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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듣는다] 유명재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과장....발가락이전술

2020-08-04

"손가락 없는 불편함, 발가락 이전술로 해소"

[전문의에게 듣는다] 유명재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과장....발가락이전술

지난해 5월 2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아버지와 함께 병원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A씨는 왼손을 숨긴 채 오른손으로 의자를 당겨 앉았고, 가방 위에 오른손을 올려 놓은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3세 때 녹즙기에 왼쪽 집게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절단된 그녀는 20년 넘게 불편함을 참으며 살았다. 그러다 '발가락 이전술'에 대해 상담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옆에 앉았던 아버지는 그런 딸을 보고 눈물을 글썽였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듯 보였다. 이처럼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면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상당히 크다.

W병원 관계자는 "일반적이진 않지만 손가락이 없는 사람에게 발가락을 손가락으로 옮기는 '발가락 이전술(족지전이술)'을 시행, 손가락을 만들어 그 불편을 해소해주는 경우도 있다"면서 "발가락의 경우 신발이나 양말 안에 가려져 있고, 조금만 적응하면 금방 걷는 것에도 익숙해지기 때문에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 심미적인 측면에서도 발가락 이전술을 고민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신발·양말에 가려진 발 부분으로 손 기능 회복
수술 후 3주 정도면 퇴원…보행·운동 지장 없어
새로 만들어진 손가락 모양 심미적 기능도 충족


◆발가락 이전술이 필요한 경우는

발가락 이전술은 발가락의 일부를 이용해 손가락의 길이를 늘리거나 없던 손가락 1~2개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사고로 인한 외상으로 손가락을 잃었거나 악성종양이나 선천성기형으로 손가락이 절단됐거나 없는 경우, 절단된 손가락의 손상이 심해 재접합이 불가능한 경우에 '발가락 이전술'을 시행할 수 있다. '발가락 이전술'을 통해 손의 기본적 기능인 집게 또는 잡는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고, 심미적으로 보다 완전한 손가락 모양을 만들 수도 있다.

발기락 이전술은 그 시기에 따라 갈린다.

수술 시기에 따라 다친 후 1~2주 사이에 시행하는 '즉시 발가락 이전술'과 상처가 다 회복되고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경과된 후 시행하는 '예정된 발가락 이전술'로 구분된다.

'즉시 발가락 이전술'의 경우 일상 생활에의 적응과 사회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자가 손가락 상실과 발가락 상실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상실감이 배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예정된 발가락 이전술'은 환자가 손가락 상실에 대해 받아들이고 손가락 재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짐으로써 수술 후 결과가 좋을 수 있지만 사회로 복귀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발가락 이전술은 어떻게 하나

'발가락 이전술'은 상실된 손가락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재건하기 위해 발가락의 발톱, 피부, 뼈, 신경 그리고 혈관을 가져온다. 엄지손가락은 상실된 정도에 따라 엄지발가락의 일부 또는 전체를 분리한 뒤 옮긴다. 다른 손가락의 경우는 엄지발가락의 일부를 분리한 뒤 옮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두 번째 발가락을 이용한다. 손가락 상실이 2개 이상인 경우 양쪽 두 번째 발가락을 이용하거나 한 발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을 동시에 이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손톱과 발톱의 모양 차이 때문에 엄지발가락의 발톱과 두 번째 발가락의 관절과 뼈를 조합하는 방식의 이전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 1~2일 전 수술 부위의 혈관·신경·힘줄의 상태를 알아보는 탐색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전신 마취로 진행되며 난이도에 따라 5~7시간이 소요된다. 수술 직후 1주 동안은 집중 치료가 필요하며 수술 2주 후 경과가 좋을 경우 수동 운동을 시작한다.

'즉시 발가락 이전술'의 경우 주변 상처가 좋지 않아 피부이식을 하면 재활치료가 조금 늦게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 2~3주가 되면 수동 운동과 보조기 운동을 시작하고, 3~4주에는 고정하고 있던 금속을 제거한다. '예정된 발가락 이전술'은 추가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 후 3주 정도면 발을 딛고 움직일 수 있어 퇴원이 가능하다.

[전문의에게 듣는다] 유명재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과장....발가락이전술
유명재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과장

◆발가락 이전술 이후 걷는 것과 균형은

엄지발가락 이전 후에는 발의 보행 중심이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 사이로 옮겨지고, 두 번째 발가락 이전 후에는 세 번째 발가락 쪽으로 발의 보행 중심이 이동해 수술 후에도 보폭 길이 등의 보행 분석상 변화가 없어 보행·운동 등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발가락 이전술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수술 후 새로 만들어지는 손가락의 모양도 중요하지만 발가락의 희생으로 예상되는 보행이나 일상 생활의 지장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발가락 이전술은 만약 실패하면 손가락의 길이는 더 짧아지고 가져온 발가락도 잃을 수 있다. 때문에 수술 전 수술부위에 대한 정확한 상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경험이 풍부한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의 적절한 수술방법과 수술 후 집중적 치료 역시 수술 성공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유명재 과장은 "이런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부터 회복까지 환자와 집도의 서로 간의 신뢰(라포-Rapport)와 환자의 강한 의지다.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수술 후 환자가 재활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때 수술 후 최대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상실을 경험한 환자에게는 술 한 잔 마실 때 잔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손,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 못하는 손, 그리고 항상 주머니 안에 있어야만 했던 부끄러운 손이지만 발가락에 새로운 손가락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면 조금 못생겼지만 당당한 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W병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이 병원에서는 모두 259례의 발가락 이전술을 시행, 99%의 성공률을 보였다. 미국 성형외과 학회지(2004년)에 수술 성공률이 98.5%로 소개되기도 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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