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북 상주시 함창읍 함창명주타운에 자리한 한국한복진흥원 전경.〈한국한복진흥원 제공〉 |
![]() |
| 지난달 17일 열린 한복진흥원 개원식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명주를 소재로 만든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한복진흥원 제공〉 |
최고급 옷감인 명주를 만드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대사였다. 고려시대에는 양잠을 처음으로 시작하였다는 신(神) 서릉씨(西陵氏)에게 제사를 지냈으며, 조선시대에는 선잠신(先蠶神)에게 양잠이 잘되도록 기원하는 제사를 올렸다. 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왕비가 직접 누에를 치고 고치를 거두는 의식을 행했을 정도로 비단 생산은 국가의 매우 중요한 산업 중 하나였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한복진흥원(이하 한복원)이 한복의 가장 대표적인 소재로 명주에 주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단은 그 이름만으로도 고급지고 가치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복원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주 생산단지인 경북 상주시 함창읍의 명주테마공원에 자리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복산업 세계화에 나선다
한복원은 위축돼 가는 한복산업의 활성화와 한복의 세계화를 위한 체계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건립됐다. 한복 소재 산업화 및 한복 국제 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복원은 이를 위해 10대 핵심 과제를 선정했다. 10대 핵심 과제는 크게 △전통섬유산업 지원 △한복문화 콘텐츠개발 △한복문화의 국내외 전파의 세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여러가지 핵심 과제 가운데 한복원이 우선 추진하는 사업이 '우리옷 100선' 사업이다. 고조선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복식들이 남아 있다. 그 복식들은 그림이나 이미지·묘사(描寫) 등의 형태로 남아 있는데, 우리옷 100선은 그 복식들을 망라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와 관심있는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100개의 패턴을 추려내는 작업이다.
의복을 도식적으로 구분하자면 남녀노소가 입는 옷, 관혼상제 의례복, 평상시복, 종교관련 복장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시킬 수 있다. 이런 자료를 축적하고 디지털 콘텐츠화를 통한 디자인과 실물을 복원하여 전시하고 도록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의 옷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복원은 이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해외에 홍보하는 방안까지 구상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모자축제 개최
한복원의 두 번째 사업은 세계모자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모자축제가 실현되면 아마 세계 최초로 모자를 테마로한 축제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국제적인 모자 축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화기에 조선을 찾았던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 바라는 저서 '세계 일주'에서 '조선은 모자의 왕국'이라고 썼다. 1905년 '극동의 전쟁'을 쓴 앙리갈리는 그가 본 조선의 모자의 종류가 4천종이나 된다고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시선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모자를 유난히 좋아하고 다양한 모자를 사용했던 것은 도처에서 느낄 수 있다. 모자를 칭하는 말도 다양하다. 단순히 머리에 얹는 것을 뜻하는 모(帽)에서 갓을 의미하는 립(笠), 망건탕건의 건(巾), 행사에 썼던 관(冠), 삿갓·족두리 남바위 등.
◆지역 산업·예술인과 동반자
한복원은 함창명주와 동반자 관계에 있다. 한복산업의 활성화와 한복의 세계화는 지역 명주산업의 발전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지역의 명주 산업 발전을 위해 직물생산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융복합산업관에는 이미 지역의 염색·직물 등 명주 관련 업체가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본관 건물의 1층은 오픈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 예술인·디자이너 등이 와서 작품을 발표하고 전시하는데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지역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전국에 오픈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재능인들이 전시나 워크숍 등을 통해 교류가 가능하다.
한복원은 명주뿐만 아니라 안동의 안동포·영주 인견 등 경북도내 전통 섬유산업과 적극 협업하고 한복문화콘텐츠 개발·한복네트워크 구축 등의 청사진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7일 열린 한복원 개원식에서 이형호 원장이 밝힌 "한복의 새로운 멋과 가치를 살리는 작업의 추진을 통해 한복진흥원을 한복콘텐츠 대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이하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