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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탈원전의 덫에 걸린 월성 맥스터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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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교수(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3년 전 탈원전 정책이 선언되고 나서 원자력계는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라는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려는 충격적 정책에 맞서야 했다.

 

간신히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되었지만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여전히 중지된 상태다. 이것이 눈에 보이는 어려움일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많이 겪고 있다.
 

연구개발 부문에서 미래 원전에 해당되는 연구는 대부분 중단되었다. 안전, 해체, 방사능, 일자리 이렇게 4개 분야의 연구만 허용되고 있다. 따라서 원전수출은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APR1400이라는 노형이 구식이 된 다음에는 수출할 것도 없어지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의 어려움은 원자력안전규제의 벽이다. 사실 원자력안전규제는 정권과 관련 없이 독립적이어야 한다. 원자력시설이 안전한 지 그렇지 않은 지를 기술적으로 판단해서 허가를 줄지 말지를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원자력안전위원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원자력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이고 게다가 친정부적 성향을 갖는 분들이나 과거 탈핵 NGO를 한 분들로 채워지면서 사업자가 규제의 벽을 통과하기가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기본적인 성향은 원자력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의 벽이 높아지는 것이 안전상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불필요한 규제의 부과과 인해 오히려 안전의 영향이 큰 부분에 집중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월성 맥스터의 경우 인허가에 3년여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납득하기 힘든 기간이다. 왜냐하면 인허가 과정에서 주로 관심있게 보는 것들은 부지와 시설이고, 월성 맥스터는 이미 10년 전에 동일한 시설이 건설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다. 정부는 이미 2013년 20개월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수행하였다. 이 대대적인 공론화의 결과를 이번 정권에서 뒤엎고 다시 공론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론화를 정말 잘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사용후핵연료 관련 사업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다시 하자는 것인지 헤깔렸다. 

 

당초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르면 올해 중간저장시설과 URL의 부지를 확정했어야만 하는 시점인데 공론화를 다시 하자는 것은 사업의 지연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정화 재공론화 위원장을 만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공론화를 하더라도 지연시키지는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한 바 있다. 예컨대 기존 공론화와 동일한 부분은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포화시기를 예측하는 것도 정확하게 한답시고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전국공론화와 지역공론화가 동일한 대상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전국과 지역공론화를 병행해서 시간을 단축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진도를 뽑을 수 있는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를 통해 원자력사업을 지연시키고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가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근거는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책은 국민적 공감대 안에서 추진한다’라는 결의다. 그렇다면 중간저장이나 영구처분시설이 아닌 맥스터를 공론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 맥스터는 원전 부지 내에서 이미 냉각된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하기 위한 설비다. 물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설치하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그것이 없다면 월성 2·3·4호기는 정지해야 한다. 

 

월성 맥스터는 탈원전 정책의 덫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 덫이란 한번 잡히면 벗어나려고 움직일수록 점점 더 조이게 된다. 이 덫을 벗어나는 방법은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덫을 끊는 것이다.
정범진 교수<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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