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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쌍둥이 자매 이후 스포츠계는…

2021-03-17

국민적 스타, 덕목 달라져야
실력 외에도 인성 살필 필요
운동선수라면 '의리'도 생명
대구FC가 거둬 준 정승원
축구부 스승 은혜도 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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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식 체육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다르듯이, 여자프로배구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학교폭력) 논란 이전과 이후의 스포츠계도 달라질 것이다. 아니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쌍둥이 배구 자매 이후 운동선수가 단지 실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닐 것이다.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경기력에 더해 가슴 뭉클한, 때론 의리도 지킬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선수를 세상은 원할 것이다.

팬들도 이제 출중한 실력만 보고 섣불리 국민적 스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빼어난 실력만큼 겸양의 미덕으로 평소 동료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과거 학창 시절 학폭 등 불미스러운 언행은 없었는지 등을 검증한 후에야 비로소 간판 스타로서 응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이치다. 배구 자매처럼 운동 좀 한답시고 안하무인 격으로 팀 내에서 동료들을 업신여기고 군림하는 선수를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하는 건 정의로운 사회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김연경의 '병문안 선행 스토리'는 그가 왜 '월드 스타'로 불려도 손색없는지를 새삼 알게 해 줌과 동시에 팬들로 하여금 '역시 우리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신뢰감도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이렇게 실력에다 고운 인성까지 겸비한 스타 플레이어와 그를 아끼는 팬심이 상호 작용할 때 해당 종목, 나아가 스포츠계 전체가 국민적 사랑을 독차지할 것은 자명하다.

운동선수가 갖춰야 할 또 다른 덕목 중 하나로 '의리'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스포츠맨'이라고 하면 의리와 귀결시킨다.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믿음직스럽고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맞다. 운동선수라면 다른 건 몰라도 의리 하나만큼은 지키고 사는 게 '정도(正道)'가 아닐까.

그러나 요즘 스포츠계에서 의리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자신의 이익이나 출세만을 위한 '권모술수'와 '중상모략'이 난무하면서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민구단인 대구FC를 대표하는 '꽃미남' 스타 플레이어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정승원의 이적을 둘러싼 논쟁이 최근 프로축구계를 달구고 있다.

'정승원이 연봉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느니, '구단 측에서 몸이 아픈데도 경기에 뛸 것을 종용했다'느니, 말들이 많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다.

정승원은 안동고 축구선수였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받아 주는 데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안동고 축구부 감독 선생님이 어린 제자를 위해 대구FC에 어렵사리 문을 두드렸다.

"승원이가 입단 테스트라도 좀 받게 해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자를 사랑했던 이름 모를 한 지도자의 간절함이 오늘의 정승원을 있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랬던 지도자가 얼마 전 대구FC로부터 도리어 부탁을 받는다. "승원이를 (대구FC에 남을 수 있도록) 잡아줄 수 없겠습니까."

지도자는 그 옛날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대구FC에 의리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제자인 정승원을 찾아 설득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매몰찬 "NO"였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정승원을 위해 안동에서 대구까지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읍소했던 축구부 감독 선생님.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진식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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