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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뚫은 결혼이주여성 .1] 타국 출신과 손잡고 농특산물 판매 협동조합 설립한 '베트남댁'

2021-09-23 18:28

구미 웬티훼씨, 결혼→구미대 입학→이중언어강사→통번역사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한국서 성공적 정착
"나 같은 결혼이주여성 정착 돕도록 최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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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혼이민자로 한국정착에 성공한 휜티훼씨.<웬티웨 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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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티훼씨가 다문화가족 비대면 교육환경을 위해 조성한 글로벌 스튜디오를 자랑하고 있다.<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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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티훼씨가 다문화가족 비대면 교육환경을 위해 조성한 글로벌 스튜디오에서 방송하고 있다.<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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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티훼씨가 다문화가족 비대면 교육환경을 위해 조성한 글로벌 스튜디오를 자랑하고 있다.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수준급 한국어 실력과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과 모국(母國)을 잇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이중언어 강사뿐 아니라 기업체의 해외 시장 개척,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을 통해 과거 '이방인'에서 탈피해 유리천장을 깨고 당당한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이들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16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워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제가 힘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다문화가정 주부가 이제는 자신을 품어준 한국과 모국을 위한 멘토로 발 벗고 나섰다. 베트남 북부 출신의 세 아이의 엄마 웬티훼씨(38·이중언어강사)가 주인공이다.


웬티훼씨는 2005년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구미국가산업단지 기업체에 취업했다. 그는 직장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한국 사회 적응에 애를 먹었으나, 항상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남편과 시댁 식구가 있어 든든하고 행복하다. 이제는 당당한 사회인, 사랑스러운 아내, 다정한 엄마, 착한 며느리, 이중언어강사, 네이버 쇼핑 라이브 커머스 운영자로 부족함이 없는 웬티훼씨의 한국 정착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베트남 북부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1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난 그는 꿈이 많았던 22살 대학생 시절에 돈을 벌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신분으로 구미산단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처음에는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직장생활의 차별과 냉대에 눈물을 삼키는 날이 많았다.


이곳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첫인상이 좋았던 7살 많은 남편과 사랑을 싹틔워 오다 2009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는 결혼 후에도 자신을 키워준 모국을 잊지 않기 위해 베트남 이름 웬티훼를 한국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2010년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알게 된 그는 완벽한 한국인이 되고 싶어 이주민 교육이라는 교육은 가장 먼저 달려가 모두 받았다. 이곳에서 악바리 교육생·착한 엄마·성실한 다문화 주인공이라는 소리를 들은 2013년에는 구미대 호텔관광과 입학과 함께 이중언어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구미대 1학년 당시 ‘구미대 새마을자원봉사단’으로 일주일간 자신의 모교인 베트남 타이빈 소재 뉴엔두 고교(영남일보 2013년 7월10일자 10면 보도)를 찾아가 제한급수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대형 식수 탱크를 설치하고 식수대를 만들어 주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한국 생활 10년간 익힌 완벽한 한국어와 문화를 토대로 베트남 통·번역사, 지역아동센터와 다문화가정 어린이 교육, 삼성전자 등 대기업 사원 대상의 베트남어 교육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요즘은 경북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경북 전역을 무대로 이중언어강사 이외에 경찰서·법원 등 기관이나 단체에 필요한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9년 베트남·중국·필리핀 다문화 가정주부 6명과 손을 잡고 출자금 3천500만원과 창업지원금 1천만원으로 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난 1월에 협동조합은 홍삼 캔디·홍삼절편·김 등 국내 특산품 2.5t을 베트남에 수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트남 국민이 홍삼을 좋아하고, 한국 제품을 가장 선호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다
 

협동조합은 전국 외국인 근로자·유학생·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특산품을 판매하는 네이버 라이버커머스 첫 방송을 시작한 지난 9일 상주에서 재배한 포도 150상자를 순식간에 팔아치웠다. 요즘은 새로운 협동조합 출자자 17명도 생겼다. 어린 시절 가난한 농부의 딸을 거울삼아 전국에서 생산하는 농특산물 판매를 통해 농민과 다문화가정을 도울 생각이다. 웬티훼씨가 제2의 인생에 성공한 배경에는 그가 흘린 땀과 노력으로 배운 능숙한 한국말과 충분할 정도로 이해하는 한국 문화가 뒷받침됐다.
 

지금은 작은 듯 크고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차별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대한민국 지역공동체 기여가 대표적이다. 이를 목표로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 정착, 한국에서 받은 이주정책과 서비스 사회 환원, 가족이나 아는 이에게 작은 보탬이 되는 글로벌 레이디 성장을 향해 달려갈 생각이다.
 

이중언어강사로 잘 알려져 일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한 몇 해 전부터 고향의 어머니를 모셔올 생각이었으나 코로나19 발생으로 잠시 미룬 상태다.
 

그는 "세 자녀와 남편, 시댁 식구와 얼굴을 마주 보면서 울고 웃는 행복의 중심에는 항상 가족이 있다"라면서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열심히 살려는 노력은 가장 기본으로 한국 생활에서 좋은 것은 빨리 배우고, 나쁜 것을 속히 떨쳐버리는 삶의 지혜를 쌓아야 한다"라고 결혼이민여성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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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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