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사용 최소화·품질개선 열정…가장 맛있고 비싼 사과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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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화 청송사과협회장이 지난 26일 오전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지리에 위치한 청송우가네사과농장에서 사과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피, 땀, 눈물'. 청송사과가 전국 최고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사과 재배 최적의 환경에 앞선 재배 기술, 행정적 지원 '세 톱니바퀴'가 맞물려 잘 돌아가게끔 한 것은 결국 사람의 힘이다. 사과를 키우는 농민부터 새로운 종과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 관련기관 종사자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다. 이들은 앞으로도 청송사과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데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4편부터는 청송사과와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사단법인 청송사과협회와 우영화(67)청송사과협회장이다.
우 회장, 사과나무 6천그루 재배
경북도민상·청송사과왕 등 수상
친환경 껍질째 먹는 사과 생산도
2009년 전국 첫 생산자 조직 출범
재배교육·홍보·원산지 단속 활동
일손 부족·인건비 부담 대책 촉구
#1. 청송우가네사과농장에 가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주왕산 서쪽으로 나있는 지방도 제908호선에서 농로를 따라 800m 정도 들어가자 과수원 하나가 나온다. 청송 사과의 '본산' 마평과수단지에 위치한 청송우가네사과농장이다. 과수원에 빼곡히 들어선 묘목에는 작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붉은 태양 아래 익어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날 청송의 기온은 오전에도 한낮처럼 뜨거웠다. 반면 새벽이 되면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로 춥다. 일교차가 큰 청송의 기후적 특성 때문에 청송 사과는 당도가 높고 단단하며 저장성이 좋다.
과수원 옆에 마련돼 있는 가정집이 눈길을 끈다. 우가네사과농장 대표 우영화 청송사과협회장의 거처다.
집 현관에 들어서자 진열장부터 눈에 들어온다. '귀하께서는 농업인 소득 증대를 위한 농식품 유통시책 추진 등 도정 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 이에 표창합니다.' 2020년 자랑스러운 경북도민상, 2017년 청송 사과왕 등 상패 수십개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우 회장의 이력을 한 번에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 회장은 청송군 주왕산면에서 태어나 평생을 고향에서 지낸 토박이다. 사과 농사는 34년 전인 1988년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7천800평 규모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6천 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수상한 상만큼이나 청송사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도 남다르다. 보다 좋은 사과를 키우기 위해 경북대 농업개발대학원까지 다녔다. 2018년 6월부터 청송사과협회장직도 맡았다. 그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우가네사과농장은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 등도 최대한 적게 사용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사과를 키우고 있는 것. 이미 토양검정증명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장)와 농산물우수관리 인증서(동의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 동의분석센터장)도 획득했다. 재배하는 사과 품종은 만생종인 후지(부사)와 중생종인 홍로다.
우 회장은 "소비자 입이 얼마다 까다로운 데 단순히 홍보만 해서 청송사과가 최고가 된 것이 아니다"며 "소비자들이 먹어보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도매시장에서도 청송사과가 가장 비싸게 거래 된다. 그만큼 청송 농민들은 사과 품질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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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화 청송사과협회장은 2017년 청송사과 축제 당시 '사과왕'에 선발됐다. |
#2. 전국 첫 사과 생산자 조직
청송사과협회는 2009년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사과와 관련한 첫 생산자 조직이었다. 현재 1천100여 농가가 자발적으로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청송에서 300평 이상 사과농사를 짓는 농가는 모두 3천300가구 정도다.
청송사과협회는 농민의 친목 도모뿐만 아니라 사과 재배 교육도 한다. 청송 사과라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원산지 표시 등의 단속 활동도 벌이고 있다. 반사필름이나 농약 등 농자재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도 맡는다. 특히 최근에는 다른 지역을 직접 방문해 청송 사과를 알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서울과 제주를 찾아 청송 사과 홍보 활동을 가졌다. 주로 대형마트나 등산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일일이 사과를 나눠주며 청송사과의 매력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광주에서 판촉 활동을 이어가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산됐다. 올해는 다시 대상지를 서울로 잡고, 코로나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 회장은 "각종 홍보·판매 행사에 나가보면 다른 지역에서도 사과를 들고 오는데 청송사과가 다 팔리고 나서야 다른 사과가 팔린다"며 "여러 지역 사과를 돌아가며 맛봐도 역시 청송사과가 제일 맛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사과하면 청송사과가 최고라는 평이 나있는데, 그만큼 품질을 자부한다. 농가에서도 더 맛있고 건강한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청송사과를 따라올 곳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현재 청송사과의 주력 품종은 만생종인 후지(부사)다. 1958년 일본에서 '국광'에 '딜리셔스'를 교배해 개발된 만생후지는 청송 사과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쓰가루 등 조생종과 홍로 등 중생종 사과 생산량은 다 합쳐 30%가 채 되지 않는다. 청송군은 최근 만생종인 '시나노 골드' 재배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품종은 1999년 일본에서 '골든 딜리셔스'에 '천추'를 교배해 개발됐는데, 아직 국내에서 생산량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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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이 활짝 핀 청송우가네사과농장 전경. 〈우영화 청송사과협회장 제공〉 |
#3. '사과 꼭지 안치기 운동'
국내에서는 보통 반사필름을 이용해 사과를 재배한다. 또 사과 잎과 꼭지를 딴 뒤 출하한다. 맛 때문이 아니다. 보기 좋고 빛깔 좋은 사과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농가의 부담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반사필름 값이 비싼 데다 잎과 꼭지를 치려면 많은 인건비가 들어간다. 반면 잎과 꼭지를 따지 않으면 사과의 품질은 더 높아진다. 수분과 영양분이 더 오래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한국과 반대로 꼭지가 달려 있는 사과가 더 비싼 값이 매겨진다고 한다.
이에 청송사과협회는 '사과 꼭지 안치기 운동'까지 벌였지만 끝내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인식 부재와 정부의 지원 부족 등으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우 회장은 "농가 부담은 줄이고 사과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청송사과협회 차원에서 사과 꼭지를 치지 않고 출하하는 '사과 꼭지 안치기 운동'을 벌였는데 실패했다"며 "공판장에서 사과 꼭지가 달려있다는 이유 하나로 낮은 가격을 매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 회장은 국내 사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을 부탁했다. 그는 "정부에서 사과 잎과 꼭지를 치지 않고, 반사필름도 깔지 않도록 해주면 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 소비자도 보다 질좋은 사과를 먹을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소비자도 인식을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이야기다.
우 회장은 국내 사과농가의 공통된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봄철 서리와 여름 태풍 피해 등 자연재해 외에도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 이는 결국 일손 부족과 인건비 부담으로 연결된다. 또 내리지는 않고 올라가기만 하는 농자재 가격도 농가의 골칫거리다.
우 회장은 "일손 부족과 인건비 급등 문제로 인한 농가 어려움이 제일 크다"며 "외국인 등 인력을 구해야 하는 처지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일손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마저 가파르게 오르며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청송사과 농가를 응원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3년 전에 비해 지금 인건비가 두배로 올라 농가가 힘든 상태지만 청송 농민들은 최고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청송 사과를 많이 사랑해 달라"고 부탁했다.
글·사진=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김일우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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