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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태의 제3의 눈] 한국전쟁 제2전선 있었다

2020-06-05

42개국 참전 한국전쟁 연구
여전히 한반도에만 머물러
美 CIA, 국민당 잔당 동원
중국의 본토 윈난성 공격한
한국戰 제2전선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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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이제 나는 52년에 걸친 군 복무를 마치고자 한다…그러나 병영에서 가장 자랑스레 찬양하며 불렀던 군가의 후렴을 아직 기억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1951년 4월19일, 미국 워싱턴의 상하양원합동회의장에서 한국전쟁을 이끌었던 맥아더 장군이 격정적인 퇴임 연설을 하던 시각, 리미 장군이 이끄는 윈난반공구국군 2천여 명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으며 버마의 꼬깡을 떠나 중국 윈난성 컹마로 쳐들어가고 있었다. 이 정체불명 군인들은 1950년 초 중국 인민해방군에 쫓겨 버마 국경을 넘은 장제스의 국민당 잔당이었다.

이건 해마다 6월이 오면 생채기가 덧나듯 떠오르는 역사의 한 대목이다. 내게 멍에로 남은 한국전쟁 제2전선이다. 2004년 꼭 이맘 때, 나는 사료 발굴과 현장 취재를 통해 한국전쟁 제2전선 존재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그러나 여태 그 마무리를 못했다는 생각이 늘 무거운 짐처럼 따라다닌다. 본디 나는 그 보도가 기자로서 내 역할이었고, 그 뒤는 연구자들 몫이라 여겼다. 기사가 나가자 적잖은 연구자들이 놀라며 관심을 보였지만 그게 다였다. 그리고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올해로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았으나 우리 한국전쟁사 연구는 안타깝게도 외연을 넓히지 못한 채 여전히 한반도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애초 한국전쟁은 남북과 미국, 영국, 중국, 소련을 비롯한 42개국이 참전한 제2차 세계대전 뒤 최대 규모 동맹전으로 냉전판 진검승부를 벌인 국제전이었다. 한반도에만 눈길을 꽂고는 한국전쟁사를 오롯이 기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 한국전쟁 70년이 지난 아직도 현대사의 공백으로 남아있는 한국전쟁 제2전선을 다시 꺼내드는 까닭이다.

1950년 11월25일, 중국 인민해방군 30만이 압록강을 넘자 맥아더는 백악관을 향해 "중국 본토 공업단지 폭격, 중국 해안 봉쇄, 타이완 국민당 동원 중국 본토 공격"을 요구했다. 그러나 확전을 두려워한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오히려 "압록강 작전엔 한국군만 투입하고, 폭격은 압록강 이남 5마일까지만 하라"고 명령했다. 1951년 들어 맥아더는 휴전안을 만지작거리는 트루먼과 날카롭게 각을 세웠고, 결국 4월11일 트루먼은 맥아더를 연합군 사령관직에서 쫓아냈다.

그리고 맥아더의 중국 본토 공격 요구를 거부했던 트루먼은 정작 맥아더가 사라지기도 전에 비밀스레 국민당 잔당을 동원해 중국 본토를 공격했다. CIA가 이끈 이 비밀작전 오퍼레이션 페이퍼(Operation Paper)는 트루먼이 직접 승인했고 타이완이 뒤를 받쳤다. 그렇게 해서 인민해방군 견제와 전력 분산을 노린 한국전쟁 제2전선이 한반도에서 3천㎞나 떨어진 중국 윈난에 펼쳐졌다. 그 한국전쟁 제2전선은 1951년 4월부터 1952년 8월까지 이어졌고, 국민당 잔당은 최소 7번 중국 본토 100㎞ 안까지 공격했던 사실이 취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국민당 잔당이 윈난의 전략 요충지 장악과 민중봉기에 실패하면서 한국전쟁 제2전선은 수그러들고 말았다. 결과를 놓고 보면 '중국의 참전 가능성 오판'과 '제2전선 오판'은 한국전쟁에서 부실한 미국 정보력이 낳은 최대 실패작이었다. 미국 역사는 전쟁의 패배를 기록하지 않는 전통을 지녔다. 한국전쟁 제2전선이 역사에서 묻혀버린 까닭이다.

묻지 않는 역사는 결코 대답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우리 현대사의 공백을 메워나가야 한다. 한국전쟁 70주년이 우리한테 던진 화두다.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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