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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2022년입니다 잘 지내실까요"…2·18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9주기 추모 물결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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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대구지하철화재참사 19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내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딸과 함께 추모의 벽 앞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애도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여기는 2022년입니다. 잘 지내시죠. 신원미상인 분의 이름을 알 길 없지만 추모합니다."

지난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50대 남자 승객에 의해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열차 안에서 번진 불이 열차는 물론, 역사 전체로 번졌고 192명이 목숨을 잃었다.

2·18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9주기를 앞두고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대구도시철도 중앙로역 지하 2층 '기억공간'에 화재로 숨진 시민들을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기억공간'은 당시 화마가 덮친 화재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불길이 녹인 철제 공중전화기부터 이젠 보기 힘든 토큰박스까지 '19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기억공간의 벽면엔 '우리 지은이 보고 싶구나',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 잘 지내라' 등 희생자를 그리워 하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적혀있다. 또 희생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진 추모벽도 있다.

별도로 마련된 희생자들의 사진이 걸린 주황색 벽은 출구로 나가는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문모(29)씨는 희생자들의 사진 아래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문씨는 "당시엔 나이가 어렸지만 지역에서 일어난 큰 사건이라 기억하고 있다. 대구시민으로서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문구를 적어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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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지하 2층 '기억공간'을 최재운(72)씨가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날 기억공간엔 당시 사건을 생생히 떠올리는 시민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그중 한 명은 참사로 소중한 제자를 떠나보낸 최재운(72·대구 수성구)씨. 그는 "지난 2003년에 대구외고 교장으로 재임했다. 정원이 적어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냈는데, 특히 이 친구는 같이 공부도 하고 여행도 갔었다. 명문대에 합격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지하철 안에서 친구에게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며 "지금쯤 살아 있었으면 39세일 텐데, 얼마나 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또 짧은 묵념을 하러 들른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두 번 다시 이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태(60·경북 경산시)씨는 "참 슬픈 사건이고 다신 벌어져서 안 되는 일이다. 단순 안전사고도 아니고 방화사건이었지 않느냐"며 "사회의 어두운 면과 취약계층을 좀 더 보살펴 이런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기웅(59·경북 경산시)씨도 "이 사건을 다루는 영화를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직접 와서 화재 당시 불에 탄 물건들을 보니 기분이 착잡하고 슬프다"며 "이 사건은 단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고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본다. 이런 일이 다신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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