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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대구지역 도서관 인프라 빈익빈 부익부] 지자체 도서관 건립 의지 중요…"市 차원 중장기 계획 세워야"

2022-05-16

생활권별로도 '쏠림 현상' 심각
서대구·동대구권 8곳으로 최다
현풍·안심·불로검단권 각 1곳뿐
올 신규건립 계획도 구·군마다 差
"지역별 상황에 맞게 규모·수 계획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도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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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신매동에 살다 지난해 대구 달서구 대곡동으로 이사를 한 김모(28)씨는 최근 공공도서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사 전에는 집 근처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고산도서관이 있었지만, 이사 후 공공도서관이 너무 멀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은 달서구 두류동에 있는 두류도서관이다. 가깝다고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4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김씨는 "신매동에 거주할 때는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어 마음껏 책을 빌려보기도 하고 다양한 강의도 들었다. 집 가까운 곳에 공공도서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모(20·대구 달성군 화원읍)씨는 지하철, 버스를 이용해 약 30분 걸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남부도서관에 간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화원읍 작은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임씨는 "작은도서관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규모가 크고 다양한 자료가 많은 남부도서관을 이용하게 된다. 다만 환승을 해서 도서관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범어도서관
대구 수성구 범어도서관 그늘 쉼터에서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 <영남일보 DB>
구수산도서관
대구 구수산도서관의 작가초청 특강.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공공도서관은 한 지역의 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서관이 가까운 지역을 의미하는 '도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도 지역의 지식·정보·문화의 거점이라는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대구에서도 구·군마다 지역 문화·교육의 거점이 되는 도서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자체 의지 따라 공공도서관 접근성 격차

대구에서도 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실제 도서관 인프라는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을 보유한 곳은 달서구로 총 9개가 있다. 두 번째는 총 8개의 공공도서관이 운영 중인 수성구다. 이어서 북구(7개), 동구·서구(각 6개), 달성군·남구(각 3개), 중구(2개) 순이다.

작은도서관(연면적 33㎡ 이상, 열람석 6석 이상, 도서관 자료 1천권 이상인 도서관)도 달서구가 50개로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다. 작은도서관 수가 가장 적은 곳은 남구로, 총 5개가 운영 중이다.

대구 지역 공공도서관 인프라 편차는 1관당 인구수에서도 드러난다. 1관당 인구수는 주민등록인구 수를 도서관 수로 나눈 값으로, '도서관 접근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도서관당 인구수가 적을수록, 도서관 이용 환경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관당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자치단체는 서구로, 1관당 인구가 2만8천170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많은 곳은 달성군이다. 달성군의 1관당 이용 인구는 6만5천47명으로, 서구와 비교하면 2.3배 많다.

생활권별 공공도서관 분포 역시 불균형이 심각하다. '2030대구도시기본계획'에서 분류한 생활권별로 공공도서관을 분석한 결과 서대구권(평리·비산·내당·본리 등)과 동대구권(신암·신천·범어·만촌 등)이 8개로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로 도심권(성내·동인·남산·대명 등), 월배화원권(송현·상인·진천·화원읍 등)으로, 각각 6개의 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현풍권(옥포·논공·현풍 등)·안심권(안심·방촌 등)·불로검단권(불로봉무·동촌·공산 등)에는 도서관이 각각 1개뿐이다.

이처럼 도서관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는 이유는 지자체마다 '도서관 건립 의지'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도서관 건립 예산은 국비 40%, 시비 30%를 제외한 나머지 예산을 기초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일정 부분 기초자치단체가 건립비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자체의 경우 도서관 건립이 쉽지 않다. 신규 도서관 건립 계획도 기초자치단체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구에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 7개의 도서관이 새로 문을 연다. 이 중 수성구가 3곳으로 가장 많고, 북구·동구·남구·달성군이 각 1곳이다.

◆중장기 계획 수립해 양적·질적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대구 공공도서관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지역 상황에 맞게 적절한 수와 규모의 도서관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윤 대구대 교수(문헌정보학과)는 "지자체는 도서관 건립을 고려할 때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도서관을 생각하는데, 이때 예산이 50억~100억원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건립이 쉽지 않다"면서 "현재 있는 도서관 중 규모가 큰 것을 센터(center·중심)로 삼고, 나머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곳 또는 신도시가 개발되는 지역에는 50억 이하, 규모로 보면 1천~2천㎡ 정도의 도서관을 만들면 도서관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도서관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지역 도서관 질적 개선을 위해 대구시 차원의 도서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 따라 매년 시행 계획을 수립하지만, 이는 도서관 서비스 및 프로그램 등에 대한 연 단위 계획 수립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서울과 부산은 중장기 단위의 도서관 발전 계획인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과 '부산시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도서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지역 도서관 한 관계자는 "도서관이라고 하면 건물에 책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독서실이나 도서 대여점일 때 이야기다. 도서관은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 대구는 제대로 된 방향성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대구시는 지난해 12월부터 '대구시 공공도서관 확충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에선 공공도서관 현황 및 인프라 등 기본사항, 국내외 공공도서관 사례 등을 조사하고, 대구시민이 원하는 도서관 발전 방향, 인프라 등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도서관 건립 시 향후 10년간 우선순위, 규모, 지역별 특성화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달 중 용역이 마무리되면 2023년부터 2032년까지 대구 내 도서관 미래 비전과 목표, 단계별 추진 방향을 제시한다는 게 대구시의 방침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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