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조기 졸업 등
성취의욕·근면성 원천 삼은
'빨리빨리' 문화가 만든 전설
지금 쌓인 국가적 난제들도
빠른 시간 해결 의심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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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업 객원논설위원 |
"절대 멈추지 않는 나라(a country that never stops)."
최근 이임하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가 '엄청나게 활기찬' 한국사회와 그 동력인 '빨리빨리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고 한 말이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다섯 번째의 사과'로 일컬어지는 애플 아이폰이 2007년 출시되자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간과했던 삼성은 총력추격을 하여 2010년 갤럭시 S를 출시하고 바로 이듬해 갤럭시 S2로 아이폰을 따돌리고 판매량 세계 1위에 등극한다. 이는 1973년 세계 철강 역사에서 조업 첫해부터 이익을 낸 유일한 기업인 포스코나 IMF 외환위기의 3년 조기 졸업,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시성취 등의 사례와 함께 세계에서 이미 전설이 되었다.
'빨리빨리'는 옥스퍼드 사전에 'ppalli ppalli'라는 단어로 등재됐을 만큼 외국인에게는 한국 사람을 떠올리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자판기 커피가 다 나오기도 전에 컵을 뺀다든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있는데 닫힘 버튼을 누르는 등 우리들의 급한 성격을 보여주는 모습은 끝이 없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오늘날 이제는 조속한 성과를 요구하는 빨리빨리 문화를 지양하고 삶의 여유를 찾고 사회적 피로감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빨리빨리'는 조급성뿐만 아니라 민첩성 양면을 가지고 있다.
공기를 단축하는 부실공사가 부정적인 측면이라면, 목표에 초집중하여 상황에 빠른 대응을 하고 실패하더라도 민첩한 피드백으로 정상궤도를 누구보다 빨리 되찾는 속도는 우리 고유 경쟁력이다. 기아자동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시절 기아자동차의 새 시대를 열었던 전설적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는 우리의 이러한 역량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한국 사람은) 명민함과 창의성으로 문제해결 방법을 발견하고 성실하게 밀어붙여 누구보다 빠르게 해결한다."
우리가 가진 속도의 원천은 높은 성취의욕과 근면성이며 이 원천들을 담아주는 그릇이 프로젝트 조직단위의 팀워크다. 서구에서는 소통과 설득을 통해 이루어지는 '조직응집'이 팀워크의 배경이라면 우리는 감성의 용광로 속에서 함께 녹아내려 표출되는 집단적 '조직몰입'이 팀을 한 몸처럼 움직이게 만든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속도 추구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완해주는 시스템개선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조성이며, 속도를 버리기보다 오히려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 속도는 우리의 DNA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발표한 일본의 경제석학 노구치 유키오 교수의 한·일 경제전망은 눈여겨볼 만하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공업화 성공에 대한 대응방법이 양국의 미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엔화의 평가절하로 수출가격을 낮추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처한 반면, 한국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생산성을 높이고 신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신속한 개발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해온 결과, 20년 후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에 2배 이상 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역동성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정치·경제·사법 모든 분야에 걸쳐 산처럼 쌓여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빠른 시간에 이를 해결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변화를 추구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신속하게 되돌리는 역동적 사회에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우리에겐 어느 나라도 가지지 못한 속도란 최종병기가 있다.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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