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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대구대 교수 |
기성세대들은 흔히 "요즘 청년들은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청년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른들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그들이 어떤 짐을 안고 살아가는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청년들 가운데는 "이번 생은 망했다"고 삶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며 '이생망'이라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민족문제에 관심 가지라 하면 '꼰대'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통일에 다가설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청년들이 통일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사회문제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최근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에 몰입한다. 자신의 경제적 문제와 힘겹게 싸움하고 있다. 주변에 눈 돌릴 틈이 없다.
둘째, 책상에 앉아 게임하고 수다를 떠는 문화에 익숙하다. 통일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대답하는 대학생이 드물 정도다.
셋째, 통일 관련 교과목 수도 적을뿐더러 이론 강의에 치우쳐 있다. 더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의의 주된 내용이 달라진다. 진보 정부에서는 통일을, 보수 정부에서는 안보를, 지금 정부에서는 평화를 강조한다.
통일교육을 모범적으로 실행한 서독은 우리에게 두 가지 점을 시사한다. 먼저, 통일교육을 연방정치교육센터에서 담당했다. 이 센터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조직은 내무부 소속이었지만 예산은 독립적으로 집행했다. 센터장은 여당이, 부센터장을 야당이 담당했다. 22명의 여야 하원의원으로 감독위원회를 두어 서로 견제하게 했다. 둘째는 1976년 '보이텔스바흐 협약'를 기초로 통일교육을 진행했다. 이 협약은 진보와 보수 인사들이 합의로 만들었다. 핵심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결론을 강조하는 행위 금지,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는 주제는 교실에서도 토론, 그리고 학생은 자기 이해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독은 이 협약을 통해 진보와 보수의 사회적 갈등을 상당히 줄였다.
대학생 대상 통일교육의 내용과 체계를 새롭게 구성해 보자. 그 방향은 이렇다. 첫째, 통일이 청년들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통일이 청년들에게 '이생망'의 어두운 그림자를 '7080 경제'의 환한 빛으로 몰아낼 수 있음을 일깨워 주자. '7080경제'는 남북한 8천만 겨레가 7만달러를 누리게 되는 시대를 뜻한다. 둘째, 통일교육이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역 시·도 단위에는 '(가칭) 한반도평화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통일교육 방식이 교실의 벽을 넘어 평양, 백두산 천지를 지나 유럽으로 고속철도를 타고 달리는 경험을 하게 하자. 4차 산업 시대에 가상체험(VR)을 통해 가능하다. 셋째, 중앙정부는 재정을 담당하고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해야 한다. 지역적으로 특화된 통일교육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통일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해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통일의 주역이 될 청년들에게 시대의 흐름과 세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통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청년들이 통일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통일나무는 성장을 멈추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뿌리는 약해지고 결국엔 고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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