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야당 궤멸적 패배
'사심없는 공천' 저버린 결과
통렬 반성하며 대국민 호소
국민의힘 대선후보자 경선
위기상황 돌파 전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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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제1야당 국민의힘이 결국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에 신망 있는 외부 인사 가운데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선임했다. 대선후보 경선 역시 총선 공천처럼 관리 여하에 따라 최종 결과에 직결된다. 당 대표와 지지율 1위 후보 등이 충돌하는 국민의힘 내부 상황은 먹잇감을 서로 빼앗으려 덤벼드는 정글과도 같다. 당의 거대 기득권과 자산을 탈취하는 데에만 능숙한 기회주의자들의 집합소에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전 총리는 검사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쳐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선임됐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선택한 인물이어서 친이계 세력들은 '학살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그러나 결과는 공명정대했고 참패를 예상하던 총선 결과를 과반 획득 승리로 뒤집어 놓았다. 대표적 사례가 친이계의 상징이었던 이재오 의원 공천 여부였다. 친박계와 비대위는 앞선 공천에서의 친박계 학살을 거론하며 절대 불가였다. 정 전 총리는 계파 차원이 아니라 당 전체와 지역구 상황을 보아 공천을 결행했다. 본인의 직을 건 결단이었다.
이후 2013년 국무총리에 오른 뒤에는 세월호 사태에 직면해 해외 순방 중 보고를 받자마자 바로 목포 대책본부로 전용기를 향하게 했다. 유가족들의 물병 세례와 멱살잡이에도 불구하고 이후 열네 차례나 팽목항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대책을 논의하며 감싸 안았다. 결국 일곱 번째 방문에서는 당시 유가족 대표가 눈물로 총리를 포옹했다. 그러나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사임의사를 밝혔고 대통령은 60일의 숙고 끝에 사의를 반려하며 유임을 발표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사임해야 한다는 결심을 대통령에게 또다시 전해 대통령은 후임 총리를 두 차례나 지명했다. 그러나 모두 낙마하면서 그 과정에서 또 유임되는가 하며 ‘불멸의 총리’란 호칭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사임 후 '깨끗하고 따뜻한 사회'가 꼭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마지막 소임으로 서울역 인근 작은 노숙인 교회를 찾아내 노숙인들과 함께 하는 봉사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탄핵 사태를 그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무서운 기세의 광화문 촛불집회로 모두 숨어있는 상황에서 정 전 총리는 '유죄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탄핵 결정은 부당하다'고 공개발표를 했다. 결국은 문재인 정권이 출발해 실정을 거듭하면서 국가적 위기가 우려되자 다시 나섰다. 작년 2월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와 발표 영상을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발표했다. 6개월여에 걸쳐 사실확인 등을 거친 고뇌와 심혈의 작업이었다. 국정 전반을 꿰뚫으며 대통령의 누적된 실정을 조목조목 파헤쳤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공개 질의한다고 밝혔고 이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통렬하게 지적하는 교과서가 되었다.
그럼에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궤멸적 패배를 당하자, 이길 수 있었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를 '사심 없는 공천'이란 절대 원칙을 저버린 결과라며 탄식하고, 다시 '대국민 호소' 등에 나섰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대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이렇게 국가에 절체절명의 순간인 적은 없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으로 나선다. 돌고래, 멸치, 황소뿐 아니라 하이에나도 득실대는 국민의힘 경선 결과는 정파를 넘어 국가적 위기 상황에 직결돼 있다. 각 후보들의 책무도 무겁고 무겁다.
이석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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