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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비대면 단오축제를 보면서

2021-06-30
여원무공연
여원무 공연 모습. 경산자인단오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여원무는 '한장군놀이'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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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자인단오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계정들소리 공연.

양손에 소고와 꽃을 든 여인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그 가운데 수백 개 꽃으로 장식한 초대형 화관이 함께 춤을 춘다. 침략자들을 유혹하려는 춤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장엄하고, 비장하며 숭고하기까지 하다. 흥이 있지만 아픔과 눈물이 어린 듯 애잔하다. 온 힘을 다해 제 몸을 휘두르는 화관이 때로 힘에 겨워 휘청거린다. 탐욕에 물든 침략자들이 넋을 잃고 춤사위에 녹아드는 순간 화관은 갑옷을 입은 장군이 되어 응징의 칼날을 빼든다.

어릴 때 고향마을에서 자주 보던 친숙한 춤이다. 학창시절 언니들이 추었고, 친구들이 추었고, 동생들이 추다가 이제는 고향을 지켜온 중년의 그녀들이 추는 춤이다. '한장군놀이'로 불리는 이 여원무는 경산자인단오 축제장의 하이라이트다.

전설에 의하면 여원무는 신라시대부터 전승돼 온 춤이다. 도천산에 기거하던 한장군이 주민을 괴롭히던 왜구를 산 아래 버들못으로 유인하기 위해 누이와 함께 꾸며서 추던 춤으로, 장정들이 여자로 분장해 화려한 꽃관을 쓰고 못 둑에서 광대의 풍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왜적들이 이를 보고 산에서 내려와 여원무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춤추던 한장군과 광대들이 모두 무사로 변하여 왜적을 무찔렀다고 한다.

오늘날 여원무를 추는 대부분의 춤꾼이 여성이지만, 핵심은 꽃관으로 몸을 가리고 추는 한장군 남매의 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돼 매년 단옷날을 전후해 사흘간 열리는 고유한 민속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태평소, 꽹과리, 장구, 징 등 악사가 연주하는 느린 타령에 맞춰 추는 장군춤은 오색 꽃으로 장식한 높이 2m, 무게 25㎏가량의 큰 꽃관을 쓰고 추는 춤이다. 꽃관 아래 달린 오색채의가 몸을 가려 주어 춤을 출 때는 마치 꽃관만 움직이는 듯하다.

보통사람은 들어 옮기기도 힘든 꽃관을 어깨 위에 얹어 양손으로 잡고 끝이 땅에 닿을 듯 360도 회전하는 동작이 여러 번 반복된다. 복원 당시 체육교사였던 박인태 여원무 기능보유자가 직접 장군춤을 추었고 지역 중·고교 학생이 함께했다. 이후 지역주민에 의해 전승돼 오고 있다.

단오 행사가 시작되는 날, 경산자인단오제의 무대 계정숲으로 향했다. 올해 경산자인단오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관람이 불가하고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생중계를 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발길을 돌려 비대면으로 공연을 감상했지만 현장에서 보던 감흥은 없었다. 공연 인원도 많이 줄었다.

오랫동안 전승돼 온 경산자인단오제는 조선시대 사또 행차 같은 호장장군 행렬로 시작된다. 제관들은 한장군 사당인 진충묘에서 대제를 올리고, 이어 문화마당에서는 여원무와 자인팔광대놀이, 계정들소리 공연이 펼쳐진다. 시중당에서는 한장군과 누이의 충의를 기리고 지역주민의 무사안일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단오굿판이 열린다.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놀이, 널뛰기, 창포머리감기, 부채 만들기, 그네뛰기 등 민속놀이와 씨름대회가 열리고 숲은 온통 축제무대다. 기억해 보면 여원무나 팔광대놀이가 처음부터 계정숲에서 열리지는 않았다. 학교 운동장이나 자인장터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 옛날 한장군 남매는 버들못 둑에서 여원무를 췄다는데, 자인산업단지 조성으로 버들못은 메워져 사라지고 작은 모형으로만 남아 있어 이쉽다.

일년 내내 집안일과 농사일에 쉴 틈이 없었던 아낙들도 이날만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양산을 받쳐 들고 나들이에 나섰고, 그네와 널뛰기를 했다. 대부분의 민속놀이가 부락 단위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경산자인단오제는 자인면 전체 주민의 마음이 하나로 응집된 방대한 고을 축제다. 그래서 유튜브로 중계되는 비대면 단오행사가 더욱 아쉽다. 내년에는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성대한 축제마당이 열리길 바란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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