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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동협 운경의료재단 곽병원 원장 |
"남의 말 좋게 하자"는 필자의 선친께서 1984년 제창하신 시민의식개혁운동인데, 요즘 같은 인터넷시대에 '남의 말'이 입소문보다 훨씬 빨리 광범위하게 퍼져 더욱 절실해 보인다. 인터넷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이 자신의 SNS에 상대방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고, 언론에서는 이를 여과 없이 인용 보도하면서 막말이 메인을 장식한다. 한쪽 편에서 막말을 하면 거기에 대해 꼬투리를 잡아 대응하면서 민생경제는 실종 상황이다. 한마디로 극단적 대립의 정치가 만들어내는 막말 전성시대다. 정치인은 마땅히 절제된 말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여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야 하지만 당리당략을 위해 음해와 막말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결과 국민들도 덩달아 싫어하는 정당의 정책은 무조건 반대하고 지지하는 정당의 정책은 옹호하는 쪽으로 길들여지고 있다.
요즘 세태를 보면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당파싸움이 떠오른다. 당시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정사와 부사의 보고내용이 서로 달랐다. 서인인 정사는 전쟁이 있을 것이라 했으나 동인인 부사는 침입할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수행관들은 정사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았으나 동서정쟁이 격화된 시기라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이 속한 당의 사절을 비호하였고 그 결과 성을 쌓는 등 방비를 서두르던 조정은 이마저 중지시켰다. 결국 전쟁은 시작되었고 백성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중상모략과 당쟁은 그치지 않았다.
당시 해전에는 이순신 장군이, 육전에서는 곽재우 의병장이 망국의 위기에 처한 조선의 구국 영웅이었다. 하지만 두 장군에게 이 나라는 지원은커녕 모함과 끝없는 음해로 고통을 주었다. 이순신의 경우 당시 장군의 공을 시기하는 조정 대신들은 구세주와 다름없는 장군을 음해하였고 무능한 선조는 상을 내리는 대신 장군을 국문하고 파직한 뒤 백의종군을 명했다. 의병장 곽재우 역시 '의병이냐, 토적이냐' 하며 끊임없는 음해의 눈총을 받았다. 초유사 김성일의 해명으로 겨우 입지를 회복한 장군에게는 죽고 죽이는 살육이 난무하는 전쟁터보다 현실의 정치적 여건이 더욱 가혹했다. 뛰어난 용력의 의병장 김덕령이 모함에 빠져 억울하게 옥사하자 자신도 화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조정에서 여러 차례 벼슬을 주어 불렀지만 거부하거나, 부임하자마자 사직해버려 가까스로 화는 면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당시 결과적으로 어느 당파의 주장이 옳았다는 기록을 역사책에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남의 말을 나쁘게 하는 소모적인 당쟁은 민족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망국병이 되어 이로 인해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정치인들의 무절제한 막말로 어지럽다.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막말 경연대회는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의 일부다. "미국에는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애국자가 있는가 하면 찬성하는 애국자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며…", 요컨대 그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을 매국노로 규정짓지 않았다.
모름지기 리더는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그런데 막말은 스스로의 인격에 먹칠을 하고 더 심한 막말을 부를 뿐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동을 줄 수 없음은 분명하다. 좋은 예로 막말의 대표주자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트윗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이 영구 정지되는 망신까지 당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남의 말을 나쁘게 하는 막말퍼레이드는 이제 중단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곽동협 운경의료재단 곽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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