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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인물로 보는 대구문화 아카이브 .10] 이필동...지역 연극·뮤지컬 발전 평생 걸쳐 남다른 노력

2021-05-10

1960년대 서울서 연극인생 출발점 대구로 돌아와 열정 하나만으로 대구 연극계 참신한 바람
"관객·배우가 같이 늙어가야 대구 연극도 제대로 발전" 왕성한 활동…
대구 연극사 정리·DIMF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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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동의 연극 인생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연극 '수전노'에서 아르빠공 역으로 출연한 이필동(오른쪽).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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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동시대 사람들과 동일한 혈액형을 가져야 한다."

대구 연극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연극배우이자 연출가 아성(雅聲) 이필동(1944~2008) 선생이 생전 남긴 말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필동은 경북고와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평생 대구경북 연극 및 문화 발전에 이바지했다. 이필동은 1967년 극단 인간무대와 1971년 극단 공간 대표, 1975년 한국연극협회 경북지부장, 1977년 극단 원각사 대표, 1988년 한국연극협회 대구지부장을 지내며 대구 연극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또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획실장, 처장을 역임했으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초대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며 문화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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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사랑한 연극인

연극인 이필동의 인생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고 재학 시절인 1961년 2월27·28일 '2·28 민주운동'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혁명봉화 2·28 1주년 기념 학도예술제'의 연극 '밀주' 출연을 계기로 연극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1년 '이필동 연극 30년 기념공연'으로 열린 '수전노' 팸플릿에 적힌 이필동의 출연작 100개 가운데서도 '밀주'는 그의 1번 작품으로 기록돼 있다.

이필동이 연극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60년대는 대구 사람들에 의한 연극운동이 싹트는 시점이었다. 6·25전쟁으로 대구에 터를 잡았던 국립극장이 1957년 서울로 떠난 이후 대구 연극계는 대구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탄생해야 했다. 이필동은 1960년대 초 서울에서 공연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연극 인생의 출발점인 대구로 돌아온다. 1967년부터는 본격 기성 극단인 인간무대 대표로 활동했다. 10여 명의 단원 대부분이 학생극 및 대학극 출신 신인들로 구성된 극단 인간무대는 당시 대구 연극계에 참신한 바람을 일으켰다. 문화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필동과 배우들은 열정 하나만으로 무대를 마련했다. 이필동의 저서 '대구연극사'에 따르면 1960년대는 극단 사무실은 꿈조차 꿀 수 없었고 빈 대학 강의실이나 운동장에서 연극 연습을 하던 시절이었다. 이후에도 이필동은 대구 연극계 통합에 주력하는 등 대구 연극 발전을 위한 남다른 노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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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1월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감찰관'에서 스비스뚜노프 역으로 출연한 고 이필동.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제공〉

대구 연극에 대한 이필동의 고집스러운 애정은 타 지역 연극인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원로 연극배우 오현경은 연극 '수전노'(1991년) 축사에서 "타협하지 않는 고집을 신앙처럼 가슴에 간직한 채 대구 연극계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소식을 서울에서 꾸준히 전해 들으면서 연극에 대한 이(李)형의 열정과 애정을 짐작하였고(중략) 언젠가 내가 이형에게 '이형! 이제 나와 함께 서울에서 연극을 해보자'고 권유했을 때 그는 '대구에서 연극을 해야지요'라고 웃으며 거절하였다"라며 이필동에 대해 적었다.

이필동 역시 2007년 한 매체의 칼럼에서 "내가 평소에 가진 지론 중 하나가 대구 연극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관객과 배우가 같이 늙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분장하지 않고도 노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많아야 대구 연극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밝히며 대구 연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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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동 저 '대구연극사'의 증보판인 '새로 쓴 대구연극사' 〈영남일보DB〉

◆이론가이자 수집가 이필동

이필동은 배우뿐만 아니라 연극 및 연출 이론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연극 등 공연예술에 대한 그의 탐구정신은 남달랐고, 이는 그의 역작으로 남은 저서 '대구연극사'와 '무대예술입문'으로 존재한다. 특히 대구연극사의 경우 지역 연극인들과 지역 연극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이필동이 연극 이론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75년 한국연극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은 직후다. 당시 연극협회에서는 광복 30주년 기념사업으로 연극사를 펴내기 위해 자료를 준비했지만, 자료 묶음이 도난당해 아쉬움이 컸다. 한참 후인 1993년 예총 대구지회 발간 '예총 30년사'의 연극 부분을 이필동이 집필했고, 이것을 계기로 대구연극사가 정리되면서 1995년 대구연극사가 발간된 것이다.

대구연극사는 1918년 대구 최초극단인 신극좌가 생긴 이후부터 1994년까지 시대별 연극계 특성과 각 극단의 활동, 연극 전반에 얽힌 뒷이야기 등 대구연극사 전반을 정리했다. 2005년에는 대구연극사 증보판인 '새로 쓴 대구연극사'를 펴냈다. 80여쪽을 보강했는데 전작 소개에서 빠졌던 배우들에 대한 기록을 대거 추가했다. 당시 이필동은 "연극에서 진짜 고생하는 사람은 출연배우인데도 당시 책에는 이에 대한 것을 세밀히 다루지 않았다"며 증보판 출판 이유를 밝혔다.

1983년 발간된 '무대예술입문'은 연극을 처음 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아마추어 연극을 지도하려는 사람, 그리고 연기와 연출에 대해 깊게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이필동은 책 머리말에서 "체계적 연극 수업을 하였거나 연극을 전공한 사람이 극히 드문 지방의 현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지방 연극의 발전이 느리고 다른 분야의 예술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도 또한 사실"이라며 '배우 동선 배치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들까지 첨부해 책을 완성했다.

이필동은 문화예술 사료를 모으는 컬렉터의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컬렉션은 각종 잡지 창간호 300여 권과 신문 창간호까지 망라된 문화 관련 발행물로 총 1천여 점에 달한다. 현재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가 유족으로부터 컬렉션을 기증받아 정리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의 수집벽은 대구연극사 집필 과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필동은 1995년 대구연극사 발간 당시 "대구연극사를 집필하면서 자료부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나마 체계적 정리가 된 지역 일간신문을 창간호부터 샅샅이 훑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2000년 5월 월간 대구문화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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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동의 1983년 저서 '무대예술입문' 표지.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제공〉

◆대구 뮤지컬 콘텐츠 자리매김에 일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태동부터 남다른 애정으로 함께해온 이필동은 2005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발족 당시 초대 조직위원장이자 2007년 제1회 축제의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다.

당시 이필동은 "미래 공연시장을 주도할 것은 뮤지컬 콘텐츠가 될 것. 지역을 위해 일조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라고 전하며 뮤지컬이 지역의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했다. 이에 DIMF는 이필동 타계 10주기를 맞아 2018년 제12회 DIMF 어워즈부터 그의 호를 딴 '아성 크리에이터' 상을 특별상으로 제정하고 두각을 나타낸 크리에이터(창작자)에게 수여하고 있다. DIMF 관계자는 "이는 평생 수많은 작품 연출가로 활약하며 무대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챙겼던 이필동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자 DIMF의 시작부터 많은 열정과 노고로 이끌어온 그의 예술정신을 기억하고자 함에 있다"고 밝혔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공동기획 : 대구광역시
▨ 참고문헌=대구연극사·무대예술입문·월간 대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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