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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블록체인으로 '자기주권 신원증명시대'를 열다

2021-09-10
[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블록체인으로 자기주권 신원증명시대를 열다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되면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자기주권 신원증명시대'를 맞이하게 돼 개인 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없다.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지갑이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지갑이 가볍다"라고 말하면 수중에 돈이 별로 없다는 의미였으나 지금은 지갑의 무게가 정말로 가벼워졌다.

심지어 깜박 잊고 지갑을 두고 나온 날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갑을 채우던 많은 것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처럼 개인정보 개인이 관리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에 포함
안전·편리성 검증 후 단계적 도입

작년 모바일공무원증 시범사업 이어
내년부턴 '모바일운전면허증' 시행
신분증 스캔·복사할 필요 없어지고
개인정보 노출 위험서도 자유로워



현금은 모바일 뱅킹과 신용카드로 대체되고, 플라스틱 카드들이 스마트폰으로 들어가면서 지갑에는 주민등록증과 같은 각종 신분을 증명하는 신분증 정도만 남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손목시계가 생활필수품에서 패션 소품으로 바뀐 것처럼 볼품없이 주머니를 불룩하게 했던 지갑 역시 개인의 취향을 충족하는 소품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응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그나마 지갑에 남아있는 몇 장의 플라스틱 신분증마저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10월29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정부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도전적인 과제들이 많은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플라스틱 신분증보다 안전하고 휴대가 간편한 모바일 신분증을 도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당장 주민등록증을 모바일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안전성을 검증하고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단계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목적에서 2020년 행정안전부와 과기정통부가 협업하여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공무원증 시범사업을 추진하였고, 올해는 최초의 디지털 국가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개발하여 내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단순히 플라스틱 카드가 디지털로 바뀐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정보 제공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 주권 신원 증명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기술에서 개인의 신원을 보증하고 개인정보를 원래의 주인인 개인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탈중앙화 신원 증명 및 개인정보 관리 기술로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신원을 증명해야 하는 일은 빈번하다. 주민센터에서 증명서를 발급할 때,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토익 시험을 볼 때, 항공기에 탑승할 때, 편의점에서 주류를 살 때 신분증을 제시하여 본인 혹은 성인 여부를 증명한다. 그런데 신분증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맡기고, 복사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성인 확인은 주민등록번호 13개 숫자 중 앞자리 2개면 충분하고 성별 확인은 1개만으로도 가능한데도 적게는 6개, 많게는 13개 번호 전체가 제공된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 사이트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면서 불편함을 넘어 불안하다. 매번 인증받기 위해 비밀번호나 인증서를 사용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무엇보다도 쇼핑몰 등 인터넷 사이트가 해킹되어 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암시장에서 거래되어 전화 금융사기 등 범죄에 활용되면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자기 주권 신원(Self Sovereign Identity: SSI)'과 '탈중앙화 신원 인증(Decentralized IDentifier: DID)'이다. 쉽게 말하면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여 신원을 증명하는 별도의 기관이 없어도 신뢰할 수 있는 신원 증명을 하는 것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이를 실생활에 구현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서 개인정보의 이용과 관리 및 신원 증명에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해외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원 증명 서비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신분증이 어떤 서비스이며 어떠한 원리로 구현되는지 내년에 서비스될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도록 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국가 신분증이라는 점에서 앞서 추진된 모바일 공무원증과는 이용 대상과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또한 현재 통신사가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와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는 운전면허 보유 여부를 조회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성인 여부를 확인하는 등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반면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실물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완전한 대체가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에 정부가 개발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블록체인 기반의 DID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 용어와 구조에 대한 설명은 배제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경찰청은 본인 확인을 거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면서 경찰청 서명을 삽입하고 이를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소지자는 자신의 서명을 블록체인에 등록한다. 이후 면허 확인을 위해 모바일 운전면허증 정보를 받은 사람은 경찰청 서명과 소지자 서명이 모두 들어간 정보를 받게 되므로 블록체인을 통해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본인의 스마트폰에만 발급되어야 하므로 발급 과정에서의 보안이 매우 중요하다. 최초 발급은 대면을 통한 본인 확인이 필요하며, 유심정보 등을 통해 본인의 스마트폰임을 확인해야 한다.

[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블록체인으로 자기주권 신원증명시대를 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국가 신분증인 운전면허증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바일 증명으로 진화하면서 얻게 되는 편리함은 적지 않다.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증을 스캔하거나 복사할 필요가 없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인 면허인지, 면허가 현재 유효한 상태인지를 비대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개인정보 노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제까지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와 일심동체의 기술이었으나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면서 독자적인 기술로서 위상을 가질 것이다. 블록체인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대하여 주권을 가지는 '데이터 주권 시대'를 여는 열쇠이며, 모바일 신분증은 블록체인의 실용적 활용 가치를 증명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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