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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천기자〈경제부〉 |
1989년 라면업계에 큰 폭탄이 터진다. 검찰이 식용이 아닌 공업용 우지(소기름)를 사용했다는 혐의로 삼양식품 등 식품관련 5개 업체를 고발했다. 8년간의 송사를 거치며 1997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사이 삼양은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며 수십년간 부진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4년에는 쓰레기만두 파동이 발생했다. 경찰이 25개 식품회사가 단무지 공장에서 폐기되는 무 조각 등을 납품받아 만두소로 사용했다고 발표했고 정부는 해당 기업 리스트를 공개했다. 자투리 무는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명단에 오른 일부 중소업체들은 매출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 문을 닫았고, 한 업체 대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요즘 지역 경제계의 가장 큰 이슈는 이른바 캄보디아 부동산 구매 사기사건과 관련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을 기소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몇년 전 불거진 그룹 경영진에 대한 대규모 검찰 조사로 '사법리스크'에 대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DGB금융그룹과 지역 경제계는 '또?'라는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 등 그룹 내외부에서 김태오 회장에 대한 거취문제를 지적하면서 패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DGB금융그룹이 출범한 뒤 첫 외부 출신인 김 회장은 취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패닉은 실체를 통해 정확히 알게 된다.
김태오 회장은 취임 이후 위기의 'DGB호'를 경쟁력 갖춘 일등 지방 금융업체로 성장시켰다. 자산 규모는 2년새 20조원 가까이 늘렸으며, 순이익도 50% 이상 급성장시켰다.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채용비리로 흔들리던 조직을 안정화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인 캄보디아 상업은행 전환 역시 경영 성과 측면에서는 금융권의 엄지손가락을 받고 있다. 이제까지 매년 1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내면서 지역 시장 위축을 만회했으며, 상업은행 인가 역시 또다른 도약의 받침대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우지라면이나 쓰레기 만두 사례를 봤을 때 패닉은 적지 않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사실을 직시해야 공포라는 괴물에 잡아 먹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기소=비리'라는 패닉이 DGB금융을 넘어 지역 경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제2의 우지라면 사태'를 피할 수 있다.
홍석천기자〈경제부〉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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