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 만발 형산강변 '금빛 라이딩'…강변 달리다 만나는 푸른바다에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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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 자전거 길을 따라 자전거 라이더들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형산강 자전거길은 포항 송도동에서 경주 양동마을까지 15.7㎞ 구간으로, 강변에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쉴 틈 없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
강의 파노라마를 따라 달린다. 경주의 오래된 마을에서부터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강과 함께 포항의 바다로 간다. 기억에만 남은 도시의 경계는 역사와 자연의 세기들 속에 누웠고 대지를 구르는 바퀴의 위엄 위로 상냥한 잔주름이 진다. 강변에는 황금빛 금계국이 뜨겁게 피어났다. 저 멀리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포스코의 위용을 바라보며 모두가 말없이 찬엄한다. 경주와 포항을 잇는 '형산강 자전거길'이다.
포항 송도동~경주 양동마을 15.7㎞
두 지역 상생로드 '형산강 자전거길'
초여름~늦가을 쉴 틈 없이 꽃 향연
형산강 물길 따라 보부상 발자취도
강변길 달리다 보면 만나는 동해안
송도해수욕장 모래밭 너머 바다 장관
무려 720㎞ 이어지는 해안선 자전거길
동해안 일출·해질녘 노을 보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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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 길은 넘실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720㎞를 달리는 해안 자전거길이다. 동해안 자전거길을 찾은 한 라이더가 영일대해수욕장을 지나고 있다. |
#1. 형산강 자전거길
옛날 포항과 경주 사이에 형제산이 있었다. 형제산 때문에 남천, 북천, 기계천의 강물이 모여서 큰 호수를 이루었고 장마가 지면 항상 범람해 피해가 컸다. 신라 경순왕이 왕위에 올랐을 때 왕은 사관에게 점을 보게 했다. 사관은 동쪽에서 왕위를 위협하는 역적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역적을 막기 위해서는 호수의 물을 영일만으로 흘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형제산의 단맥을 위해 경순왕은 하늘로 올라가 기원했고 땅에서는 태자가 천지신명께 기도했다. 마침내 형제산은 형산과 제산으로 갈라졌고 그사이로 강이 흐르게 되었다. 그 강이 '형산강'이다. 형산은 지금도 포항과 경주의 경계에 있고, 강은 경계를 모르고 흐른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2016년 시 간 경계구간의 형산강변에 자전거길을 열었다. 포항 연일읍 유강리에서 경주 강동면 유금리에 이르는 7.8㎞의 '상생로드'다. 2014년 7월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포항시와 경주시가 지역 간 상생발전을 위해 추진한 형산강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금 형산강과 함께 달리는 자전거길은 포항 송도동에서 경주 양동마을까지 15.7㎞ 길이로 조성돼 있다. '형산강 자전거길'이다. 현재 추진 중인 경주 국당교에서 황성대교로 이르는 약 17.2㎞ 구간이 완공되면 포항 여남동에서 시작해 경주 보문단지까지 약 50㎞의 중장거리 코스로 연결될 예정이다.
고즈넉한 양동마을에서 한 굽이 물길을 돌면 형산의 북쪽, 강동면 유금리에 경주시와 포항시가 협력해 건립한 형산강역사문화공원이 자리한다. 형산강의 물길을 따라 보부상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자리다. 이곳에서부터 자전거길은 국도와 기찻길과 나란하다. 철길의 옹벽에 자전거 탄 사람들이 지나간다.
자전거 타기는 무릎관절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하체 근력을 튼튼하게 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쾌한 운동이다. 의학적으로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기능이 좋아지고 모세혈관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체력에 맞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달리는 힘은 오로지 인간의 육체에서 나온다. 그러나 두 다리로 달리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일명 '바퀴의 위엄'이라고 한다.
형산강을 가로지르는 유강대교가 멀리 보일 즈음 하얀 돛배 모양의 쉼터가 나타난다. 자전거 모양의 예쁜 화장실도 있다. 이곳은 옛 효자검문소로 군경합동 검문소가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영일대해수욕장을 거쳐 화진해수욕장까지 45.4㎞는 '해돋이 역사기행 자전거길'이기도 하다. 이곳을 지나면 자전거길은 강변으로 내려서서 곧게 나아간다.
봄날 유채꽃이 찬란했던 이 길에는 저절로 자라난 수목들과 날마다 새로운 해묵을 풀들이 살랑대고 있다. 강물 건너로 황포돛배 모양의 에코생태전망대가 보인다. 형산강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개장한 전망대다. 철새를 주제로 한 '증강현실(AR)영상관'과 '철새전시실' 그리고 형산강을 찾는 철새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시설'이 설치돼 있다. 전망대에서 연일대교 사이의 형산강변을 아우르는 산책로와 자전거길도 잘 정비돼 있다. 곧 전망대로 넘어가는 인도교가 완공되면 형산강 자전거길은 강을 넘나들며 조금 더 다채로워질 듯하다.
강과 함께 낮게 흐르던 길은 이따금 도로와 다시 만나기도 하고 제방 위를 달리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몇 개의 자전거모양 화장실과 그늘이 있는 휴게시설을 만난다. 연일대교를 지나면 강변에 장미원이 펼쳐진다. 포항의 시화인 장미가 색색으로 피어나 있다. 연일대교에서 형산큰다리까지 이어지는 제방 자전거길에는 금계국이 만발했다. 형산강변에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쉴 틈 없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금은 금계국의 시절,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처럼 열린 가슴이 시원하다.
섬안큰다리를 지나자 형산강 위에 커다란 물방울처럼 떠 있는 형산강 수상레저타운 '물빛마루'가 보인다. 이곳 또한 형산강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조성됐다. 수상레포츠 교육과 체험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작은 음악회나 휴식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바다 내음이 난다. 세 개의 아치를 가진 형산큰다리 너머로 포스코의 웅장한 모습이 펼쳐진다. 고요한 강변체육공원을 스치면 포항 운하관이 나타난다. 전망대에 오르면 형산강 너머 제철소의 위용과 강이 바다가 되는 거대한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강 따라 바다로 간다. 송도 해수욕장의 빛나는 모래밭 너머로 동해가 펼쳐진다.
#2. 동해안 자전거길
형산강 자전거길은 동해안 자전거길로 이어진다. 남쪽으로는 호미곶의 형상을 고스란히 그리며 동쪽 땅끝 표지석과 구룡포 주상절리를 거쳐 부산 을숙도까지 간다. 북쪽으로는 영일만해수욕장과 칠포항을 거쳐 멀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간다. 넘실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장장 720㎞를 달리는 해안선 자전거길이다. 수평선을 차고 오르는 동해의 일출과 해질녘의 붉은 노을이 해안의 작은 마을 위에 펼쳐지는 광경은 모두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든다.
형산강 자전거길에서 남쪽으로 가려면 포스코 주변의 길을 돌아 도구해수욕장으로 가면 된다. 북쪽으로 가려면 포항 운하관에서 운하길을 따라 죽도시장과 동빈내항을 거쳐 영일대해수욕장으로 가면 된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송도로를 따라 송도교로 간 뒤 동빈내항을 따라 영일대해수욕장으로 갈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철길숲을 이용하는 것이다. 동해남부선의 폐철길 약 7㎞를 자전거길과 보행자길로 조성해 놓은 철길 숲은 형산강 장미원에서 멀지않은 효자교회에서부터 양학동·용흥동을 거쳐서 우현동으로 이어지는데 옛 포항역 서산터널에서 동빈내항으로 갈 수 있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자동차가 달리는 지방도 옆에 구획선을 그어 만든 자전거 전용차로, 해변을 따라 데크를 놓아 새로 만든 자전거길, 예전부터 있던 마을길과 해안도로 바닥에 '국토종주 자전거길'이라는 표식만 붙여 둔 길까지 각양각색으로 생겼다. 때로는 동해를 걷는 해파랑길을 겸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포항의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에는 월포, 영일대, 호미곶 세 곳에 무인인증센터가 있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하룻밤 쉬어 갈 쉼터도 곳곳에 있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수많은 해수욕장과 갯마을과 항구와 펜션단지를 지난다. 무성한 솔숲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가파른 산비탈 코스가 수시로 등장하지만 그 길은 동시에 시원하게 내려서는 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길은 가까이 혹은 멀리 검푸른 동해바다가 보인다. 고요하고 때로는 거친, 항구적인 바다와 함께하는 길이다.
글=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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