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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매일 약 스무개 삼키며 정신질환 들여다보다

2021-06-25

[신간]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매일 약 스무개 삼키며 정신질환 들여다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제약으로 인한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느꼈다. 이제는 그 단어가 익숙해진 '코로나 블루'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이런 정신건강으로 인한 고통을 겪어온 이들이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진료 기록이 남을까 병원 방문을 조심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매일 20알의 약을 먹어야 하는 정신질환 당사자이면서 자조모임을 통해 수많은 정신질환자를 만나왔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다른 환자를 만나면서 들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우울증부터 경계성 인격 장애와 조현병까지 여러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정신질환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여기서 소개되는 글은 초기 정신질환자부터 평생 정신질환과 함께 지내고 있는 사람 모두를 위한 글이다.

[신간]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매일 약 스무개 삼키며 정신질환 들여다보다
리단 지음/ 반비/ 392쪽/ 1만8천원

자극적 사례나 무책임한 위로 대신
정신질환의 현실적 문제들에 집중
책임감 있게 삶 관리해가는 법 제시

질병에 짓눌리지 않고 탐구한 저자
"환자들 실질적인 이해로 이어지길"


책 표지를 처음 마주한 독자는 책제목을 보고 순간 놀랄 수도 있다. '정신병'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본문에서도 정신병을 '마음의 병'이라는 표현처럼 애써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신병'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말 그대로 정신에 '병'이 생긴 상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저자는 "정실질환이 가진 질병으로서의 실제적인 위험성과 그 현실적인 파괴력을 강조하고자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만큼 책에서는 정신병에 관해 흥미나 공포를 자극하는 속설이나 오해나 무책임한 위로, 근거 없는 대체 요법을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이제 나는 더는 병을 치료로 낫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이들에게 삶을 꾸려나가고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을 이야기한다.

책에선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책임감 있게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 했다. 병을 '관리'해 나가면서 사회 구성원의 기능을 어떻게 포기하지 않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약물치료부터 생활의 작은 습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들이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도 정신병이라는 현실과 싸워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이상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복지 지원과 같은 제도 등 우리나라 현실에 맞췄다.

저자는 책에서 정신질환의 현실적 면모에 집중한다. 그는 우울증 환자가 어떤 어려움에 부닥쳐있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폐쇄 병동에 입원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지 등을 짚어본다. 그는 조증 상태에서 겪는 경험이 단순히 기분이 들뜨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본다.

책에선 가난이 정신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들여다본다. 다른 질병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정신질환 또한 가난이라는 인간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든다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저자는 "벼랑 같은 가난에 내몰린 이들이 이상 사고나 사고 장애를 겪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바닥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울증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정신질환이 없는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정신질환자들의 난동기'로만 취급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조정하려 했고,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 그도 아니면 절망했거나 고통받았는지 등을 읽어내고, 그 독해가 현실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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