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李갈등 좋은 것 아냐 후보들끼리 자제하는 모습 보여야"
"복잡다단한 국내·외적 문제에 가장 뛰어난 경쟁력 가졌다"
"대구 경북 행정통합 주목...시도민 통합 동의한다면 정부도 도와줘야"
여권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대권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급상승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준비과정을 끝낸 완벽한 차기 대통령감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올 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에 이어 4·7재보궐선거 참패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회복이 어려울 것만 같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민주당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경선 TV 토론 등에서 안정된 무게감을 과시하며 지지도도 급반등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지지율 추격을 넘어 '여권 대선주자 1위'라는 골든 크로스를 기대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후보와 1시간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이 후보는 차분하고 절제된 표현을 통해 품격있는 미래 지도자상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격차와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힘든 오늘과 불안한 내일을 살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저의 책임이자 소명 의식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와 평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 균형 발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인 나라다운 나라, 그것을 잇는 나라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 최근 지지율 급상승의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국민께서 목말라 했던 정책들을 열심히 만들어냈고, 신뢰를 얻어가는 것 그 이상의 전략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오랫동안 검토했던 서울 공항 이전을 통한 주택 3만 호 건설과 여성 및 돌봄 정책 등이 국민의 관심과 믿음으로 돌아온 것 같다."
- 이른바 '이이(李李) 갈등'으로 경선이 혼탁하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 대선은 여·야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그 대선에서 이기려면 당원들의 마음이 이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선에서 후보 간 상호 상처를 주고 이탈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후보들끼리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타 후보에 비해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이라 보나
-"복잡다단한 국내·외적 문제에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 우리 사회는 격차의 완화, 갈등 조정 같은 문제들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련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단군 이래 대한민국의 위상이 가장 높아져 있다. 저는 이런 국격에 가장 걸맞은 후보라 생각한다. 또 대한민국은 이미 G8 국가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저는 빠른 시일 내에 G5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총리 재임 시절 25개국을 방문, 정상급 지도자와 회의를 했고, 그때마다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경험이 절실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야권도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가장 신경 쓰이는 주자는 누군가
"야권 전체를 놓고 본다면 윤석열 후보가 일정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고, 지지율이 하강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기성 정치인으로는 홍준표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역량이나 열정이 뛰어난 분이시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현재 국민들의 의견도 많이 표출됐고, 대통령도 여러 차례 언급하셨기 때문에 대통령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올해 초 전직 대통령 사면을 언급한 것은)국민들의 마음이 많이 갈라져 있고, 이런 마음을 아울러 가야만 미래를 개척해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때는 당장 사면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가 되면 건의 드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야 했다. 뼈 아픈 공부가 됐다."
- 대구 경북을 위한 발전 방향을 갖고 있는 지
-"권역별 발전 전략을 내놓겠다. 특히 대구 경북 두 광역자치단체장의 행정통합을 주목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주민과 함께해야 하는 만큼 대구 경북민이 통합에 동의한다면 정부도 도와줘야 한다. 비수도권에 분산된 공공기관이나 국가산업단지에는 지역인재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 정부는 내년까지 공공기관 채용인원의 30%를 지역 인재 할당제를 적용할 계획이지만 저는 타 지역까지 확대해 이를 50%까지 끌어 올리겠다. 헌법에도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았으면 한다. 그래야 이를 근거로 대담한 법률 등을 담을 수 있다.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와 한국뇌연구원이다. 이들 기관은 치매 치료제 등 고령화 시대의 핵심 사업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물 산업 등 미래지향적 사업들이 많은 만큼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을 만들고 실행하겠다."
-토지공개념·독점규제 3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토지는 개인의 자산이면서도 공유제이다. 소유 자체를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유로 생기는 재원이 있다면 그 돈을 서민의 주거복지나 국가 균형 발전에 쓰겠다는 것이다. 부담이 싫어 내놓는다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주거 용지로 쓰겠다. 국내 토지 독과점은 매우 심각하다. 개인 상위 10%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77.3%를, 법인 상위 10%가 전체 법인소유 토지의 92.4%를 소유하고 있다. 그렇게 상승한 토지가격은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그것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의롭지 못하다. 그래서 토지독점규제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을 대표 발의 했다. 여기에서 나오는 부담금과 세금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가 균형 발전과 청년주거복지 사업 및 공공임대주택에 각각 50%를 쓰도록 할 것이다."
-20·30세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더 많이 소통하고 청년들의 고통과 좌절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내서 실행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청년층을 주목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분들의 인식 자체가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정책이 더 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육체적 나이보다 젊은 정책을 펼쳐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른바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이 거세다
-"그 문제를 캠프 간 공방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핵심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다. 내년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당원 등이 의심을 갖게 된다면 굉장히 불행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여권이 승리하려면 당원과 지지자를 하나로 모으고, 무당층까지 최대한 우리 쪽으로 모셔와야 한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가 더욱 세심해져야 한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협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대전제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지, 어느 쪽이 압박하는 것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선 기간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아직 알 수 없다. 적어도 후보 간 (단일화)협의가 있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코로나 19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코로나 19 상황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재난에서 더 큰 고통을 겪는 분들께 더 많은 도움을 들이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재난지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보편 복지에 대한 오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이다. 누구나 아프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암 환자와 감기 환자를 똑같이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똑같이 나누는 것이 보편 복지인 것처럼 오해가 쌓여있다. 이것은 아니라 본다. 경기도 상위 12%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면 4천억 원 정도 필요하다. 이 돈이면 배고픈 아이들 10만 명에게 144일 동안 3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더 정의로운 것인가."
-대구 경북 시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해져서 이제는 지역 구도가 상당히 완화됐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지역 구도라는 것이 의미 없어졌다. 참으로 바람직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지역에 사는 국민이든 국가를 운영할 사람을 판단하는데 정치공학적 관점보다는 어떤 사람에게 국가를 맡기는 것이 더 좋은가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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