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숙·영숙·현미 귀농한 세 자매 영농법인 만들어 참기름·생강청 판매해 10억원 소득
새로 들어 온 식구 모두 경력단절 여성들로 일자리 창출 효과 등 웃음 끊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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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예천 보문면에 자리잡은 농부창고에서 귀농인 세자매가 제품 회의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영숙·현미·미숙 자매) |
"평생 이 땅의 농부로 살아오신 아버지의 창고는 성실한 땀의 가치를 정직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농부창고가 가르쳐 준 정직과 성실을 엄마가 된 세 자매가 이어가겠습니다."
서울에서 살던 세 자매가 고향으로 내려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주목 받고 있다.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에 자리 잡은 '농부창고'다. '햇살이 키우고·바람이 보살피며·든든한 땅이 키운'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여기에는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를 만들고픈 '젊은 엄마', 농부의 딸 황미숙·영숙·현미 세 자매가 일하고 있다.
농부창고는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식품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를 맡은 둘째 영숙씨가 먼저 고향에 내려와 터를 잡았다. 이후 막내 현미씨 그리고 미숙씨가 동참했다. 영숙씨는 고향에 내려오기 전까지 무역업에 종사하며 틈틈이 귀농을 꿈꿔왔다.
2015년 귀농한 뒤 그는 이듬해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해 농부창고를 창업했다. 이곳에서 그는 예천지역 특산품인 참깨와 들깨를 이용한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농부창고는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에 집중했다. 착유방식을 고온이 아닌 저온착유방식을 택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참기름과는 차원이 다른 맑은 색과 고소한 맛의 저온 참기름으로 만들었다. 특히 해썹(HACCP) 인증을 받아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시설에서 제조 관리하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도 이끌어냈다.
엄마의 마음을 담아 만든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며 주문이 쇄도하고 일거리가 늘면서 직원도 하나둘씩 늘었다. 새 식구 8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주부들이다. 모두 경력단절 여성들이다 보니 재취업에서 오는 성취도와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래서 농부창고는 젊은 주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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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예천 보문면에 자리잡은 농부창고에서 귀농인 세자매가 제품 회의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영숙·현미·미숙 자매) |
지난해부터 생강청과 천연숙성한 아카시아 꿀도 생산 판매 중이다. 생강청의 경우 인터넷 방송인 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전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미국에 수출도 했다.
황 대표가 예천 생강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해 긴 여름 장마 탓에 참깨와 들깨의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원은 늘었는데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된 생강을 떠올렸다. 생강을 청으로 만들어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곧 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생강 제품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신상품까지 출시토록 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한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장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것 같다"면서 "지역의 생강작목반과 협약도 맺은 만큼 앞으로 좋은 제품 만들어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생강은 면역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생강청을 이용한 라떼와 차, 에이드 등 거부감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홈카페 비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천 생강의 명성도 알리겠다는 각오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한병한병에 기울이는 정성이다. 포장에도 트랜디함과 미적인 감각을 더 해 '구매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매하는 사람은 없다'는 흥행신화를 낳았다.
이런 까닭에 농부창고의 참기름은 유명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브랜드 지수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생강청도 조만간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전 직원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지원이나 보조금에 의지하지 않았다. 스스로 발로 뛰어 교육받고, 회사를 설립했다. 우수한 농산물을 길러내고 이를 수확해 좀 더 나은 품질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이를 투명하게 판매해 오고 있다. 매출도 해마다 늘어 초창기 5천만원에서 지난해는 10억원 가까이 올리며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녀의 열정은 막연하게 사업을 시작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구체적인 모범사례와 우수사례로 꼽혀 지난 2019년 전국 소상공인 대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도 받았다.
황 대표는 "내 아이에게 먹일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일념뿐 이다"며 "앞으로도 지역에서 재배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미력하나마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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