 가지 못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근무교대를 하고 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제공>
28일 오전 11시30분쯤, 코로나19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회색 컨테이너 3개 동이 본관으로 들어가는 문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의료 폐기물을 밖에 내놓기 위해 잠깐씩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기자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비상대책본부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실 내부는 마감을 앞둔 주식시장처럼 분주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판을 점검하고, 쏟아지는 전화를 받느라 전 직원이 바쁜 모습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남성일 대구동산병원 기획실장(이비인후과 교수)으로부터, 긴급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동산병원은 지난 23일 코로나 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잠시후 한 켠에서 보호복을 해체한 간호사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통풍이 되지 않는 방호복 탓에 머리는 땀에 젖어 있었고, 얼굴엔 고글과 마스크 끈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짧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측은해 보였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한 간호사 A씨는 "집에 남편과 아이가 지금 이순간 가장 보고싶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직접 접촉이 많아서 혹시나 면역이 약한 아이에게 옮기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이럴 때 차라리 집에 가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24시간 진료체계...지금 병원은 한 마디로 전쟁터...6일째 집에 가지 못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한 의료진. 방호복을 해체하자 얼굴에 깊은 자국이 남은 모습이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제공>
A씨는 환자들과 접촉하면서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며칠전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한 확진자가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A씨 얼굴에 뱉어내 보호구를 모두 교체한 일이 있었다. 그는 "다행히 감염이 되지 않았지만, 이 일을 겪고 더 조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레벨 D 보호구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근육통으로 파스까지 붙이다 보니 피부병까지 얻게됐다"면서 "하루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간호사들은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장례식장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환자 치료는 물론, 격리환자의 배식까지 담당하고 있다. 환자 수에 비해 간호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측은 130명을 정원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70여명에 불과하다.

정인자 대구동산병원 간호부장은 "지금 병원은 한 마디로 전쟁터다. 벌써 6일째 집에 가지 못한 후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지역민을 위한다는 생각 하나로 힘든 일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진료체계...지금 병원은 한 마디로 전쟁터...6일째 집에 가지 못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근무 교대를 마친 의료진들이 보후구를 해제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에는 지원인력을 포함해 30명의 의사가 24시간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 확진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까지 해야 하는 탓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남 실장은 "외부에서 식사를 할 시간을 쪼개 도시락으로 매 끼니를 떼우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2~3일에 한 번 밤을 새야 한다. 따로 집이나 숙소를 가지 않고 병원 당직실에서 잠을 자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집에 간다고 해도 감염 우려에 가족들과의 만남은 언감생심이다. 방에 들어가 눈만 붙이고 나온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현재 220병상이지만, 100병상이 추가될 경우 인력은 딸릴 것이기 때문이다. 남 실장은 "저 상황판에 완치 숫자가 많아져야 하지 않겠냐"면서 "코로나 19 종식의 최전방에 서 있다는 자부심으로 이 곳을 지키겠다"이라고 강조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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