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213010001278

영남일보TV

[인물로 보는 대구문화 (28) 정막] 공대 재학 중 조선교육무용연구소서 춤 접하고 대구 중앙국립극장서 첫 개인 발표회

2022-02-14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 후 월간 '춤'서 평론가로 등단…전국 공연 보며 실제·구체적으로 비평

무용 평론가 활동 땐 본명 정순영 이름 써
2022021401010003324.jpg
정막(1928~2012) 무용평론가는 춤의 실기와 이론을 넘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구를 비롯해 전국 무용 공연에 대한 글을 썼다. 청년 시절에는 '정막'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직접 무용을 했다. 이후 무용평론가로 활동할 때는 주로 본명인 '정순영'이라는 이름으로 무용 평론을 써왔다.

전남 광주 출신인 정막은 서울대 공대(섬유과)에 재학 중이던 1947년 함귀봉이 만든 조선교육무용연구소를 통해 춤의 세계를 접한다. 함귀봉은 일본 유학파 출신으로 도쿄에서 현대무용과 교육무용을 전공했고, 조선교육무용연구소는 당시로선 보기 드물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무용 교육 기관이었다.

2022021301000305500012781
정막(오른쪽) 무용평론가와 김상규 무용가. <대구 춤 60년사 제공>
◆공학도 출신으로 춤에 입문

6·25전쟁 당시 정막은 조선교육무용연구소 출신인 조동화가 조직한 군예대(軍藝隊)의 무용단에 들어가면서 무용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정막의 데뷔 무대는 1953년쯤으로 추정된다. 그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부산극장에서 1953년 열린 종군극작가단 신작무대 '인어의 정설' 무대에 출연했고, 같은 해 8·15 경축 무용전 '도학자가 본 서커스' 무대에 서면서 안무도 맡았다. 이듬해 정막은 당시 대구에 있었던 중앙국립극장에서 첫 개인발표회를 열었다.

2022021301000305500012783
정막(오른쪽) 무용평론가와 그의 아내인 김기전 대구시립무용단 초대 안무자.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 제공>
전쟁 후 정막은 대구에 정착해 대구공고에서 교사 생활을 이어갔다. 1956년에는 김기전 무용가(초대 대구시립무용단 안무자)와 결혼했다. 이때쯤 정막은 부산대에 강의를 나갔고, 김기전 무용가도 부산 화교 중학교에서 무용을 가르쳤다. 정막 부부는 1957년쯤 당시 이응창 원화여고 교장의 배려로 원화여고에서 정막무용연구소를 운영하고 학생들에게 무용을 가르쳤다. 이후 1961년 정막은 김기전 무용가와 '대구발레아카데미'를 만들어 현대무용과 발레를 가르치고, 지역의 무용 인재를 육성한다.

그는 창작활동을 잠깐 중단했다가 1970년 문화공보부의 창작지원제도의 첫 작품으로 선정된 '산하억만년'을 서울 국립극장과 대구 KG홀에서 선보인다. 정막은 공연 설계 및 연출로 이름을 올렸고, 당시 무용교육자로 활동하던 정병호가 김기전과 함께 작품의 안무를 맡았다. 무용평론가 강이문이 대본 작가로 참여했다. 이 작품은 대본, 안무, 무대공학적 접근 등 전문 제작 시스템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당시로선 드문 사례였다.

대구춤60년
정막의 유작 '대구 춤 60년사'.
◆늦깎이 평론가

부산대를 거쳐 경성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정막은 정년퇴직 후인 1999년 월간지 '춤'을 통해 정식 무용 평론가로 등단한다. 뒤늦게 시작한 무용평론이었지만, 정막에게 공연을 보고 이에 대한 평을 글로 쓰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보다 전인 1950년대 중반부터 대구 지역 언론에 무용 공연 평과 칼럼을 기고해왔다.

정막은 대구·부산 등 영남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무용 무대를 찾아 공연을 보고 기록으로 남겼다. 정막의 평론 방식은 무용 공연을 실제적·구체적으로 묘사한 방식이어서 '과학 비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는 공연장에 가기 전 팸플릿과 무용가의 활동 이력 등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망원경을 들고 공연을 관람했다. 리허설부터 공연 뒤풀이까지 참석해 다양한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세밀하게 평론에 서술했다. '관무기(觀舞記)'라는 제목으로 매월 월간지에 평론을 꾸준히 쓰기도 했다.

성기숙 무용평론가는 대문 2015년 겨울호에 정막에 대해 "공학도이면서 무용에 투신해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활동을 펼쳤고, 춤의 실기와 이론을 넘나들며 그 자신이 몸으로 체득한 무용 실기를 바탕으로 평론을 했기에 그 누구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작품을 재단하고 평가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평론가로 활동하며 쓴 글을 모아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춤추는 바보 춤 못추는 바보' '정순영 춤 평론집 제2집 : 춤의 현장 관무기' '정순영 춤평론집 제3집 : 댄스 리뷰 관무기' '정순영 춤평론집 제4집 춤과 댄스리뷰'가 대표적이다. 유작으로 남은 '대구 춤 60년사'는 그의 대구 지역 춤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800쪽으로 구성된 이 책은 대구 무용이 본격적으로 태동했던 시기의 무용 공연부터 시작해 지역 무용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용단을 조명하고, 원로부터 신진 무용가까지 지역의 무용가를 인물별로 정리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참고자료=대문 2015년 겨울호, 대구 춤 60년사, '2009년도 한국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시리즈 171: 정순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정순영 구술, 최해리 채록)
공동기획 대구광역시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 인기기사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