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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정치부장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민주당은 여전히 역대 정권들보다는 완만한 내림세라고 자위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리던 40%대 벽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특히 진보층과 중도층, 여성 등 현 핵심 지지층 이탈의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서울과 부산의 선거가 코앞에 닥쳤는데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 선거가 어떤 선거인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이 있으면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스스로 뒤집으며 뛰어든 선거가 아닌가. 그 뒤에는 "유권자 수가 1천만이 넘는 중요한 선거에 후보를 안 내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도 기약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궁색한 변명이 등장한 이유다. 민주당으로서는 출발부터 이겨도 비기는 선거였다. 그래서 더욱 져서는 안 되는 선거이기도 하고.
민주당의 간절함과 다르게 여론은 냉랭하다. 1위를 달리는 오세훈, 박형준 후보와 박영선, 김영춘 후보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민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와 대책을 내놓았으나 공허한 약속은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그 위로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한평생 내 집 마련 금지대책'이라는 울분과 원망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기대가 실망으로, 실망이 분노로 바뀌는 것은 금방이다. 문 정부는 '내 삶을 바꾸겠다'는 선언도, 평등하고 정의롭고 공평하겠다던 다짐도 지키지 못했다. 오만하고 독선적이었으며, 무능하고 결정적으로 부패했다. 지지자들의 인내의 시간도 더불어 끝났다. 사람들은 말한다. 믿었기 때문에 증오의 가중치가 붙었다고. 이쯤 되면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아닌가.
그래도 닥친 선거는 이겨야 하니 민주당은 네거티브와 감성팔이에 집중한다. 당은 박영선 후보의 도쿄 집 논란만큼 의미 없는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을 물고 늘어지고, 고민정은 눈물의 감성팔이를 한다. 판을 뒤집기 어려워지자 이제 반성과 사죄라는 단어를 내놓는다. '조국사태' 때 취해야 할 자세를 오만함으로 놓치면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을 알기나 할까. 당을 끌어갈 리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놓을 수는 없는 법. 아직 민주당은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영선 후보의 장담처럼 하루에 2%씩 따박따박 지지율을 올려서 오세훈 후보를 따라잡을 수도 있고, '샤이진보(도대체 진보가 왜 샤이 해야 하는지 이해 못하겠지만, 그들도 진보의 집권 후 행적이 부끄럽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준다)'가 커밍아웃해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여당의 조직력이 힘을 발휘할 수도 있고, 차마 국민의힘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다음은 없을 것처럼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기든 지든 민주당의 시계는 4·7 재보궐 선거 이후부턴 빠르고 새롭게 돌아갈 것이다. 정권 말 레임덕과 맞물려 내홍도 앓을 것이다. 방향과 내용이 어떠하든 민주당은 거듭나야 한다. 그 지향은 권력을 가진 자의 태도와 관계되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문 정부는 국민들에게, 역사에 어떤 정부로 기억되려 하는가. 남은 1년,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민주당의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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