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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에서 지난 10일 실시한 '반려식물 나눔행사'.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겪는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꽃화분을 나눠줬다. <대구 중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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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다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출처- 영화 공식사이트 |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온 지 두달째가 됐다.
신종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에 '코로나 블루'라는 불청객을 끌여들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보건당국에선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약간의 불안과 우울 등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말한다.
◆일상 파고든 '코로나 블루'
직장인 이모씨(35·대구시 달서구)는 최근 위염과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회식이나 술자리가 없어지면서 몸이 더 건강해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건강이 더 나빠진 것.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19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루틴이 깨지면서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커졌다. 예전엔 가까운 해외로 밤도깨비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라며 "앞으로 몇 년간은 일상을 회복하지 못할 것 같아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해 잠도 잘 안 온다"고 말했다.
두 달째 '집콕 생활'을 하며 자녀들을 돌보고 있는 대구의 40대 주부 신모씨도 요즘 부쩍 울적함을 느낀다.
신씨는 "하루에도 몇 명씩 코로나19로 사망하는 뉴스를 보면 뭔가 남의 일 같지 않아 우울해진다. 전염병으로 갑자기 죽은 사람들이 너무 안 됐고, 만약 내 자신이나 가족 중에 누구라도 코로나19에 걸린다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 아찔해진다"며 "IMF 때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지,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경제불황과 빈부격차를 생각하면 절망감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3천9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4.7%가 최근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응답자(58.4%)가 경험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20대(54.7%), 40대(51.5%), 50대 이상(44.8%)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비율이 62.3%로, 남성(41.4%)보다 20.9%P 더 높았다.
코로나 블루의 원인은 무엇일까.
'고립,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 지루함'(22.9%)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야외활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13.4%), 주변 사람들의 재채기 또는 재난문자로 인한 건강염려증(11.7%), 소통단절에서 오는 무기력함(11.4%), 사회적 관계 결여에서 오는 우울감(11.2%) 등을 우울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코로나 블루' 극복하기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가족, 친구 등과 온라인으로 자주 소통하기'(24.5%)가 1위로 꼽혔다.
실제 최근 지인들과 휴대폰 단톡방 등에서 대화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외로움과 우울감을 달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어 '가벼운 실내운동이나 산책하기'(23.2%), '잠시라도 햇빛에 노출하기'(22.9%), '집콕 문화 즐기기'(19.3%) 등의 순으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겠다고 답했다.
'온라인 문화생활'을 하는 것도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 한 방법으로 통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공연은 잠정 중단됐지만, 온라인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쉽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취향에 맞는 공연을 즐기면서 잠시라도 울적한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다.
'식물 키우기'나 '유튜브 힐링 영상 보기' 등으로 코로나 블루를 달래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 블루를 '공부'로 극복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정모씨(42·대구시 동구)는 "내가 코로나 블루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들이나 자영업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우울감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최근 다시 영어와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는데, 확실히 공부를 하면서 코로나 블루 증상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마음건강 어떻게 지키나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을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일종의 심리방역으로, 보건복지부는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을 것(불확실한 정보는 불안과 스트레스 가중)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릴 것(과도한 두려움과 공포감에 압도돼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것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할 것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기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수면 습관 가지기 △사회적인 신뢰와 연대감으로 서로를 응원하기 등의 방법을 소개했다.
지자체에서도 지역민의 코로나 블루 극복을 돕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 중구는 지난 10일 '코로나19! 꽃으로 힐링해요' 행사를 갖고 어르신들에게 꽃 화분 350개를 전달했다. '반려식물'을 통해 바깥 활동 제한과 관계 단절로우울감을 느끼는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워진 지역 화훼농가도 살린다는 취지였다.
대구시는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격리자 및 일반 시민에게 24시간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적 문제 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분들이 있는데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며 "또 직장인들은 근무 스트레스와 해고에 대한 우려가 무기력증과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주변 지인들에게 힘든 마음을 표현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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