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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현금없는 사회로 가속 페달

2021-12-03

정부가 가치 보장하는 법정화폐

동일 액면가의 지폐로 교환 가능

현금발행·폐기 관리비용도 절감

블록체인 없이도 구현 가능하지만

거래 익명성 등 보완 후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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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는 중앙집중형 관리체계 없이 자유로운 개인간 거래(P2P)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정작 화폐로서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가상 자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가치 교환, 가치 측정, 가치 저장이라는 3가지 기능을 충족해야 하는데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나 큰 이유로 화폐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화폐는 조개에서 주화를 거쳐 지폐에 이르기까지 이용과 보관의 편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디지털 화폐로 귀결될 것이라는데 대체로 이견이 없다. 2018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별 현금 결제 비율은 32.1%에 불과했으며 핀테크의 발전으로 모바일 간편결제 등 새로운 결제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전자적인 결제 비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현금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쏘아 올린 금융시장의 변화와 함께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법정화폐로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급부상하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이슈도 함께 떠오르고 있는데 암호화폐와 CBDC는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성격과 목적을 가진 금융 도구이기에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먼저, CBDC에 대한 개념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CBDC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는데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을 전제하지 않는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통칭하는 용어로 블록체인 기술이 없어도 구현할 수 있다.

CBDC는 구현방식에 따라 중앙은행 또는 시중은행이 CBDC 계좌 및 관련 거래정보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단일원장방식(계좌방식)과 다수의 거래 참가자가 동일한 거래를 기록 및 관리하는 분산원장방식(블록체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분산원장방식의 경우 거래 참여자 중 누구나 원하면 거래검증 및 원장기록에 참여 가능한 비허가형과 거래검증 및 원장기록 권한을 신뢰할 수 있는 일부 참여자에 한하여 부여하는 허가형으로 다시 분류할 수 있는데 CBDC는 법정화폐로서 현금과 동일한 수준의 결제 완결성이 보장되어야 하기에 정상 처리된 거래가 사후 취소될 수 있는 비허가형 분산원장방식은 부적절하다. 통상적으로 암호화폐는 비허가형 분산원장방식으로 구현된다.

CBDC와 암호화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치 변동성에 있다. CBDC는 법정화폐로서 지폐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가치를 보장하는 화폐이기에 액면 가격이 변하지 않으며 동일 액면가의 지폐와 교환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간편결제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데 송금이나 결제 관점에서 보면 동일하다. 다만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간편결제는 현금의 존재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서비스인 반면 CBDC는 화폐 자체가 디지털로 발행되며 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CBDC는 동전이나 지폐를 별도로 발행하고 회수 및 폐기하는 등의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CBDC는 이용목적 및 적용 단계별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간 거래에 사용되는 거액결제용(도매)과 모든 경제주체의 일반적인 거래에 사용되는 소액결제용(소매)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거액결제용 CBDC는 기존의 지급준비예치금과 유사한 성격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편의성은 높아서 도입 타당성과 가능성이 큰 편이다.

반면 소액결제용 CBDC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정책연구와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한국은행을 주축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간 CBDC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지켜오던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CBDC에 대해 긍정적으로 견해를 보이는 등 CBDC에 관한 관심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은 짚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먼저 CBDC는 기존 현금이나 암호화폐와 다르게 거래 익명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금융 투명성이 제고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개인의 사생활이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CBDC는 그 자체로 예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직불카드나 간편결제 등 결제서비스 기능을 대체할 수 있어 민간 금융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개인별 CBDC 보유량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은행 예금은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시장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CBDC에 이자가 지급된다면 이는 기준금리와 같은 기능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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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한편 CBDC가 국경 간 거래를 허용하는 경우 화폐의 국제화가 가능해진다. CBDC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위안화의 국제화가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 무역과 정세에 영향력이 큰 국가의 CBDC는 달러와 마찬가지로 기축통화와 같은 기능을 하면서 대외 경제에 민감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주변국의 CBDC 추진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비대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국민의 금융포용 향상이 점차 중요해지는 현재 시점에서 CBDC는 화폐 혁신의 미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앙은행은 CBDC를 도입하면 통화량 조절이 용이하고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어 통화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 투명성과 포용성 또한 향상될 수 있기에 장점이 많다.

그러나 CBDC는 단순히 장점만 바라보고 채택하기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CBDC를 시급하게 도입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서두르기보다는 다각적인 연구와 다양한 실험을 통해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후에 도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박상현 박사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부터는 '우도영의 삶과 도전, 자동차 디자인'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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