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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규완 칼럼] '3'의 정치학

2021-04-08

조직부재 따른 지구력 결여
제3지대 정치인의 숙명
'2지대 확장 재편' 주장 나와
윤 전 총장 이정표 세울까
지지율 지속성·뒷심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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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한국인은 어떤 숫자를 좋아할까. 서양인이 7을 선호하고 중국인이 8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데 비해 우리 국민은 3에 은근히 애착을 갖는다. 3불(不), 3저, 빅3 같은 말에도 한국인의 3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빅3'는 더 유난하다. 대학 빅3 'SKY', 종합일간지 빅3 '조중동'은 이미 관용어가 됐다. 공교롭게도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대선 후보군 역시 '빅3' 구도다. 고조선 시대 토속 신앙도 천·지·인(天·地·人)의 삼신(三神) 신앙이었으니 한국인의 '3 사랑'은 의외로 뿌리가 깊다. 우리 국악과 요즘 다시 뜨는 트로트에도 3박자 가락이 스며있다. 지형론도 가세한다. '3천리' 한반도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제주도의 또 다른 이름은 '3다도'다. 이뿐이랴. 만세도 삼창을 불러야 직성이 풀리고 승부를 겨룰 때도 삼세판을 강조한다. 국민 화투놀이 고스톱도 '스리 고'가 제맛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한·중·일 '가위 바위 보 문명론'을 관통하는 숫자도 3이다.

한데 정작 정치엔 '3'이 없다. 제3지대에서 성공한 대선 후보도 없고 3당 다운 제3당도 없다.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가 이끈 국민의당이 정립(鼎立)한 3당 체제는 시나브로 붕괴됐다. 과거에도 제3지대 중도 정당이 있긴 했다. 1987년의 한겨레민주당, 1992년 정주영이 만든 통일국민당, 2002년 정몽준의 국민통합21, 2007년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그랬다.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15대 총선에선 김종필의 자민련이 '녹색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짧았다. 모두 명멸했다. 유교 문화권에서 3은 하늘·땅·사람을 상징하며 3에 내재된 의미는 안정·조화·균형이다. 서양인들은 3(three)을 풍요와 성장을 상징하는 나무(tree)에서 파생된 단어로 파악한다. 3은 양극(兩極)과는 거리가 멀다. 제3지대가 중도 확장력을 갖고 제3당이 완충지대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3의 정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문이다. 윤석열은 어디쯤에서 '정치' 시동을 걸까. 목적지나 경유지는 몰라도 출발지가 3지대라는 건 확실하다. 제3지대 신당 창당설이 나돌고, 프랑스 마크롱의 길을 갈 거란 예측도 있다. 마크롱은 기존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을 업지 않고 독자적으로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3지대 정치'를 둘러싼 여야의 셈법도 제각각이다. 다만 3지대 정치가 녹록지 않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안철수의 서울시장 도전 실패는 제3지대 정치의 구조적 취약성을 노정한다. 야권 단일 후보 경쟁에서 초반 압도적 우세를 보였지만 거대 야당의 지원을 받은 오세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직 부재에 따른 지구력 결여가 3지대 정치인의 숙명이다.

보수 진영에선 자칫 3지대 정치가 야권 분열의 단초가 될까 우려한다. '제2지대'를 확장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어차피 제3지대에선 성공한 대선 후보가 없으니 미리 2지대 주도로 3지대까지 아우르자는 포석이다. 야권 분열의 불씨를 차단하면서 대권주자의 '무게'와 '크기'를 키운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희구하는 건 3자 구도다. 단일화하더라도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오래 머물러 주길 바랄 수도 있다.

어쨌거나 2지대(국민의힘)와 3지대(윤석열)는 뭉칠 개연성이 크다. '2+3'과 '1'(민주당)이 대항하는 구도다. 윤 전 총장은 '3의 정치'에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까. 관건은 지지율의 지속성과 뒷심이다.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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