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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4] 리·업사이클링 공간

2020-11-27

현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자원 재활용(리사이클링·recycling)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한정된 자원의 올바른 사용과 자연 훼손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최근에는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적인 요소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리·업사이클링은 공간의 영역에도 적용된다. 폐쇄된 건물이나 창고, 버려진 재료 등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형태다. 친환경적인 건축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리·업사이클링은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구에도 이미 많은 리·업사이클링 공간들이 조성됐고, 또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4편에서는 폐역사와 철길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고모역복합문화공간'과 '아양기찻길'에 대해 다룬다.

기적소리 멈춘 고모역 폐역사 활용, 추억의 복합문화공간으로…
#1. 서민의 애환을 간직한 '고모역복합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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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역사(驛舍)의 기능을 상실한 고모역은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인 '고모역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고모역복합문화공간은 고모 뮤지엄과 산책로, 고모 파빌리온 3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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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뮤지엄에는 역무원 근무복을 비롯한 다양한 소품과 함께 '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 동명의 영화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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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역과 국내 철도 관련 자료를 한데 모아놓은 전시 공간.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어~'.

가수 현인의 노래 '비 내리는 고모령'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진 고모역은 대표적인 리사이클링 공간이다. 폐 역사(驛舍)를 리모델링해 2018년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1925년 11월 문을 연 고모역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80여년의 세월 동안 통근 열차와 완행 열차가 이곳을 오가며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특히 고모역은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적인 공간이란 상징성을 띤다. 지대가 높은 고모령 인근에 위치해 증기기관차는 고모역까지 한번에 오르지 못하고 서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 열차를 타고 징용으로 끌려가는 아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가족들이 찾았던 곳이 고모역이다.

고모역을 재창조한 고모역복합문화공간은 지역민의 향수와 추억, 시대의 애환과 사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공간인 셈이다.

고모역복합문화공간은 수성구 고모동에 위치한다. 도심 속 간이 역사는 정겹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친숙함마저 느껴진다. 역사 양쪽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와 외벽의 빨간벽돌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꽤 낭만적이다.

공간은 크게 3개로 나뉜다. 고모뮤지엄과 산책로, 고모 파빌리온이다. 전시공간인 고모뮤지엄(옛 대합실)으로 들어가려면 정문이 아닌 승강장쪽 후문으로 향해야 한다. 역사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금세 후문에 다다른다.

하얀색 미닫이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아늑함이 느껴진다. 작은 공간이 지닌 힘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비내리는 고모령' 노래와 영화 관련 자료들이 유독 눈길을 끈다. 비내리는 고모령은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 1969년 임권택 감독 연출로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축음기, 타자기, 철도원 제복 등 오래된 소품들은 추억 여행의 감성을 한층 더 깊게 한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LP판은 고모동 주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고모역과 국내 철도 역사와 관련된 자료는 오른편 공간에 전시돼 있다. 이곳에선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고모역복합문화공간을 관리·운영하는 수성문화원은 매년 고모령 가요제도 진행하고 있다.

고모뮤지엄에서 나와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시비 하나가 눈에 띈다. 구상 시인의 대표 연작시인 '초토의 시'에 들어있는 '고모역' 시구가 새겨져 있다. 이 시는 1953년 칠곡에 정착한 시인이 북에 남아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작품이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쉼터 하나가 보인다. 고모 파빌리온이다. 특별할거 없어 보이지만 위시콘(Wish Cone)이란 고깔 형태의 원통 구조물이 천장에 달려있다. 구조물 아래에 서 있으면 달리는 기차와 주변의 소리를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휴식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금호강 옛 철교에 공공디자인 입혀 한해 50만명 찾는 명소로 재탄생
#2. 폐철교의 아름다운 변신 '아양기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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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아양철교에 공공디자인을 입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난 아양기찻길. 주변 경관이 빼어난 데다 동촌유원지 등 다른 명소들과 인접해 있어 연계성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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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기찻길 유리 구조물 내부에는 카페와 전망대 등이 마련돼 있어 휴식을 취하면서 금호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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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데크로 잘 정비돼 있는 아양기찻길 주변 산책로.


동구에도 철도와 관련된 업사이클링 공간이 있다. 옛 아양철교에 공공디자인을 입혀 전국적인 명소로 거듭난 아양기찻길이다. 아양기찻길은 연간 5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지역 대표 관광지다.

주변 경관이 빼어난 데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버스, 도시철도를 이용하거나 차량을 타고가도 된다. 금호강 자전거길도 인접해 있어 다양한 경로로 방문이 가능하다.

아양교 금호강변에 다다르면 이내 아양기찻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철교 중간 독특한 모양의 유리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시민에겐 이미 친숙하지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생소한 건축물일 수 있다. 현대식 도시철도 역사 같기도 하고, 거북선을 형상화한 조형물 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체 디자인은 백명진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맡았다. 옛 철교의 모습을 최대한 남기면서 심미적인 디자인을 가미해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아양기찻길은 철교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린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독일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본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낮 풍경도 운치있지만 해가 뉘엿뉘엿 질 때와 밤 풍경은 더 매력적이다. 철교의 야간 조명과 금호강이 어우러져 빼어난 정취를 만들어낸다. 작품사진을 찍기 좋은 핫플레이스다. 올해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관광 100선'에도 포함됐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아양기찻길로 들어선다. 맨 먼저 준공을 기념하는 머릿돌이 방문객을 반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나게 됐다'는 구절에서 아양기찻길 조성의 의미를 찾는다.

바닥에 깔린 철도 레일은 이곳이 기찻길이였음을 소리없이 알려준다. 목조 데크와 레일의 조합이 제법 감성적이다.

금호강의 경치를 눈에 담으며 걷다보면 금새 철교의 중심부 유리 구조물에 이른다. 이곳에는 전망대인 아양뷰와 갤러리 전시장, 디지털 다리 박물관, 카페 등이 둥지를 틀고있다. 따뜻한 실내 공간에서 여유롭게 금호강을 조망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건물 안에는 휴식을 취하는 이들로 붐빈다. 특히 자전거족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카페에는 아메리카노, 카페 모카, 카푸치노 등 커피류 외에도 과일주스류, 에이드류, 스무디류, 케이크와 쿠키류도 주문할 수 있다.

내부 공간 한쪽 바닥에는 옛 철길이 유리 아래 그대로 보존돼 있다. 레일 뿐만 아니라 철목까지 갖췄다.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장치다.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아양철교는 1936년 5월~2008년 2월, 대구선이 이설 되기전까지 운영됐다. 78년의 세월 동안 서민들의 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온 것이다. 야양철교를 리모델링한 아양기찻길은 그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타임슬립 공간이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역사를 되돌아보게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양기찻길의 장점은 다른 공간과의 연계성이다. 봄이면 개나리 노란 꽃그늘과 벚꽃 터널을 만들어내는 십리 벚꽃길이 지척에 위치한다. 또 대구선아양공원, 동촌둘레길, 시와 산문이 있는 옛 기찻길, 동촌유원지와도 연결돼 있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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