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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편(一師一便)] 하나라도 외워 써먹자

2020-09-28

지난 1학기 '논어'로 학생 8명과 인문 영재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은 건 아닙니다.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효' '우정' '리더십' 이렇게 세 항목으로 나누고, 각각에 3개의 구절을 뽑아 새로 엮었습니다. 9개의 구절로 5회에 걸쳐 암송하고 토론 거리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난감해했습니다. '한자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배우러 왔다가 자고 가는 거 아닌가?'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듣다 가는 것 아니겠지?' 이런 걱정으로 저를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구절 중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토론 거리를 찾아 연결 지으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제 수업에서 배운 구절의 암송은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근차근 9개의 문장을 다 암송했을 때 그 성취감은 얼굴 한가득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먼저 '효'에 관한 토론 거리는 '치매 노인은 전문기관에서 돌보아야 한다'였습니다. 이 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은 5대 3. 물론 아이들에게 정답이 없다는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우정'에 관한 토론 거리는 '친구가 부정 행위 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선생님에게 알려야 한다'였습니다. 6대 2. 두 명은 직접 말하거나 눈감아 준다고 하였습니다. 끝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이 위장전입이나 군 기피와 같은 문제가 있을 때 그 사람을 선발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선 8대 0. 아무도 뽑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었습니다. 한 학생의 후기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논어 '위정편'의 자유문효한대 자왈, "금지효자는 시위능양이니 지어견마하여도 개능유양이니 불경이면 하이별호리오?" 구절 암송을 통해 알게 된 공자의 대답은 나의 가치관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사실 나는 그리 효심 깊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공자가 제자에게 준 해답들은 전부 내 가슴속에 박히듯이 와 닿았다. 진심으로 공경하지 않고 부모를 대했기에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 없이 보살피기만 한다면 개나 말을 보살피는 것과 무슨 차이 있겠느냐'는 공자의 물음에 더더욱 답할 수 없었다.

류지홍 <대구원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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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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