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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만장일치의 가면을 쓴 독단의 정치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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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 경북부장

사상가인 한나 아렌트는 자신이 유대인이지만 강성 시온주의자들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이스라엘 독립을 두고 "이웃이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은 집은 집이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 독립은 유대인과 아랍인이 서로 굳건히 협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정에 의해 이스라엘이 건국했지만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곳은 언제나 화약고였으며 지금도 미래에도 전쟁터일 가능성이 크다. 전쟁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지만 아렌트의 경고처럼 이스라엘을 '안락한' 집이라고 할 수 없다.

동떨어진 것 같지만 아렌트의 말을 우리 정치에 적용해 봤다. '이웃(상대 당이나 지지자)이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은 정당은 정당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에게 '상대'이며 이웃이다. 그러나 이들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이웃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라면 결코 국민을 위한 좋은 정당이 될 수 없다.

한나 아렌트는 "(대규모) 만장일치는 합의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광신과 히스테리의 표현과 다름 없다"는 명언도 남겼다. 우리 정치에서 흔히 나타나는 만장일치에서는 독단의 광기를 본다. '독단'과 '만장일치'는 반대말이지만, 우리 정치에서는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다. '만장일치'라는 가면을 쓰고 '독단'의 정치를 하고 있다.

정당 간 대결에서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존재한다. 이념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구성원들은 '다른' 의견을 내어서는 안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구성원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북한 투표에서 100%의 지지율에 헛웃음을 터트린다.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정당도 그걸 원하고 실천하고 있다.

극렬 지지자, 그들의 광신과 히스테리를 먹고사는 정치인과 정당은 자신들의 '만장일치'를 합의에 의한 민주주의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광신자들의 히스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광신과 히스테리 뒤에 숨어 정권을 잡겠다는 야욕에만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은근히 뒤에서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런 현상은 권력의 맛을 본 여당일 때 훨씬 더 심각하다. 권력을 내려놓고 싶지 않기에 야당은 함께 가야 할 동료가 아니라 앞 길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존재로 생각한다. 야당을 제외한 그들만의 '만장일치'라도 민주주의가 된다. 그들만의 만장일치는 '독단'이고 광신일 뿐이지만, 권력에 대한 욕망은 이성적 사고를 용납하지 않는다.

권력을 잡은 정당은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조금의 흐트러진 대오도 용납하지 않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일(만장일치)에 더욱 집착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깊은 '독단'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광신자집단과 그들이 토해내는 히스테리와 광기에 갇히고 만다. 정당내에서 각 계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만이 유일한 정권 실세여야 한다. 혹시라도 다른 계파가 권력의 주인이 될까 전전긍긍한다. 같은 목표를 가진 정당내에서도 다른 계파에게 독설을 쏟아내고 적대시하는 이유다.

최근 모처럼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후보들은 자신만의 '독단'을 앞세우고 있다. 극렬 지지자들은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맹목적인 광신을 쏟아내며 하나의 깃발 아래(만장일치)로 모이길 원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만장일치라는 가면으로 독단의 정치를 가리는 것이다.

정당 간이나 정당 내 계파 간이나 다름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 상대를 배제한 만장일치는 독단일 뿐이다.


전 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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