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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산불인문학기행, 안동 찾은 문인들 (1)…生死기로 8개월…잿더미 딛고 희망이 싹텄다

2021-10-15

울창한 山林의 역설…'대형산불 1번지' 따로 없어
낙엽이 떨어지는 순간, 산림청은 초긴장 근무 돌입
전국 문인들 대형산불 겪은 안동서 '문학 고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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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1일 오후 3시20분쯤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 바로 옆에는 경북소방학교, 그리고 발치에는 거대한 임하호가 버티고 서 있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산불이 날 리 있겠는가? 허를 찔리고 말았다. 근처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13.4곒 강풍에 편승, 근처 중평리까지 화세(火勢)를 수 ㎞ 넓혀 나갔다. 봄·여름을 지나고 가을이 왔다. 그리고 한 해도 안 돼 거기에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고 있었다. 불탄 나무가 그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파종을 시작한 것일까?

"불 탄 나무들의 신음 소리가 귓가에 닿아요
얼마나 뛰쳐나오고 싶었을까요
발목이 까맣게 그을려 죽은 나무들에게
미안했어요"

안동 망천리 산불 현장에서 안도현의 단상



낙엽이 하나둘 발에 차인다. 그 낙엽이 모든 사람에게 낭만의 상징일까? 다른 누구에게는 하나의 '재앙'으로 다가선다.

나뭇잎과 낙엽. 둘의 존재감은 사뭇 다르다. 나뭇잎이 푸르게 나뭇가지에 달려 있을 때는 산불이 날 염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그 잎이 낙엽으로 변하는 순간, 그 낙엽은 '불쏘시개' 구실을 하게 된다. '낙엽=산불'이라고 생각하는 그들. 바로 국내 산불 진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산림청'이다.

어느 날부터 산불은 하절기 태풍처럼 동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감내해야만 하는 악성 통과의례가 돼 버렸다. 고만고만한 과거 한국형 산불은 20년 전부터 대형화 구도를 보인다. 탄소 중립 신드롬이 급증할수록 힐링의 마지막 공간이 될 수 있는 산의 중요성도 더욱 치솟을 수밖에. '나는 자연인이다'란 종합편성 TV MBN 대박 프로그램에 힘입어 귀향·귀농·귀촌보다 한 수 위의 유니크한 말년의 삶을 '귀산(歸山)'으로 마감하려는 중년이 급증하고 있다. 백두대간 종주족은 물론 주말이면 신선형으로 변신하는 캠핑·오지족도 '현대판 산사람'으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심마니, 야생초 동호인들의 '탐산 투어'도 더욱 대중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등산이 일반화됐다면 그게 2000년 들면서 트레킹 개념으로 확산되고, 최근에는 영혼과 동행하는 산책 같은 산행, 그리고 자기만의 호주머니 만한 신개념 주말농장형 별장을 신축하는 이들도 파생되고 있다. 덩달아 애산인(愛山人)들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산불 가능성은 더 늘어나고 있다. 산을 사랑하는 맘이 되레 산불을 조장할 수도 있다. 산으로 러시하는 사람들, 그게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 기회에 산에도 임도 이외의 신개념 도로망이 가설해야 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한국 산불의 역사는 그렇게 유서 깊지 못하다. 피해 면적이 100㏊를 넘어서는 대형 산불은 2000년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이전 산불은 헬기까지 동원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소규모였다. 대형 산불로 번지게 만드는 광활한 숲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젠 산림이 너무 우거졌다. 전인미답의 숲이 무진장하게 깔려 있다. 산불은 매년 이맘때면 거기를 호시탐탐한다.

전 국민에게 산불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건 단연 낙산사를 전소시킨 양양 산불이다. 2005년 4월4일. 그날 양양 산불의 화두(火頭)가 설악산 입구까지 뻗친다. 경찰 2천여 명이 동원되고 물대포까지 투입하기도 했지만 이를 비웃는 순간 최대풍속 32m/s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불었다. 불새처럼 산 하나 정도를 우습게 훌쩍 넘어가는 난생처음 직면하는 화염의 엄청난 기세에 기가 질려버렸다.

양간지풍은 태풍보다 더 거센 포스였다. 그 바람은 산림청에게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양은 '양양', 간은 고성군 '간성'을 의미하는데 그 바람은 두 고장 사이로 부는 초강력 서풍이다. 양양 지역에서는 '불을 몰고 온다'해서 '화풍(火風)'이라고도 한다. 오마이뉴스 이무완 기자의 조사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sillok.history.go.kr)에서 '산불'을 검색어로 찾아보면 모두 예순두 건이 나온다. 이 가운데 동해안에서 일어난 산불을 다룬 기사가 열두 건. 그 산불은 대개 음력 2~4월 사이에 발생한다. 봄철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위치하고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한다. 그럼 강원도 지역으로 따뜻한 서풍이 분다. 이때 강원도 지방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게 된다. 이때 아래에 위치한 차가운 공기가 위의 따뜻한 공기와 태백산맥 사이의 좁은 공간을 압축해 지나면서 빠른 풍속의 바람으로 변한다. 차가운 공기가 가파른 태백산맥을 내려가면서 풍속은 빨라지고, 기온은 올라가고 습도는 낮아진다.

지난 2월21일 오후 3시20분쯤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 바로 옆에는 경북소방학교, 그리고 발치에는 거대한 임하호가 버티고 서 있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산불이 날 리 있겠는가? 허를 찔리고 말았다. 근처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13.4곒 강풍에 편승, 근처 중평리까지 화세(火勢)를 수 ㎞ 넓혀 나갔다. 화선(火線)은 너무나 길었다. 통제관은 도대체 어느 포인트를 공격해 산불의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중구난방 산불인 탓이다. 산불이 꺼진 자리는 끔찍했다. 산불은 녹색을 집어삼키고 검정으로 변한 지옥도를 남겨놓고 사라져 버렸다. 생명 한 톨 보이지 않았다. 8개월이 지났다. 지난 2일 오후 그 산불 현장에 '산불인문학기행'을 위한 전국 유명 문인들이 빈소 같은 불탄 산 속에 문상객처럼 모여들었다. 

글=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산불인문학기행, 안동 찾은 문인들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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