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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e메일 혹은 휴대폰문자 같은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합니다. 그런데 말로 소통하거나 글로 쓰는 것보다 실제 머릿속의 생각은 훨씬 더 빠릅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 말이나 글로 잘 표현되지 않아 답답함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내 머릿속을 열어 보여줘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특히 불행한 사고나 질환으로 인해 말이나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는 장애로 고통받는 분들이라면, 머릿속 생각을 전달해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할 것입니다.
그간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로 눈을 움직여 글자를 입력하는 타이핑 보조기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런 기기를 이용한 대표적인 분으로는 영국의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님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호킹 박사님은 루게릭병(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으로 수의근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소멸되어 종국에는 운동기능이 소실되는 병)으로 인한 기관지 절제 수술과 사지마비 증상으로 말하거나 글쓰기가 불가능해지자, 얼굴의 움직임으로 문장을 만들어 이를 다시 음성으로 전달하는 음성합성기를 사용해 소통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숙련하는 과정도 매우 힘이 들지만, 숙련이 되어도 분당 40자 내외의 글자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이 분당 120자 내외의 글자를 만드는 것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매우 느린 속도입니다. 또 한가지 결정적인 한계로는, 눈을 움직이거나 얼굴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가진 분들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뇌공학자들은 뇌 활동의 패턴을 분석하여 우리의 생각을 직접 읽어 이를 음성이나 글로 표현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는데, 최근 칩의 성능과 뇌 활동 패턴 분석기술의 발달로 그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Francis R. Willett 교수 연구진은 사람이 머릿속에 상상한 글자를 뇌에 직접 삽입한 칩이 실시간으로 해독하는 뇌-컴퓨터 연결(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을 개발하여 'Nature'지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기술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글자로 변환하는 것을 지원하는 기존 BCI 기술의 한계를 넘어, 아예 우리 생각을 뇌에 삽입한 칩이 해독해 바로 글자로 변환하는 BCI 기술입니다.
이 BCI 기술을 좀 더 개선한다면 굳이 음성이나 글자로 상대방과 소통할 필요 없이 나의 생각을 가감 없이 상대방 뇌에 바로 전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기술이 정말 실현된다면 그간 한자성어로만 존재하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현실화되는 순간이겠죠? 한편으로 마음속 생각이 여과없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향기박사는 살짝 듭니다. 여러분은 이런 '이심전심' 뇌공학 기술 어떠세요?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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