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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신도시에 위치한 이색 카페 쥬 네이처인더시티에는 육지거북을 비롯한 파충류와 양서류 100여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카페 대표인 곽운재씨는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지원사업으로 창업에 성공했다. |
경북도청 신도시는 '젊은 도시'다. 주민 평균 연령이 서른 살을 조금 넘는다. 신도시에 젊은 층이 꾸준히 유입된 결과다. 불과 몇 년 전까지 1만명이 채 되지 않았던 신도시 인구는 지난해 4분기 2만명을 돌파했다. 여러 기관이 이전하고 주변에 기업이 생겨나면서 인구가 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청년이 신도시로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경북도청 신도시 기행' 5편에서는 신도시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물체험카페 '쥬 네이처인더시티'
서울서 귀향해 창업 '팔복소프트'
경북경제진흥원 청년사업 지원 받아
"주거환경 편리·젊은층 많아 이점"
상가·점포 951곳…반년만에 5.8%↑
기관·단체 신규 채용도 늘어나
청년들 신도시서 '새 삶' 도전 나서
#1. 낮선 곳에서 창업 도전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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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 사육장으로 가득찬 쥬 네이처인더시티 내부 전경. |
"거북이 체험시켜 드릴까요?" 지난 8일 오후 경북도청 신도시 예천군 호명면에 있는 쥬 네이처인더시티. 34평짜리 카페 안에서 주인 곽운재(30)씨가 어린아이와 함께 온 젊은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다. 곽씨는 곧 카페 중앙 우리에 있던 강아지만 한 크기의 육지거북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거북이 엉금엉금 가게를 돌아다니자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쥬 네이처인더시티는 도심 속 특별한 동물 체험장이다. 밖에서 얼핏보면 커피 등을 파는 평범한 카페 같다. 하지만 안에 들어서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카페 안에는 온도계를 갖춘 우리가 가득하다.우리 안에는 뱀, 도마뱀, 거북, 카멜레온, 개구리 등 양서류와 파충류 100여 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쥬 네이처인더시티는 경북에서 유일한 양서·파충류 체험 카페다. 음료 값만 내면 양서류와 파충류를 마음껏 보고, 일부는 만져볼 수도 있다. 이런 카페는 전국을 통틀어 10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곽씨는 "주말이 되면 안동과 예천뿐만 아니라 상주, 영주, 봉화, 문경 등지에서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많이 온다"며 "각 지역 맘카페에서 입소문이 나 방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웃었다.
곽씨의 고향은 대구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다녔다. 대학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파충류와 양서류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어릴 적부터다. 공룡과 닮았고, 원시적이고 와일드한 느낌이 좋았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에는 캐나다에 가서 카페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곽씨는 이런 경험과 취미를 살려 조금은 특별한 카페를 창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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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찾은 어린아이가 곽운재 대표의 도움을 받아 거북을 만져보고 있다. |
곽씨는 왜 연고도 없는 낮선 이곳에서 창업을 결심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늘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젊은 사람이 살기에는 좀 심심해 보이는 이곳을 그는 오히려 도전해 볼 만한 시장으로 판단한 것.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카페 오픈을 준비했고, 같은해 10월 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에는 양서류와 파충류 40마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00여 마리로 늘었다. 수익이 나면 동물을 더 들여오는데 투자하고 있다"며 "교통체증이 심하고 복잡한 대구와 달리 도청 신도시는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부분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경북도경제진흥원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지원사업' 덕이 컸다.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사업은 경북에 이주해 정착하는 만 39세 미만 청년의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명당 연간 3천만원을 지원한다. 그는 지난해 이 사업을 신청해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과해 선발됐다. 그는 대학 졸업 뒤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에 대출금과 지원금을 합쳐 창업에 성공했다. 그는 신도시에 작은 집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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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예천에서 IT관련 업체를 창업한 김서진씨가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래밍에 열중하고 있다. |
#2. 10여년 만의 귀향, 그리고 창업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구실을 찾는다'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너의 미래가 결정된다'. 예천군 호명면에 있는 팔복소프트 사무실 흰색 보드 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대표 김서진(36)씨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묻어나는 문구들이다. 15평 남짓한 사무실을 근거지로 창업한 김씨는 예천군 출신이다. 그는 19세까지 예천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가 취직했다. 서울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워 IT(information technology)개발자로 일하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서울에서 창업은 만만치 않았다. 번번이 실패한 뒤 결국 그는 지난해 6월 고향에서 꿈꿨던 창업에 성공했다.
그는 "10여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까 생각보다 동네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예천에서 뭐 먹고살지 했는데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더라"며 "서울에서 보다 더 치열하고 열심히 살 생각으로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요즘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늦은 밤까지 일하고 있다. 서울, 광주, 경기 부천 등에 있는 업체들의 일을 맡아 진행 중이다. 업무 특성상 다른 이들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일을 처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회의나 미팅도 화상으로 진행한다. 예천이란 지리적 특성이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 셈이다.
김씨 역시 지난해 경북도경제진흥원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도 창업 관련 지원사업에 도전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탈락했다. 하지만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요즘 IT 개발자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 고향에서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신도시의 장점으로 주거환경을 꼽았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신도시의 아파트 값은 서울 등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싼 편이다. 서울에서 세 들어 살 때는 치솟는 집값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여기에 오니 주거문제와 관련된 걱정 없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신도시에서 창업한 소감을 전했다.
#3. 늘어나는 청년들, 그리고 일자리
지난해 4분기 경북도청 신도시 주민등록인구는 2만24명으로 2만명을 돌파했다. 반년 뒤인 올해 2분기 신도시 주민등록인구는 2만908명으로 4.4% 늘었다. 주민 평균 연령은 32.7세에 불과하다. 40대 이하 인구 비율은 80.6%(1만6천844명)에 이른다. 신도시로 향하는 청년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도시에서 상가와 점포를 내는 창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신도시 상가와 점포는 모두 899곳(음식점 225곳, 학원 112곳, 이·미용 51곳, 마트 40곳, 의료 17곳, 카페·디저트 66곳, 스포츠시설 27곳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상가와 점포는 모두 951곳(음식점 234곳, 학원 110곳, 이·미용 56곳, 마트 41곳, 의료 17곳, 카페·디저트 66곳, 스포츠시설 30곳 등)으로 반년 만에 5.8% 증가했다.
앞으로 신도시에 기관과 단체가 더 이전하고 기업이 늘면 창업이나 취직을 위한 청년 인구 유입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도시 이전 추진 기관(107곳) 가운데 이전을 완료한 곳은 경북도청과 도의회, 경북도교육청, 경북경찰청 등 67곳이다. 이에 더해 한국국토정보공사 대경본부 등 11곳은 이전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 등 29곳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신도시 이전 추진 기관 107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4천401명에 이른다. 앞으로 이 기관과 단체에서 신규 채용이 이뤄지면 신도시에 자리를 잡는 젊은층은 더 늘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신도시 주변에는 이미 경북바이오일반산업단지, 풍산농공단지, 예천농공단지, 예천제2농공단지가 들어서 있는 데다가 경북바이오2차일반산업단지와 예천제3농공단지도 2023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경북바이오일반산업단지 안에 입주한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 HOUSE 백신센터의 경우에는 모두 373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경북 출신 직원만 251명에 이른다.
글=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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