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비슬산 품은 사통팔달 대구 관문…주민 포용성이 도시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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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한 달성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자연 내륙 습지로 보존 가치가 높아 2007년부터 습지 보호지역 및 야생 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다. 고대 중국의 병법서에서 유래됐지만 현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격언이다. 달성이 추진 중인 문화도시 사업에도 '지피지기'는 필요하다. 달성이 가진 역사적 배경과 특징, 문화적 장·단점 등을 알아야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독자적인 문화환경 조성은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밑거름이 된다. 결국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문화도시로 가는 길도 앞당겨지는 셈이다. '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5편에서는 달성의 지리·환경과 역사적인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사문진 나루터 신문물 통로 역할
김굉필 등 경상도 사림 명맥 이어
6·25전쟁 직후 피란민 대거 정착
낙동강, 수상레포츠·캠핑 메카로
달성습지, 맹꽁이 서식처로 유명
영산 비슬산은 대구시 1호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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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나루터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 예로부터 물류 수송의 요충지였다. |
◆비슬산과 낙동강을 품은 '포용의 고장'
달성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올라간다. 자연 환경적인 특성에 의해 일찍부터 거주가 용이한 지역이었던 만큼 신석기·청동기 시대 유적이 다수 남아 있다. 이후 달성과 대구지역에는 다벌국(多伐國·달구벌국)이란 고대 소국이 형성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신라가 이사금 29년(108년) 군대를 보내 다벌국을 정복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신라에 복속된 이후로도 달성은 주요 지역으로 우대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덕왕 때 축조한 화원 토성 주변에는 74기의 고분(성산리 고분군)이 산재해 있는데 이는 당대 호족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달성은 고려와 조선시대 물류의 요충지였다. 낙동강과 금호강을 끼고 있어 나루터 수만 10여개에 달했다. 당시 나루터는 단순히 물류만 수송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인적 교류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물자가 수송되는 만큼 수많은 이들이 나루터를 오가며 서로 정보와 문화, 사상 등을 나눴다. 조선시대 이후 사문진 나루터는 신문물의 통로 역할도 했다. 피아노 등 근대 문물이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왔다. 그만큼 달성 주민들은 새로운 문물이나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덜했다.
포용적인 특성이 달성인들의 기질에 녹아있는 셈이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달성의 포용적 특성이 잘 나타난다. 달성은 유독 다양한 불교 종파의 영향을 받았다. 비슬산을 중심으로 유가종, 천태종, 조계종 등 여러 불교 종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리학에 있어서도 달성은 중요한 지역이다. 정몽주~길재~김숙자~김종직으로 이어지는 유학사의 정통을 계승한 한훤당 김굉필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김굉필은 달성으로 이주한 뒤 영남 사림의 뿌리이자 버팀목 역할을 했다. 김굉필 이후에도 달성에서 곽안방, 정사철, 서사원, 도성유, 이익필, 곽재우 등 경상도 사림의 명맥을 잇는 인물들이 대거 배출됐다.
달성의 포용 정신은 6·25전쟁 때 또 한 번 발현된다. 1945년 11만2천924명이었던 달성군 인구는 1950년 전쟁 직후 21만8천827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피란민들이 대거 달성으로 유입된 것이다. 당시 달성 주민들은 피란민이 거주할수 있도록 낙동강변에 터를 내줬다. 일찍이 수많은 이들이 교류했던 강변이 전재민(戰災民) 촌으로 변모한 것이다.
'달성 살면 달성사람, 들락날락 달성'이란 달성의 문화도시의 비전도 이 같은 포용성에서 비롯됐다. 포용·수용의 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호혜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달성의 문화도시 추진 목표다. 결국 달성의 포용성은 도시 자산이자 곧 미래의 자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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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테크노폴리스 아파트 단지 전경. |
◆교통 중심지이자 자연의 보고(寶庫)
달성은 북쪽으로 칠곡군, 동쪽은 경산시, 서쪽은 낙동강을 경계로 성주군·고령군, 남쪽은 청도군 및 경남 창녕군과 인접해 있다. 지리적으로도 대구의 관문 도시이자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다.
또한 달성은 면적이 426.7㎢로 대구지역 지자체 중 가장 넓다. 대구 전체 면적(883.5㎢ )의 48.3%에 달하는 규모다. 더욱이 달성은 낙동강과 달성습지, 비슬산을 중심으로 잘 보존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대구 전체 하천 면적(442.2㎢)의 57.4%(253.7㎢), 임야 면적(472.5㎢)의 53.7%(235.8㎢)를 차지할 정도다.
비슬산은 대구를 남과 북으로 아우르는 영산(靈山)이다. 산 정상의 바위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아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봄철에는 철쭉·진달래, 가을에는 억새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스님바위·코끼리바위·형제바위 등의 이름난 바위와 대견사·용연사·용문사·유가사 등 사찰도 산재해 있다. 최근에는 '대구시 1호 관광지'로 선정돼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 '숲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낙동강은 달성군의 서쪽 경계 지역을 따라 7개 읍·면에 걸쳐 남류한다. 이로 인해 달성은 예로부터 물류 수송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최근 들어서는 레저·레포츠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강변 곳곳에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캠핑장도 갖춰져 있다. 특히 구지면에 위치한 낙동강 레포츠밸리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유람선도 여전히 낙동강을 따라 유유자적 노닌다.
습지도 달성의 귀중한 자원이다. 달성습지는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주변에 충적저지와 범람원이 발달해 있다. 봄이면 갓꽃, 여름엔 기생초,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가 습지 주변을 가득 메운다.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등록돼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재두루미 등의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달성습지와 인근의 대명천 유수지는 환경부 2급 보호동물인 맹꽁이의 최대 서식처로도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달성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은 도시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에 더해 문화적인 요소를 덧입힌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더욱이 달성의 자연은 '문화도시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유휴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관광 명소 또는 자연유산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모여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는 문화공간으로 지속 활용이 가능하다.
◆뚜렷한 특징을 가진 네 개의 생활권
달성은 지형적 특성과 1914년 이후 행정 구역 통·폐합으로 조금 독특한 형태의 공간 영역을 가진다. 중심생활권 없이 여러 지역이 독립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먼저 낙동강과 지류인 금호강으로 인해 다사읍, 하빈면이 위치한 북쪽 지역과 나머지 7개 읍면이 위치한 남쪽 지역으로 구분된다. 또 화원·옥포·유가읍과 가창면의 접경지는 비슬산으로 가로막혀 동쪽의 가창면과 서쪽 지역으로 분리된다. 이에 더해 일찍이 도시가 발달했던 중간지역(화원·옥포·논공)과 신도시가 확장되고 있는 남쪽지역(현풍·유가·구지)이 또 다른 생활권을 이룬다.
이들 지역은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화원·옥포·논공지역은 산업단지와 자연마을이 혼재돼 있다. 달서구와 인접해 가장 먼저 도시화가 시작된 화원읍을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위치한 옥포·논공읍이 하나의 생활권을 공유한다. 특히 달성지역 외국인 근로자의 43.3%(2천619명)가 논공읍에 거주하고 있다.
다사·하빈은 도농복합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이 지나가고 달서구와 인접한 지역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 공간의 집중돼 있다. 반면 하빈면은 전체의 31%가 농경지일 정도로 대표적인 농촌 지역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을 따라 수상레저 시설과 체험 농장 등도 발달해 있다.
현풍·유가·구지는 전형적인 계획도시의 형태를 띤다. 2010년대 이후 첨단산업단지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다. 새로 유입된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젊은 층도 많아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성화돼 있다.
가창에는 전원주택 단지가 유독 많다. 전원적인 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가창의 자연에 매료돼 둥지를 틀었다. 가창은 서쪽이 비슬산으로 가로막혀 수성구와의 생활권을 공유하며, 거주민 중 11.3%가 예술 종사자다. 가창 곳곳에 예술가들의 작업장이 많은 이유다.
달성은 지역마다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는 만큼 생활권역별 특성을 반영한 문화도시 전략은 필수적이다. 도·농복합, 신구세대 조화, 다민족 융화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달성만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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