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집단생활시설에서 이송된 '중증장애인 확진자'를 돌볼 간병 인력이 없어 해당 시설의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가 돌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들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도 확진자라는 점이다. '확진자가 확진자를 간병한다'는 점에서 의료 윤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봉화 푸른요양원 요양보호사 A씨와 접촉한 포항의료원 의료진 7명이 자가격리됐다. 앞서 A씨는 푸른요양원 입소자가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환자 10명을 간호하기 위해 지난 6일 함께 포항의료원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포항의료원 측은 A씨를 비롯해 푸른요양원에서 온 요양보호사 3명이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확인하고 다음날 봉화로 돌려 보냈다. 이후 A씨는 봉화보건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요양보호사임에도 간병을 위해 부득이하게 입소자와 함께 전담병원으로 왔다가 의료진까지 감염 위험에 빠뜨린 셈이다. 이런 사례는 푸른요양원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포항의료원으로 이송된 칠곡 밀알사랑의집 중증장애인 5명을 돌보는 이도 확진 판정을 받은 사회복지사(영남일보 3월9일자 8면 보도)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현재 경북 각 시·군 집단생활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들 시설의 요양보호사 또는 사회복지사도 함께 포항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포항의료원에 중증장애인 등을 돌볼 간병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포항의료원에는 현재 153명의 확진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원 측은 확진자를 치료할 의료진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집단시설에서 오는 중증장애인 등을 돌볼 수 있는 형편은 더욱 아니라고 설명했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중증장애인에 대한 치료는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을 돌보는 간병 인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또한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간병인과 환경 등이 갑자기 바뀌면 더욱 나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은 집단생활시설의 사회복지사 등이 확진자를 돌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확진자가 확진자를 간병하는 것이 의료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환자치료에도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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