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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지역탐구와 그림에 빠진 미수의 화가 이해호씨

2021-03-31

전직 농부...52세에 비로소 그림 입문
신라미술대전-대구회화 대상 수상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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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해호씨.


미수(米壽)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역탐구와 예술의 세계에 푹 빠져 유화를 그리는 취미에 몰두하고 있는 화가가 있어 화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직 농부였던 사람으로 52세가 되어서 비로소 그림의 세계에 몰두하게 됐으며, 그렇게 시작한 그림으로 신라미술대전부터 대구회화 대상 수상까지 여러 차례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했을 뿐 아니라 개인전까지 개최했을 정도라는 것이다.

지난 24일 오전 효목동에 있는 모 대학 평생교육관 3층의 한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눈에 봐도 연세가 들어 보이는 어르신이 수강생들과 조용히 앉아 유화를 그리고 있었다. 멋쟁이 베레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의 옆에 다가가 앉아보니 뜻밖에도 여인의 누드화다. 예전에는 주로 초상화를 많이 그려 2천점이나 그렸는데 요즘은 누드화를 주로 그린다고 한다.

1933년생이니 올해 만으로 88세인 이해호씨는 대구 달서구 갈산동에서 태어난 대구 토박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하게 토박이로서 자기 삶에만 몰두하지는 않았다. 민속문화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그는 2018년도에 '표준어와 경상도·대구말씨' 란 책을 자비로 출판했고, 그보다 22년 전에는 '갈미사람들'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2003년도에는 고향 갈미사람들이 부르던 구전 속요와 대구·경북의 지명 유래를 조사하여 발표한 '버려진 낟알을 찾아서'라는 책도 발간했고 그 책은 증보판을 거듭하여 3판까지 출간됐다. 내용을 보면 한자성어와 단어의 뜻 풀이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즉시 국립국어원 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공문으로 답변을 받아야 직성이 풀렸고, 갈대 축제가 억새 숲에서 열리면 갈대와 억새풀을 들고 바로 알려 주었던 내용이 담겨있다.

그뿐이 아니다. 과학에도 관심이 많았 던 그는 의성과 밀양의 얼음골이 삼복더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기사를 읽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어 1988년부터 4년간 22차례나 찾아다니며 조사를 했다. 그리고 영하의 겨울에 얼었다가 특수 한 지형에서 스며 나오는 지하수의 냉각기능으로 여름 늦게까지 서서히 녹을 뿐이 라는 결론을 내려 발표했다.

그렇게 지역문화에 대한 책을 다수 발간한 이유에 대해 그는 "진리를 나만 알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연공부가 안된 학자들이 잘못 이야기하는 것을 농민이지만 자연을 직접 체득한 사람으로서 깨우 쳐 주고 싶었다고도 한다.

대구대학교 약학대를 2년만 수료하고 중퇴한 이유는 생활을 안전한 궤도에 올리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을 다니다 보니 당시 여유롭지 못한 부모님이 소도 팔고 한해에 논을 두 마지기씩이나 팔아야 하니 스스로 그만두고,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1만 6천 평까지 농지를 늘렸다. 인터뷰가 끝나자 다시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는 진정으로 대구를 사랑하는 대구시민이면서 삶을 달관한 도인인 것처럼 보인다.

글·사진=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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