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0528010003915

영남일보TV

[최철영의 시중세론] 빛나는 시민정신과 부끄러운 국민여론

2020-05-29

생사 넘나든 감염병 이면엔
자랑스러운 시민정신과 함께
부끄러운 국민의식도 있어
오월정신의 저력 가진 우리
용서와 화해의 길 걸어가야

2020052801000973500039151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마스크는 이제 휴대폰과 같은 존재가 돼 없으면 불안하다. 점심은 구내식당의 투명한 아크릴판 속에서 혼자 먹는 게 마음 편하다. 모여서 직접 얼굴을 보며 회의를 하자고 하면 꺼림칙하다. 코로나19로 인간 삶의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용어에는 예측불가능성과 그에 따른 두려움과 불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이제 인류는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서글퍼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와 불안을 돌파하는 정석(定石)은 깨어 있는 시민정신이다. '시민'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유지하면서 자기책임 하에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다. 이에 비해 '국민'은 국가를 전제로 해서 단일한 의지를 가진 집합적 전체를 추구하는 존재다. 무려 8천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대구경북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시민정신에 있었다. 대구경북의 시민은 어서 빠져나오라는 주변 친지들의 권고도 마다하며 자발적 감금생활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부족한 것들을 나누었다. 이웃의 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영업이 봉쇄된 카페의 주인은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는 아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병원의 의료진이 지칠 때마다 정성 들여 제조한 폭탄커피를 공급했다. 결혼 20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이 마련해 주려는 손목시계 비자금을 가지고 서문시장에 가서 원단을 사고 미싱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3·1만세운동을 위한 태극기를 뿌리듯 이웃에 전달한 아름다운 마음도 있었다. 재난과 위기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일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을 위해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은 시민의 역량을 모아 밥과 반찬을 마련하지 못하는 홀몸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자발적 긴급돌봄을 제공했다. 대구의 상처를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고 오로지 희생과 봉사의 정신만을 가지고 지역에 달려온 전국의 의료인들도 시민 개인의 자격이었다. 모두가 빛나는 시민정신을 갖춘 영웅들이다.

하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감염병 전쟁의 와중에 있는 지역과 시·도민을 매도하는 부끄러운 국민의식도 경험했다. 대구코로나, 대구봉쇄, 대구경북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보수투표, 대구경북 손절,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라 등 저열한 상황인식과 지역주의 그리고 정파적 공세는 지역민의 가슴을 후벼팠다. 더욱이 이미 상황의 심각성을 경험한 대구시가 지역사회 감염전파 차단을 위해 대중교통 및 공공시설 이용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비웃음과 맹비난을 퍼붓던 '국민'도 많았다. 이들이 서울·경기는 물론이고 전국적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려는 정부에 대하여는 왜 침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경주시 또한 자매교류도시인 교토시와 나라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고 있다. 소위 '국민'의 비난 내용이 일본으로 가라, NO 저팬, NO 경주, 일본 명예시민인 경주시장 이제 정식시민 되겠네 등으로, 앞서 대구경북에 대한 비난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의심쩍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 정신'이 국민통합과 연대의 힘이 돼 국난 극복의 저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도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했다. 생각에 마(魔)가 끼면 모든 길은 외길이다. 소위 '국민'이 오로지 하나의 기준으로 세상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다면 반성이 필요한 때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